浮 - 채마밭/푸드 이야기

알고 보면 최고의 작업주 ‘막걸리’

浮萍草 2013. 3. 7. 12:56
    다가오는 봄과 함께 여심을 사로잡고 싶다면 ‘막걸리’
    바람이 코끝을 자극하는 3월도 벌써 중순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자연에서는 겨우내 꽁꽁 숨어있던 꽃들이 피어나고, 새로운 학업,동료,친구들이 생기는 만물이 다시 시작하는 계절이다. 
    재미있는 것이 새로운 만남이 많다 보니 커플 역시 많이 생기는 계절이 이 봄이다. 
    대학 내에서,직장 내에서,그리고 다양한 모임에서 말이다. 
    만약에 여성의 마음을 잡고 싶다면 ‘작업주’로 무엇이 가장 잘 어울릴까? 
    막걸리라고 답하면 납득하는 사람이 있을까? 
    오늘은 봄바람과 함께 여심을 잡는 술, 막걸리로 떠나는 여행이다.
    
    1. 숨겨진 문화가 있는 술, 막걸리 이야기
    이성을 사로잡는 데 있어서 막걸리가 주요한 것은 단순한 취기 때문이 아니다. 막걸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로 즐거운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흔히 생각하는 막걸리 문화는 농번기에 새참 때 즐기는 술,그리고 서민의 술,머리 아픈 술이란 편견이다. 하지만 막걸리가 가진 근본적인 문화는 대한민국에 막걸리 종류만 1,000여종이 있고 그 각각의 막걸리 맛이 각기 다르다는 것 이다. 동시에 순수 한글인 막걸리가 가진 어원 ‘이제 막 걸러진 신선한 음료’란 것도 우리가 몰랐던 막걸리의 의미이다. 술이라는 어원은 막걸리에서 탄산이 나오는 모습을 ‘물에서 불이 난다’고 표현한 ‘수불’에서 시작되었다는 것도 우리가 몰랐던 막걸리의 모습. 어떻게 보면 술이란 원초적인 막걸리를 뜻하는 것 일수도 있다.
    다양한 막걸리 칵테일. 출처 막걸리 바 셰막 강남역 점
    2. 막걸리 비교 시음이 가능한 다양한 지역 막걸리가 있는 막걸리 전문점에서
    대한민국에 막걸리가 1,000종류나 있는 부분은 이해를 했는데 어디서 어떻게 마셔야 하나? 대 부분의 음식점에는 보통 한 종류의 막걸리가 많으면 두 종류의 막걸리가 메뉴에 올라와 있다. 이런 곳에서의 막걸리도 나쁘지 않겠지만, 제대로 막걸리를 즐기려면 5종류 이상 판매하는 막걸리/ 전통주 전문점이 좋다. 홍대, 이태원,강남,최근에는 대구,부산까지 영역을 확장한 이른바 ‘막걸리 바’란 곳이 그런 곳이다. 이러한 막걸리 바는 단순히 막걸리만 메뉴에 올려 놓는 것뿐만이 아닌,각각의 막걸리 특징을 세밀하게 메뉴에 기입해 놓았고, 필요하면 막걸리 설명 및 마시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막걸리 샘플러. 재료와 숙성일에 따라 색과 맛이 변한다. 막걸리 바 월향 오사까 제공
    ㆍ3. 막걸리에도 과실향이 있다고?
    막걸리의 가장 큰 편견 중 하나는 시큼털털한 맛과 향이라는 것이다. 1990년대 전까지 쌀로 막걸리를 빚으면 안 된다는 법이 지금의 막걸리의 이미지를 고정화시켜 아직까지도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바뀌지 않는 인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알고 보면 다양하고 신선한 재료로 빚은 막걸리들이 얼마든지 있다. 또한 숙성을 시키면 과실향이 풍부하게 나오기도 하는데 이런 과실향을 즐기기 위해서는 막걸리를 흔들지 말고 윗술만 마셔 보면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다. 4. 여성적인 막걸리, 남성적인 막걸리
    막걸리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우리가 생각 못하는 투철한 장인정신으로막걸리를 빚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막걸리들은 일반 막걸리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 무첨가,장기 숙성,그리고 고급재료 등으로 차별화를 진행한다. 때로는 과실과 같은 달콤함이 느껴지기도 하며 요구르트 같은 신선한 새콤함도 느끼게 해 준다. 부드러운 맛은 여성적인 이미지를 선사하기도 하며 때로는 드라이한 막걸리의 모습은 원초적인 남성적인 이미지를 느끼게 해 준다.
    과실향이 풍부한 대표적인 장기숙성 무첨가 프리미엄 막걸리 ‘자희향’
    5. 진정한 작업주는 모든 모임에서 즐거운 술, 하지만 과음하지 않는 술
    이제까지 생각되던 작업주는 격식 있는 서비스에 멋스러운 잔,그리고 풍부한 향이 있는 와인이었다. 물론 와인도 충분히 작업주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필자가 막걸리를 작업주라고 이야기한 것은 와인과는 다른 알려지지 않았던 막걸리만이 가진 개성과 매력이 있다는 것 이다. 막걸리를 와인잔에 마시고 사케처럼 일부러 데워서 마시라는 뜻이 아니다. 어설픈 흉내는 오히려 막걸리의 격을 떨어트릴 수 있다. 막걸리는 외국의 문화도 아닌 우리의 문화이다. 이제까지 우리가 잘 몰랐던 막걸리의 매력으로 대화를 진행해 나간다면 이성 간이던 사업체 간이던 그 누구들의 만남이건,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과음하지 않은 채 말이다. 필자가 막걸리에 작업주란 말을 붙인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이다.
    글,사진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mw@jurojuro.com
    Food Chosun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