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H/新줌마병법

‘코리안 대디’를 위하여 건배!

浮萍草 2013. 1. 22. 12:33
    "아빠 말 무시하는 中1 아들 자식만 감싸는 ‘히틀러’ 아내
    과로에 탈모까지 괴로운데 북유럽 아빠처럼 썰매도 끌라네
    아들과 둘이서만 여행을? 그러면 모든 문제 해결될까…"
    "으아, 자만심 상해 못살겠다. 나로호 꽁무니라도 붙잡고 지구를 떠나야겠다." "새해부터 제수씨랑 한판 했냐? 머리털은 왜 홀라당 뜯겼어?" "도대체 가장(家長)의 영(令)이 서질 않는다. 진작에 히틀러 된 마누라는 그렇다 치고, 아들 하나 있는 게 내 말을 콧등으로도 안 듣는다." "사춘기라 그렇지. 오죽하면 죽음의 레이스라고 하겠냐." "내 딴엔 격려차 중학교 1학년 아들 방에 들어갔더니 이 자식이'왜 노크도 안 하고 들어오느냐'며 대드는 거야." "잘못했구먼." "'공부는 잘되냐?' 물었더니, '아빠가 언제부터 내 걱정을 했느냐'며 노려보는 거 있지. 공부는 지지리도 못하는 게." "5일 내내 한밤중에 들어가다 주말 아침 밥상머리에서 자식 훈계하는 아빠가 제일 어리석단다. 네 성질에 점잖게 훈계만 했겠냐? 종주먹을 들이대며 으름장을 놓았겠지." "나 하나 좋자고 술 마시냐? 원형 탈모가 괜히 생겨? 나도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하는 남자야. 이거 왜 이래." "자식 사랑은 양보다 질이라잖냐. 자기 전 매일 5분만 대화해도 애들이 아버지를 하늘처럼 따른단다. 북유럽 '스칸디 대디'들은 겨울이면 애들 썰매도 끌어준다더라." "퇴근 무렵이면 두 눈이 굴을 파고들어가게 생겼는데 대화는 얼어죽을." "성공한 사람 뒤엔 자식 교육에 열성이었던 아버지가 있었다니까 하는 소리다." "선생들은 뭐하고 아버지가 애를 가르치냐? 썰매는 개가 끌어야지, 왜 아버지가 끌어?" "넌 공교육 무너졌다는 소식 아직 못 들었냐?" "공교육 무너진 게 내 탓이냐? 교육부장관 탓이지."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어느 유명 학원 원장이 학부모들더러 자녀의 성적을 탓하기 전에 아이에게 훌륭한 DNA를 물려주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 하라고 꾸짖더란다. 물려준 게 없으면 아낌없이 투자하라는 거지." "나라 교육이 미쳐 돌아가니 주변 사강(四强)이 우리를 체스판 다루듯 찜 쪄 먹으려는 거다." "선행 학습이 문제야. 인수분해도 못하는 애한테 미적분을 가르치면 알아듣느냐고.집사람이 그러는데 요즘은 원서 영역, 운(運) 영역이 따로 있어서 똑같은 수능점수를 받아도 대학 붙을 확률이 다르단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 아니라 운구기일(運九技一)이란다." "그럼 운발, 기도발 높여주는 학원에라도 가야 하는 거야?" "애들만 불쌍하지. 톰소여처럼 떠나고, 돈키호테처럼 도전하고, 줄리엣처럼 사랑해야 할 나이에." "불쌍하긴 뭐가 불쌍해? 자기들이 밥을 굶어, 학교엘 못 다녀. 부모가 절절매니 버르장머리만 나빠지지. 매를 들어야 한다고. 공부 안 하면 광에 가두고 굶겨야 한다고." "너 알타미라 동굴에서 어제 막 나왔냐? 문제는 창의성이라니까. 때리고 윽박질러서 가르치는 시대가 아니라 공부를 놀이처럼 즐기게 해야 창의가 샘솟고 스티브 잡스가 나오는 거야." "도깨비 생밤 까먹는 소리. 세상이 고꾸라져도 서울대, 아니 하버드대 졸업장이 미래를 보장하는 거다." "서울대 졸업장? 그거 빛나는 황금 도끼 같은 거다. 이쑤시개 하나 못 자르는 물건을 어디에 쓰냐고. 고등학교만 나와도 만화 하나 기똥차게 그려 수억을 버는 시대야. 두고 봐. 개나 소나 가는 대학, 차라리 안 가는 게 쉬크하고 에지 해 보이는 세상이 곧 올 테니." "내 아들은 그런 기괴한 세상이 오기 전에 때려서라도 일류대 보낼란다. 한가한 너나 썰매 실컷 밀어줘라." "명문대 나와봤자 월급쟁이밖에 더하냐? 사(士)자 들어가는 전문직들 본전도 못 빼고 고꾸라지는 거 안 보여? 현명한 부모는 사교육에 허비할 돈으로 자식 창업 밑천을 마련한다더라. 발레리나 강수진 알지? 발가락 물러터진 거 봤지? 춤추는 게 고통스러워도 마약처럼 황홀경에 빠지는 맛에 춤을 춘단다. 아이에게 그런 일을 찾아줘야 한다니까." "야 야, 이 빠진 옥수수 잠꼬대하는 소리 그만하고, 아들 놈 휘어잡는 묘책이나 내놔봐라." "여행이 최고지. 둘이서 1박2일로 기차 타고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여수 밤바다를 향해 떠나는 거야. 캬아~ 그리고 여행 가면 반드시 목욕탕에 가라. 같은 사내로서 연민과 동지애가 새록새록 솟을 테니." "내 아들도 내 등을 밀어줄까? 내가 '아프니까 살살 밀어라' 그러면 마음이 짠해질까?" "자식은 키우는 게 아니라 자라는 거란다.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일어설 수 없지. 그나저나 파마 좀 해라. 탈모는 여자로 치면 폐경이야. 늙어보이면 지는 거라고." "나이 마흔에 뭔 세상살이가 이리도 고달프냐." "한숨의 크기가 마음이지. 한숨도 있을 때 푹푹 내뱉으란다. 어느 시인이." "시도 읽냐?" "시심(詩心) 없이 이 고단한 시대를 어떻게 건너가리. 시를 위하여 건배! 무한경쟁 시대에 갈 길 잃은 '코리안 대디'를 위하여 건배!"
    Chosun         김윤덕 조선일보 기획취재부차장 sion@chosun.co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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