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종교

바오로 채플의 미켈란젤로 일반 미공개 유작

浮萍草 2011. 5. 17. 22:41
▲  도록으로만 소개됐던 ‘성 바울의 개종’과 ‘성 베드로의 순교’ 교황청 내 성구실 좌우 벽을 장식하고 있는 미켈란젤로 말년의 프레스코 대작. 국내 언론에 최초로 공개된 일반 미공개 작품이다. 왼쪽은 전도자 ‘성 바울의 개종’을, 오른쪽은 초대 교황 ‘성 베드로의 순교’를 미켈란젤로 특유의 거침없는 묘사로 그려내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도록으로만 소개됐다. 바티칸=오명철 문화전문 기자 oscar@donga.com
반인들의 접근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는 바티칸 교황청 내 성구실(聖俱室)인 바오로 채플과 그 안을 장식하고 있는 미켈란젤로의 대작 프레스코 벽화 두 점이 한국 언론에 최초로 공개됐다. 바티칸의 외교사절 접견실을 거쳐 극소수 인사만 들어갈 수 있는 바오로 채플은 16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디자인한 날렵한 근위병복을 입고 있는 스위스 용병들이 24시간 철통같은 경비를 펴고 있는 곳. 시스티나 성당에서 열리는 콘클라베에서 교황으로 선출된 추기경은 곧바로 이 곳에서 교황의 의상으로 갈아입고 바로 옆 발코니로 나가 성 베드로 광장에서 새로운 교황의 탄생을 고대하고 있는 신도들을 축복한다. 바오로 채플 건물 자체는 안토니오 다 상갈로가 건축했으며, 1537년부터 1540년 사이에 증축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과 사상 및 신학에 대해 집중 연구해 온 연세대 신학과 김상근 교수(47)가 이끄는 답사단의 일원으로 최근 국내 언론으로서는 최초로 바오로 채플에 들어가 볼 수 있었다. 또 도록으로만 소개된 채플 내 미켈란젤로의 마지막 유작 프레스코화 2점을 '친견(親見)'했다. 500년 전의 작품이지만 보존 상태가 완벽했다. 떨리는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다. 교황 바오로 3세는 미켈란젤로에게 로마 가톨릭교회의 기본 정신과 출발점을 제공했던 두 인물, 즉 전도자 바울과 초대 교황 베드로에 대한 그림을 주문했다. 먼저 그려진 '성 바울의 개종'은 1542년부터 작업에 들어가 1545년에 완성되었으며 '성 베드로의 순교'는 1550년에 완성되었다. 깔끔하고 기품 있는 바오로 채플 입구 좌우를 장식하고 있는 두 작품의 크기는 도록으로만 볼 때 어림짐작 했던 것과는 달리 각각 6.25 X 6.61m의 꽤 큰 그림이다. 정면 왼쪽의 '성 바울의 개종'에서 바울은 말에서 떨어져 있는 모습이다. 성서는 바울이 개종할 당시 비교적 젊은 사람이었다고 기록해 놓았지만 미켈란젤로는 바울을 늙은 노인으로 묘사했다. 얼굴을 자세히 보면 작품을 주문했던 바오로 3세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미켈란젤로의 교묘한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교황이 눈 먼 상태로 방향 감각을 상실한 인물로 묘사했다. 오른쪽의 '성 베드로의 순교'는 더 충격적이다. 해부학에 능통했던 미켈란젤로답지 않게 가운데 십자가에 거꾸로 달린 베드로의 몸집이 다른 사람에 비해 과도하게 크게 그려져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몸을 뒤틀면서 관람객을 응시하고 있는 순교자 베드로의 눈길이다. 미켈란젤로는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린 채로 달려 죽어가던 초대 교황 베드로가 자신을 처형하는 사람들을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보고 있는 사람을 더 예리한 시선으로 째려보는 모습을 그렸다. 그림을 찬찬히 관찰한 김상근 교수는 "이 그림을 가장 자주 볼 수밖에 없었던 사람은 교황 바오로 3세를 포함한 후대의 교황들일 것이다. 아마도 미켈란젤로는 이 그림을 통해 후대 교황들에게 '너희들도 이렇게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느냐'"고 묻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 했다. 교황 바오로 3세는 이 그림이 최종 완성되기 일년 전인 1549년에 운명했다. 그가 살아서 미켈란젤로가 그린 마지막 벽화를 보았다면 큰 충격에 빠졌을 것이다. 실제로 후대의 교황들은 미켈란젤로의 두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십자가에 거꾸로 달려 몸을 뒤틀면서 후대 교황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외치고 있는 이 의미심장한 그림을 어떤 교황이 좋아할 수 있었겠는가. 로마와 피렌체를 20번 가량 다녀 온 김상근 교수는 "내 생애에 이 그림을 직접 볼 기회가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의 청와대에도 일류 미술가를 시켜 현역 대통령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는 그림을 그려 놓으면 어떨까. 바티칸=오명철 문화전문기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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