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미생물은 공생 관계에 있지만 사람의 몸에 미생물이 침입하면 질병이 생기기도 해요.
사람들은 오랫동안 질병의 고통을 극복하고 생명을 구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죠.
끈질기게 인간을 괴롭히는 질병은 때로 인류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도 했어요.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인간과 미생물이 지나온 질병의 역사를 살펴봤습니다.
![](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603/05/htm_20160305134152384171.JPG) | ▲ 흑사병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동물의 모습을 그린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의 작품 ‘흑사병(The Plague, 1520)’. |
질병과의 전쟁|역사 편
선사시대 사람들이 걸렸던 질병
지구에는 사람이 존재하기 전부터 미생물이 살고 있었어요.
때문에 인류가 생겨난 순간부터 질병과 사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죠.
선사시대는 문자 기록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어떤 질병을 앓았고 어떻게 치료했는지 전해지지 않아요.
다만 수백만 년 전 살았던 사람들도 질병을 일으키는 기생충과 바이러스에 노출돼 있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비슷한 질병이 선사시대에도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죠.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질병은 인류 문명의 발달과 함께 새로 탄생하고 또 진화하면서 점차 모습을 드러
냈습니다.
ㆍ고대 로마를 멸망시킨 전염병
로마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대제국을 건설하고 약 200년간 평화롭게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몇 차례의 큰 전염병이 로마를 위태롭게 만들었죠. 이들 전염병은 말라리아와 두창 또는 홍역이라
여겨져요.
서기 165년 로마 동쪽 국경 부근 병사들이 질병에 걸린 채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로마 전역에 전염병이
급속히 퍼졌죠.
이 병은 180년까지 유행했어요. 증상은 높은 열이 나고 심한 설사와 갈증에 시달리다가 9일쯤 되면 피부
발진이 생기는데 많은 환자들은 발진이 생기기도 전에 사망했다고 해요.
사실 로마에 더 큰 위협이었던 것은 모기가 전파하는 전염병 말라리아였어요.
모기가 번식할 수 있는 하천과 해안의 정비가 부실해지자 말라리아가 크게 유행했죠.
전염병이 계속되자 사람들이 활력을 잃었고, 외부의 침입과 전쟁으로 국력이 약해지며 멸망했습니다.
ㆍ1347~ 중세 봉건사회를 변화시킨 흑사병
1347년 유럽 전역에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어요.
환자들은 열이 나고 기침을 심하게 했죠.
얼굴과 손발의 피부가 검게 변하곤 해 흑사병이라는 이름이 붙었죠.
육지·바다를 통해 중앙아시아와 유럽 사이의 교역이 증가하면서 흑사병을 일으키는 페스트균이 유럽에
전해지게 됐어요.
페스트균은 유럽에 사는 쥐에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 빠르게 옮겨졌습니다.
고작 5년 만에 유럽 인구 3분의 1에 해당하는 2500만 명 이상이 사망했어요.
14세기 중에 몇 차례나 더 유행한 흑사병으로 노동할 수 있는 인구가 급격히 줄고 땅은 남아돌자 지주들은 노동자에게 전보다 높은
임금을 지불해야 했어요.
새로운 노동력을 찾기 위해 식민지 건설이나 제국주의 팽창에 눈을 돌리기도 했죠.
또 흑사병에 속수무책이었던 교회의 권위가 흔들리면서 인간 중심의 사상이 출현하는 계기가 마련됐죠.
페스트는 중세의 몰락을 재촉하고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게 했어요.
ㆍ1519~ 아즈텍 문명을 사라지게 한 두창
콜럼버스의 항해 이후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황금이 가득한 신대륙을 찾아 떠났어요.
1519년 코르테스가 이끄는 스페인 병사들도 아즈텍 제국(지금의 멕시코 지역)으로 향했죠.
오랫동안 그 땅에 살고 있었던 원주민들은 외부에서 온 침입자에 저항했어요.
하지만 제대로 싸워보기도 전에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죠.
코르테스와 병사들의 몸에 붙어있던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이 아즈텍 원주민에게 질병을 일으켰기 때문이에요.
처음 접하는 세균에 면역력이 없었던 원주민들은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죠.
전염병이 휩쓸고 지나간 곳에는 시체가 넘쳐나고 겨우 2년 만에 아즈텍 문명은 멸망해버렸어요.
600명 남짓한 스페인 병사들이 수백만 명의 아즈텍 제국 원주민들을 쓰러트릴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두창(천연두) 때문이었죠
.
![](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603/05/htm_20160305134728712959.JPG) | ▲ 1 천연두 발진이 몸 전체에 나타난 아즈텍 원주민의 모습.2 1918년 스페인 독감 환자들로 가득 찬 미국 캔자스주의 한 병원. |
ㆍ1832~ 공중위생의 중요성을 알려준 콜레라
1832년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영국에서 콜레라가 발생했습니다.
도시는 공장이 뿜어내는 매연과 공장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작은 방들, 공장과 가정에서 나온 쓰레기들로 가득했죠.
이전에도 종종 발생했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콜레라는 이번엔 달랐어요.
더러운 환경에 모여 사는 사람들에게 빠르게 퍼져나가 6개월간 약 700여 명이 사망했거든요.
그 뒤로 약 35년 동안 세 차례나 더 유행했고 약 1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죠.
의사·공무원들은 병의 원인을 밝혀내고 전염을 막기 위해 노력했어요.
런던의 의사 존 스노는 콜레라가 물속에 있는 무엇인가에 의해 전파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죠.
1892년이 돼서야 오염된 식수 때문에 병이 확산된다는 사실이 확실
해졌어요.
사람들은 깨끗한 물 사용, 안전한 쓰레기 처리 등 공중위생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습니다.
ㆍ 1880~ 파나마운하의 주인을 바꾼
말라리아·황열
1880년대 파나마운하 건설은 운송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계획이었어요.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지름길이 생겨 미국의 동해안에서
서해안까지 약 1만4800㎞의 항해 거리를 단축할 수 있거든요.
처음 운하 개발에 나선 나라는 프랑스였습니다.
하지만 1881년부터 1888년까지 말라리아와 황열로 2만 명 이상의 노동자가 사망하자 운하 개발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죠.
미국은 모기가 말라리아와 황열을 전파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모기 박멸에 힘썼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어서 미국은 운하 건설을 재개할 수 있었죠.
전염병을 해결한 미국은 1914년 파나마운하를 개통하고 아메리카 대륙 전체로 영향력을 넓혀갑니다.
ㆍ1918~ 전 세계 10억 명을 감염시킨 스페인 독감
1918~19년에 전 세계에 유행한 스페인 독감은 언제 어디서 시작됐는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당시 스페인 언론이 사태를 자세히 보도하면서 스페인 독감이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전염병이에요. 단 2년 만에 전 세계 10억 명을 감염
시키고 약 2500만~400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갔죠.
한국에서도 740만 명이 감염되고 14만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2005년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 산하의 연구소에서 알래스카에 묻힌 스페인 독감 사망자의 폐 조직
에서 바이러스를 분리해냈어요. 그 결과 스페인 독감과 조류인플루엔자의 유사성이 밝혀졌죠.
ㆍ1928~ 인류를 구한 항생제 페니실린
1928년 런던 성모마리아 병원의 세균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은 여름휴가를 마치고 자신의 실험실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2주 뒤 실험실의 유리 배양접시에서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죠. 곰팡이와 가까운 박테리아
들이 파괴되어 보였던 것입니다.
마치 곰팡이의 무엇인가가 박테리아를 죽이고 있는 것 같았죠.
플레밍은 1929년 그 물질을 페니실린이라 이름 짓고 많은 박테리아를 죽이거나 억제할 수 있는
특성을 밝혀냈습니다.
페니실린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항생력을 가진 물질이에요.
1943년부터 페니실린을 대량생산하여 활용하기 시작했죠.
항생제는 질병에 걸린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
고 있어요.
ㆍ.1947~ 모기 박멸 작전과 지카 바이러스
지카 바이러스는 1947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최초로 발견됐지만 약 50년간 큰 관심을 받지
못했어요.
2015년 4월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늘기 시작하자 그 심각성을 인식하게 됐죠.
이집트숲모기와 흰줄숲모기에 의해 사람에게 옮겨지는데,가벼운 열이나 발진이 생기고 나을
수도 있지만 임신부가 감염될 경우 태아에게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요.
확실한 증거는 부족하지만 상황적으로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소두증 아이의 출산이 증가
했기 때문에 강력하게 의심이 되는 상태죠.
세계보건기구(WHO)는 지카 바이러스가 인류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판단하고 국제
전염병 비상사태를 선포했어요.
현재 백신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개발에서 보급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빠른 대응책
으로 모기 박멸이 논의되고 있죠.
수컷모기의 유전자를 변형해 생식 기능을 억제해 종 자체를 줄이는 대응책이에요.
하지만 모기를 줄였을 때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장담할 수 없다는 논란의 여지도 있죠.
현재로서는 백신이나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환자가 발생한 나라 여행을 자제하고 가급적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603/05/htm_20160305142221859575.JPG) | ▲ |
사진=wikipedia,
참고 도서=『하리하라의 몸 이야기』(해나무), 『질병의 탄생』(사이), 『신종 질병의 세계』(현실문화), 『콜럼버스의 교환』(을유문화사),
『콜레라는 어떻게 문명을 구했나』(메디치), 『세상을 바꾼 전염병』(다른), 『전염병의 세계사』(이산)
☞ ■ 글=권소진 중앙일보 인턴기자 slwitc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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