浮 - 채마밭/生活ㆍ科學ㆍ經濟

家母長 時代 社會가 온다

浮萍草 2016. 2. 29. 10:32
    "어디 남자가 아침부터 인상을!"…
    지난해 여성가구주 28.4% 경제적 주도권 쥔 여성 늘며 자연스레 남녀역할 변하는 추세 자발적으로 가사 전담하며 애 잘 보는 '뉴마초맨'도 등장
    방송에서 가모장(家母長) 발언으로 인기를 얻은
    개그우먼 김숙. /MBC
    "어디 남자가 아침부터 인상을 써!" "남자 목소리가 담장을 넘으면 패가망신하는 거 몰라?" "조신하게 살림하는 남자가 최고지." 이 땅의 딸들이 아버지 혹은 남편에게 듣던 호통을 이젠 아들들이 어머니와 그의 아내에게서 듣는다. 개그우먼 김숙은 방송에서 가모장(家母長) 역할로 스타덤에 올랐다. 아버지 말을 어머니의 말로 바꾼 발언으로'가모장숙''퓨리오숙'이란 애칭까지 붙었다. ' 퓨리오숙'은 영화 '매드맥스'에서 모계사회를 이끄는 여전사'퓨리오사'와 '김숙'을 합친 별명이다. ㆍ조신하게 살림 해, 돈은 내가 벌게!"
    여자들이 대놓고 "조신하게 살림하는 남자"를 요구하는 근거는 경제력이다. 김숙은 빚 많은 남자 연예인에게 생일 선물로 돈을 주는가 하면 연하의 남자 연예인에게 유학 비용을 대주겠다 큰소리친다. 이 개그가 먹히는 건, 김숙처럼 경제권을 쥔 여성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이 가족의 생계 책임을 맡고 있는 '여성 가구주' 비율은 지난해 28.4%를 기록했다. 20년 전에는 16.6%였다. 가모장에 대해 쓴 해나 로진의 '남자의 종말'은 마지막 장에서 한국 사회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남녀 역할이 가장 빠르게 변하는 국가라서다. 교육 지상주의 사회에서 고학력 전문직 여성들이 늘었고 젊은 여성들이 경제권을 갖자 가정과 사회도 변하기 시작했다. 여성 노동력은 지금보다 더욱 증가할 것이다. '몸과 인문학'을 쓴 국문학자 고미숙씨는 그 이유를 "남성은 서열과 위계에 민감하고 여성은 공감과 유대에 민감하다. 전자는 잘 짜인 조직에 더 적합하고 후자는 유연한 네트워크에 더 잘 맞는다"고 분석했다.
    그래픽=박상훈 기자

    '남자의 종말'에서는 여성이 주도권을 잡을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로 여성의 뛰어난'사회적 지능'을 제시한다. 인간관계에서 타인을 이해하고 적절히 대처하는 사회적 지능 덕분에 경제적 주도권이 없는 여성에게도 가모장은 성립한다. TV조선 '엄마가 뭐길래'에 나오는 강주은이 대표적인 경우다. '마초'로 알려진 남편 최민수를 아이 다루듯 제압하기 때문이다. 최민수는 돈을 벌지 않을 땐 설거지 당번을 하고 아내가 만든 음식에 불만을 표시하면 욕을 먹는다. '미국상공회의소 교육위원회 공동의장'같은 직함을 갖고 있는 강주은은 사회 활동뿐 아니라 아들과의 소통에서도 남편보다 뛰어나다. ㆍ애 잘 보는 '뉴마초맨'의 등장
    여성이 연상인 결혼이 늘어난 것도 가모장에 일조했다. 2014년 결혼한 초혼 부부 중 여성 연상(15.8%) 비율이 처음으로 동갑내기 부부 비율을 앞질렀다. 남성 연상 부부 비율은 오히려 줄었다. 나이 차에서 오는 연륜과 경제적 우세도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네 살 연하 남편과 결혼한 최모(34)씨는 "경력,저축,월급 등 모든 게 나보다 적은 남편을 대신해 결혼을 준비하다 보니 자연스레 집안의 주도권을 내가 갖게 됐다. 두 사람 수입도 내가 다 관리한다"고 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한모(34)씨는 사내 커플이었던 남자친구와 결혼하면 외벌이를 하기로 했다. 남자친구가 "결혼하면 회사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 키우며 살림을 하겠다. 그게 더 적성에 맞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업무 평가도 높고, 승부욕도 강한 한씨가 '가장'을 맡기로 한 이유다. 가모장을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남성들도 늘고 있다. 아내와 자식 양육을 책임지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다. 뉴스위크는 이런 남성들을 '뉴마초맨'이라고 소개했다. 가모장 사회에 걸맞은 새로운 마초맨들은 가정생활에 더 적극적이다. '남성의 종말'은 한국 사회에서 가사를 전담하는 남성이 15만6000명이나 되고 여성이 대학 진학과 각종 고시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데도 대다수 한국 남성들은 아직 이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꼬집는다. '가모장(家母長) 시대'는 시작됐다.
      변희원 조선일보 기자 nastyb8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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