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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5천년 전 한때 삵 길렀다

浮萍草 2016. 1. 29. 09:44
    5천년 전 산시성 신석기 농가서 발굴…먹이 주고 묻어주고, 특별 대접 
    중동서 길들인 고양이 퍼지면서 맥 끊겨, 벵골 고양이 품종은 삵 잡종
    느긋하게 햇빛을 쪼이는 삵. 우리나라의 주요한 포식동물로 멸종위기종이다. 사진=김진수 기자
    혹은 살쾡이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널리 볼 수 있는 소형 고양이과 포식자다. 고양이보다 몸집은 약간 작지만 쥐,개구리,새 등 작은 동물을 잽싸게 잡아먹는 보호동물이다. 가축으로 기르는 고양이는 삵과 전혀 다르다. 세계에 5억 마리 이상 있는 가축화한 고양이는 남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야생 고양이를 개량한 것이다.
    모든 집고양이의 조상인 아프리카 서남아이사에 서식하는 야생 고양이. 사진=Bernard DUPONT

    그런데 동아시아의 야생 고양이인 삵을 5000년 전 중국에서 가축화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양이는 멀리 떨어진 세계의 두 곳에서 전혀 다른 시기에 독립적으로 가축화되었음이 드러났다. 야생 고양이는 제 발로 가축화의 길로 접어든 것으로 알려진다. 사람이 마을을 이뤄 농사를 짓게 되자 수확한 곡물을 저장하고 음식 찌꺼기를 버리는 곳에 쥐가 꼬이기 시작했다. 소형 포유류 전문 사냥꾼이 인가로 접근하게 됐다. 사람들은 이 새로운 친구의 등장을 환영했을 것이다. 농사의 발상지인 중동에서 고양이의 흔적이 가장 먼저 발견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집트 12대 왕조 시대였던 기원전 20세기 벽화에는 이미 고양이가 그려져 있었다.
    새끼를 데리고 있는 어미 고양이를 본뜬 이집트의 고양이 도기.
    기원전 2000년 벽화에도 고양이가 등장한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슨
    이집트에 왕조가 생기기 전인 5800년 전 한 귀족의 묘에서 어미와 새끼 등 6마리의 고양이 골격이 출토되기도 했다. 가장 오랜 고양이 골격은 1만년 전 것으로 키프로스의 유적지에서 나왔다.  2001년 중국 산시성의 신석기 유적지 촨후춘에서 고양이 뼈 8점이 출토됐다. 약 5300년 전 신석기 때 수수와 기장을 짓던 농가의 유적이었는데,돼지,개의 골격과 함께 나온 것이다. 피오나 마셜 미국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 캠퍼스 동물고고학자 등의 2014년 <미국립학술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을 보면,고양이 아래턱 이의 탄소와 질소 동위원소는 이 고양이가 곡물을 먹고 자란 작은 동물을 먹이로 했음이 분명했다.
    신석기 중국 농가에서 발굴된 고양이의 두개골. 사진=J.-D. Vigne_CNRS_MNHN

    발굴한 고양의의 턱뼈는 흥미로웠다. 이가 모두 닳은 상태여서 늙은 고양이였을 텐데 이렇게 이가 무디어지도록 살아남을 수 있었던 까닭은 사람이 돌봤음을 가리킨다. 이곳의 고양이 유적은 사람과 고양이가 공생관계를 이룬 가장 이른 시기의 증거로 꼽힌다.   그렇다면 이 고양이는 어디서 왔을까. 당시 많은 과학자는 중동에서 가축화한 고양이가 동서 간 교역로를 통해 전파됐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장-데니스 비뉴 프랑스 소르본 대학 고생물학자 등 프랑스,영국,중국 과학자들은 촨후춘의 고양이 골격을 정밀 분석한 결과 이 고양이가 중동에서 가축화 한 것이 아니라 중국에 자생하는 야생 고양이인 삵을 길들인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연구결과는 온라인 과학저널 <플러스 원> 1월22일치에 실렸다.
    세계 집고양이의 원종인 아프리카-서남아시아 야생 고양이(황토색)와 삵(초록색)의 분포도. 숫자 1은 고양이 골격이 발견된 촨후춘을 가리킨다.
    그림=비뉴 외 (2016)

    연구자들이 이런 가설에 도달한 이유가 몇 가지 있었다. 먼저, 골격을 정밀 측정한 결과 중동의 애생 고양이도 중국 현지에 서식하는 다른 야생 고양이와도 전혀 달랐고 삵과 비슷했다.  또 삵보다 일관성 있게 몸의 크기가 작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고양이 골격들은 현대 삵의 가장 작은 크기 범위 안에 들었다. 야생 친척에 견줘 몸집이 작아지는 것은 가축화의 주요한 특징이다. 고양이의 골격이 온전하게 발견되기도 했다. 저절로 죽은 개체라면 청소동물 때문에 골격이 흐트러지게 마련인데,누군가 고이 묻은 것처럼 보였다. 쥐를 부지런히 잡는 이들 신석기 고양이들은 꽤 특별한 대접을 받았던 것 같다. 연구자들은 이 고양이가 삵을 가축화한 초기 단계였을 것으로 보았다. 또 이번 연구로 야생 고양이의 가축화에는 농업이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되었음이 드러났다.
    삵은 가축화의 길을 걷지 않았다. 대신 멸종위기종이 됐다. 2014년 서울동물원이 증식시킨 삵을 시화호 갈대공원에 풀어놓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중국 산시성의 ‘삵고양이’는 오늘까지 살아남지 못했다. 중동에서 가축화한 고양이는 세계로 퍼져나갔고 당나라 때 고양이는 이미 애완동물이자 쥐 잡는 동물로 왕실과 관청 등에서 사랑받고 있었다는 역사 기록이 남아 있다. 삵을 가축화한 고양이는 그보다 훨씬 인간 친화적인 중동산 고양이에게 자리를 넘겨주었을 것이다.   삵의 가축화가 다시 한 번 시도되기는 했다. 1960년대부터 야생 고양이의 형질을 지닌 고양이를 개량하기 위해 고양이와 삵의 잡종을 만들려는 노력이 이뤄졌고 그 결과 ‘벵골고양이’라는 품종이 탄생했다.
    집고양이와 삵을 교배해 만든 고양이 품종 벵골 고양이.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삵은 사람이 변형시킨 자연과 경작지 환경에 작 적응한다. 5000년 전 가축화의 길로 접어들 뻔했지만, 아직도 야생동물로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Vigne J-D, Evin A, Cucchi T, Dai L, Yu C, Hu S, et al. (2016) Earliest “Domestic” Cats in China Identified as Leopard Cat (Prionailurus bengalensis). PLoS onE 11(1): e0147295. doi:10.1371/journal.pone.0147295
      조홍섭 한겨레신문 환경전문기자겸 논설위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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