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F S = ♣ /정재승의 영혼공작소

4 뇌 거짓말탐지기

浮萍草 2016. 1. 16. 10:32
    알리바이 조작? 복외측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되리
    거짓말 탐지기의 역사는 무려 100년이나 된다. 혈압·맥박·호흡 등을 확인해 진술자의 현재 심리상태를 파악하고 거짓말 유무를 구별해낸다. 아직은 기존의
    거짓말 탐지기는 물론 최근 등장하고 있는 뇌활동 기반 거짓말 탐지기까지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될 만큼 충분히 신뢰를 받지는 못하는 형편이다.스콧 데릭슨
    감독의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2008)에서 클라투(키아누 리브스)가 미국 경찰의 조사를 받으며 거짓말 탐지기 앞에 앉아 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리는 얼마나 자주 거짓말을 할까? 미국 미시간주립대 프랭클린 보스터 교수와 그의 동료들에 따르면,인간은 1주일에 평균 10번,1년에 약 500여건의 거짓말을 한다. 친구들과 만날 때면, 거짓말을 하지 않고서는 10분도 대화가 어렵다는 사람이 무려 60%나 된다. 인간의 언어는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거짓말을 하기 위해 발달하게 됐다는 가설이 나올 정도로 인간의 거짓말은 보편적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나를 좀더 근사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구가 과장과 왜곡,거짓말을 만들어낸다. “너 왜 이렇게 예뻐졌니!” “제가 브이아이피(VIP)를 좀 압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상대방의 거짓말을 알아채고 싶은 욕구’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맞벌이 부부가 집에 들어와 가족들 앞에서 하는 ‘회사에서 겪는 무용담’이 얼마나 진실인지, 아이들이 손 내밀며 필요하다고 말하는 학습지가 얼마나 필요한지, 거짓말 탐지기가 필요할 때가 종종 있다. ㆍ친숙한 것과 생경한 것에 대한 반응
    범죄를 저지른 상황이라면, 거짓말은 그 어느 때보다도 유용한 전략일 수밖에 없다. 범죄자는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고,검찰은 용의자가 하는 말 중에 거짓이 무엇인지 가려내는 신문의 과정에서,거짓말 탐지기는 꼭 필요하다.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마스턴이 혈압 변화를 이용해 처음으로 현대적인 거짓말 탐지기를 고안해 낸 것이 1915년이니,거짓말 탐지기의 역사는 무려 100년이나 된다.(윌리엄 마스턴은 필명 찰스 몰턴으로 ‘원더 우먼’을 그린 만화가이기도 하다!) 생리학 박사를 받고 캘리포니아 경찰이 된 존 라슨은 마스턴의 논문을 읽고 이를 발전시켜 혈압,맥박,호흡 등을 동시에 자동적으로 기록하는 폴리그래프를 만들게 됐고 그의 동료인 레오나르드 킬러는 여기에 땀에 의한 피부 전도도를 추가해 거짓말 탐지기를 업그레이드하기도 했다. 생리반응 측정 거짓말 탐지기는 한때 각광받기는 했으나 널리 활용되지는 못했다. 진위 여부를 떠나, 신문의 상황에서 비정상적인 반응이 나오는 확률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또 개인 편차가 심해 심약한 사람들에게 이상 반응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못했다. 윌리엄 마스턴이 혈압 변화로 거짓말 탐지기 고안한 게 1915년 존 라슨과 레오나르드 킬러는 맥박·호흡과 피부 전도도 추가 20세기 후반부터는 뇌 반응 주목 뇌활동 기반 거짓말 탐지기는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될 만큼 충분히 신뢰되고 있지는 않지만 미 연방정부 직원 채용 테스트 등 일반적 상황에서는 널리 사용추세
    1923년, 강도 및 살인으로 기소된 19살 소년의 재판 과정에서 거짓말 탐지기 자료가 법원에 제출됐고, 법원은 이를 증거로 채택할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법원은 ‘거짓말 탐지기가 학계에서 충분히 신뢰성이 높다고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결국 이를 증거로 채택하는 것을 거부했다. 이 판례는 그 후 ‘프라이 원칙’으로 불리면서, 특정 기술을 활용해 얻은 데이터가 법정에서 증거 능력을 갖기 위해서는 충분히 신뢰성을 갖고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기준을 제공하게 된다. 20세기 후반 들어 뇌활동을 측정해 거짓말을 가려내는 거짓말 탐지기의 가능성이 탐구되었다. 거짓말을 할 때 땀 분비가 늘어난다거나 심장박동이 빨라진다든가 하는 생리적 반응은 간접적인 반응이다. 신경범죄학의 권위자 에이드리언 레인 박사는“범죄자는 정상인들과는 달리 위험 상황에 처해도 두려움을 거의 느끼지 않으며 범죄를 저지르는 동안 태연하게 식은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이들은 전전두엽 피질,편도체,해마,각회 등 뇌의 특정 영역 기능이 일반인보다 현저히 떨어져 있기 때문에,뇌활동 자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거짓말을 만들어내는 뇌의 활동을 직접 측정할 수 있다면, 좀더 높은 신뢰도를 가진 증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뇌활동을 측정하는 거짓말 탐지기 중에서 가장 간단한 형태는 ‘친숙한 것과 생경한 것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다르다’는 사실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기존의 다양한 범죄 현장 사진들 사이에 특정 사건 현장 사진을 섞어 용의자에게 보여주면 용의자가 범죄 현장에 있지 않았다면 무심히 지나치겠지만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익숙한 현장이라면 다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용의자의 뇌활동이 범죄 현장을 알아보는 반응을 보인다면 이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용의자에게 수많은 얼굴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 가운데 누가 공범인지 피해자인지를 가려낼 수도 있다. 용의자의 뇌활동은 그가 어느 얼굴 사진을 익숙하게 여기는지 알려준다. 이런 변화는 빠른 측정이 용이한 뇌파(EEG)로도 검출가능하며, 자기공명 뇌영상촬영기법(fMRI)을 활용할 수도 있다. ㆍ‘프라이 원칙’ 대신 ‘도버트 원칙’
    “사건 당일, 범행 추정 시간에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범인이 아니라면 이런 질문에 대해 뇌는 당시 기억을 더듬는 과정을 수행하겠지만 범인이라면 진실이 떠오르는 걸 억제하고 새로운 알리바이를 만들어내는 창작 활동이 필요하다. 영국 셰필드대학교 정신과 숀 스펜스 교수는 거짓말을 하는 용의자의 뇌 중 복외측 전전두피질이 진실을 억제하고 새로운 알리바이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활성화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2007년에는 이를 이용해,자신의 딸을 독극물을 먹여 죽였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한 여성의 뇌를 스캔해 그가 현재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일약 스타가 되었다. 이 실험 과정이 영국 텔레비전에 방영돼 이 방송 자체가 한동안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20세기 후반까지는 주로 뇌파나 특정 활동 관련 전위(Event-related potential)를 이용한 거짓말 탐지기가 주로 활용되었다가,21세기 들어서면서 좀더 정교한 에프엠아르아이 장치를 이용한 거짓말 탐지기 결과가 법정에 제출되었다. 거짓말 탐지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도 생겼다. 가장 유명한 회사로서,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위치한 ‘세포스’와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노 라이 엠아르아이’(No Lie MRI)는 에프엠아르아이를 이용해 진실을 찾아 내고 법정 증거로 제출해주는 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다. 실례로, 2009년 샌디에이고에서 에프엠아르아이를 이용한 거짓말 탐지기 결과가 처음으로 법정에 제출됐다. 자식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혐의로 고소된 아버지가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노 라이 엠아르아이’사에 뇌 스캔을 의뢰했고, 회사는 아버지가 결백하다는 증거를 법원에 제출했다. 그렇지만 법원은 ‘에프엠아르아이 거짓말 탐지기 결과가 증거로서 아직은 충분한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증거로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이 거짓말 탐지기 결과를 증거로 채택하느냐에 대해서는 현재 프라이 원칙 대신, ‘도버트 원칙’에 비추어 판단하고 있다. 1993년 연방대법원은 어떤 약물의 유해성을 주장하는 재판에서 역학 연구자의 증언과 관련된 도버트 사건을 통해 과학적 증거의 허용에 대한 새로운 요건들을 제시했다. 도버트 원칙의 새로운 요건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검증이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실제로 검증을 했는가? 둘째, 저널에 제출돼 동료들의 리뷰를 충분히 받은 바 있는가? 셋째, 그 방식에 대해 널리 알려져 있어 잠재적인 오류의 발생률은 계산할 수 있는가? 오류 가능성이 계산 가능하다면 어느 정도 되는가? 넷째, 누구에게나 재현 가능하도록 실험 과정에 대한 표준이 제공돼 있는가? 다섯째, 관련 분야에서 전문가들에게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그렇다면, 뇌활동을 기반으로 한 거짓말 탐지기는 도버트 원칙에 부합돼 법정에서 증거 능력을 갖추고 있을까? 2010년, 피고인 론 셈로는 의료보험 부정 청구 사기죄로 기소되었는데 사기 행위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의도적으로 법을 위반했다는 고의의 증명이 있어야 했다. 셈로는 ‘의료보험 청구의 사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내가 의도적으로 부정 청구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으며,이를 입증하는 증거 자료로 이러한 진술을 할 때 그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에프엠아르아이 거짓말 탐지기 결과를 제출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이 제출한 에프엠아르아이 결과의 신뢰성을 평가하기 위해 도버트 원칙을 적용했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맺었다. 법원은 에프엠아르아이 거짓말 탐지기의 원리가 충분히 검증되었고 이미 여러 편의 논문이 출간된,검증된 사실이라는 데에는 이견을 달지 않았다. 그러나 사용된 방법과 기술 운영을 통제하는 표준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으며 일반적으로 학계에서 뇌활동을 기반으로 한 거짓말 탐지기의 신뢰성이 널리 받아 들여지고 있는 건 아니라는 것에 주목했다. 다시 말해, 아직은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될 만큼 충분히 신뢰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2007년까지 19개 주에서 거짓말 탐지기의 결과를 법정에서 증거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좀더 널리 사용되고 있는 추세다. 예를 들어, 미국은 연방정부에서 일하는 직원을 뽑을 때 매년 약 7만명의 지원자에 대해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ㆍ증인이 만약 잘못된 기억을 신뢰한다면?
    아직은 뇌활동에 기반을 둔 거짓말 탐지기에는 허점이 많다. 무엇보다도,거짓말과 거짓 기억을 구분해내지 못한다. 다시 말해, 본인 스스로 잘못된 기억을 진짜 기억이라고 믿는다면 거짓을 말할 의도가 없다 하더라도 구분할 수 없다. 증인의 증언을 매우 중요한 증거로 채택하고 있는 현재의 양형제도에서 증인의 잘못된 기억을 신뢰하는 것은 과연 옳을까? 이것은 거짓말 탐지기의 한계를 넘어,현재 증인의 증언을 신뢰하는 법정 양형 제도의 한계이면서, 더 나아가 ‘인간의 기억은 과연 얼마나 신뢰할 만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한 가지 희소식은 얼마 전 미국신경과학저널에 가짜 기억을 토대로 한 거짓 증언까지 구별해 내는 것이 가능함을 시사하는 논문이 실려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이 발견한 것은 진짜 기억을 회상할 때와 가짜 기억을 회상할 때 뇌의 전혀 다른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이다. 진짜 기억을 회상할 때는 뇌에서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해마’ 부위가 활성화되지만 가짜 기억을 회상할 때는 전두엽 일부와 두정엽 일부가 함께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의도하지 않은 거짓말까지 찾아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역사가 가장 오래된 법심리학 장치 중 하나인 거짓말 탐지기에 에프엠아르아이를 이용하면 정확도는 85%까지 높아질 수 있다. ‘ 뇌지문감식’이라 불리는 뇌파검사기법은 용의자가 알리바이·사건 순서의 세부사항 등을 정확히 알고 있는지에 대한 지식 여부를 평가하는 데 향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내 의식이 말은 통제할 수 있지만 뇌반응까지는 통제할 수 없다’는 명제가 법의학을 구원할 날을 기대해 본다.
           정재승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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