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F S = ♣ /정재승의 영혼공작소

3 뉴로마케팅

浮萍草 2015. 12. 26. 10:59
    고객이 왕이라면 왕의 뇌를 찍어봐라
    뉴로마케팅은 소비자들의 경험과 그에 대한 반응,그리고 표현을 함께 측정하는 기법으로 광고나 제품을 경험하는 동안 뇌에서 벌어지는 반응을 측정하고,
    설문조사도 함께 하면서 반응과 표현이 모두 좋은 결과를 얻고자 하는 시도다.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의 배경인 2054년,주인공
    존 앤더턴이 쇼핑몰에 들어서자 컴퓨터는 망막 스캔을 통해 그를 알아보고 지난번 구입한 물건은 마음에 들었는지 묻는다.20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년 2월이 되면,미국은 미식축구의 진정한 챔피언을 가르는 ‘슈퍼볼’ 경기로 열기가 뜨겁다. 슈퍼볼이란 북미 미식축구 리그(NFL)에서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우승팀이 단판승부로 최고의 챔피언을 결정하는 경기다. 슈퍼볼 경기 날이 되면, 미국인들은 가족이나 친구들과 한데 모여 맥주를 마시며 경기를 즐긴다. 미국에서만 1억명, 세계적으로 3억명 가까이 이 행사를 시청하기 때문에 슈퍼볼은 기업들에 가장 큰 대목이다. 전세계인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기 위해 경기 중 보여줄 광고를 제작하는 데 일년 내내 준비한다. 광고 단가도 1분에 100억원이 넘는다. 미국의 경제주간지<비즈니스위크>에 실린 기사‘슈퍼볼 이코노미’에 따르면 기업 광고,슈퍼볼 관련 행사 등 슈퍼볼이 만들어내는 경제적 부가가치가 무려 2조원에 이른다. ㆍ부정확한 설문 말고 속마음 엿보기
    이렇게 막대한 돈을 들여 만든 광고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마르코 이아코보니 교수는 슈퍼볼 경기 중 나온 광고들이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구매욕을 자극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발한 실험을 설계했다. 피험자들을 자기공명영상장치(fMRI) 안에 눕게 한 후,실제로 슈퍼볼 경기가 열리는 동안 광고들을 그 안에서 보게 하고 그들의 뇌반응을 관찰한 것이다. 뇌영상 패턴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일으킨 최고의 광고에서부터 부정적인 반응을 유발한 최악의 광고까지 리스트를 만들어 세상에 공개했다. 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카콜라 광고는 소비자들에게 가장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선호를 표상하는 뇌영역이 활발하게 자극받은 것이다. 하지만 과자회사 도리토스의 에메랄드 너츠 광고는 거의 아무 반응도 일으키지 못했다. 실제로 슈퍼볼 막간에 나온 광고 중 3분의 1 정도는 ‘안 하느니만 못한 광고들’이었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얻었다. 놀라운 것은 기업들이 광고를 제작하는 데는 수십억원 이상을 쏟아부으면서 광고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과학적으로 검증하지 않는다는 사실 이다. 광고는 제품을 인지시키고 구매욕을 자극할 만큼 선호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이 그 목표다.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 사이에 상영해, 많이 보게 하는 데만 급급해선 안 된다. 이아코보니 교수는 시청자들에게 설문조사나 심층 인터뷰를 통해 광고효과를 측정하지 않고,왜 뇌영상을 촬영해 검증하려 했을까? 시장조사에서 흔히 사용하는 설문조사나 심층 인터뷰는 기본적으로 ‘인간은 자신의 경험과 반응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출발한다. 그래서 그들이 광고를 보는 동안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표현해 달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인간은 자신의 뇌에서 벌어지는 반응이 어땠는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며,그것을 표현하는 데는 더욱 서툴다. 특히 광고의 경우 잠재의식적인 반응도 상당히 많은데,그런 것들은 소비자가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다 보니 설문 결과는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시장조사의 한계다. 이때 등장한 기법이 바로 뇌영상 촬영을 통한 ‘뉴로마케팅’ 기법이다. 뉴로마케팅은 소비자들의 경험과 그에 대한 반응,그리고 표현을 함께 측정하는 기법이다. 그들이 광고나 제품을 경험하는 동안 뇌에서 벌어지는 반응을 측정하고 설문조사도 함께 하면서 반응과 표현이 모두 좋은 결과를 얻고자 하는 시도다. 예를 들면, 기아자동차 K7의 이름을 짓는 프로젝트를 수행한 적이 있다. 자동차 디자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알파벳과 숫자 조합의 브랜드 이름을 찾는 프로젝트였다. 잠재적 고객들에게 자동차 사진과 함께 알파벳과 숫자 조합을 제시한 후,연상되는 형용사를 보기 중에서 골라달라고 부탁한다. 우리는 그들이 답을 찾는 동안 어떤 형용사들을 살펴보는지까지 시선 추적을 했다.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자동차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알파벳과 숫자 조합 이름을 제시하면 사람들은 ‘엉뚱한’ ‘우스꽝스러운’‘어울리지 않는’ 같은 단어를 오랫동안 주시한다. 그들 사이에서 어떤 단어를 선택할까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들이 정작 선택하는 단어는‘특이한’ ‘희한한’ 같은 단어들이었다. 다시 말해, 어울리지 않는 브랜드 이름을 제시하더라도,피험자들은 극단적인 대답은 자제하고 평이한 대답으로 수렴해서 대답하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그들의 속마음을 이해하려면,무의식적으로 자꾸 쳐다보면서 고민했던 단어들이 무엇이었는지 살펴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들의 대답만 믿어서는 안 된다. 슈퍼볼 경기 수조원어치 광고효과 검증 위한 피실험자 뇌영상 촬영 코카콜라 광고 가장 긍정적 반응 에메랄드 너츠 광고 거의 무반응 1/3은 안 하느니만 못한 광고들 뇌에서 벌어지는 반응을 통해 고객들이 왜 이 제품 싫어하는지 또는 선호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로고에서부터 향기, 포장 등 의사결정 순간 뉴로마케팅 도움 ㆍ남녀의 쇼핑 차이 분석
    기업은 서비스와 제품으로 고객을 만족시키면서 성장한다. 고객의 만족이 가장 중요한 기업의 목표다. 이를 위해 고객의 마음을 읽는 건 필수다. 그러나 기업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세상에 내놓기보다는,그들이 만들 수 있는 제품을 세상에 내놓는다. 품질이 좋고 값이 싸면 사람들이 구매할 거라고 믿으면서. 만약 그들의 전략이 맞다면 신제품들은 대부분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며,시장조사는 실패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해야 한다. 그러나 세상에 나온 신제품들의 80%는 5년 이내에 세상에서 사라지며,시장조사는 신제품의 실패를 예견하지 못한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제품에 대해 잠재적 고객들이 어떻게 판단하는지 냉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신경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뇌에서 벌어지는 반응으로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정도가 생각 이상으로 깊어졌다. 고객들이 왜 이 제품을 싫어하는지 왜 선호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방법을 이용해 제품의 로고부터 향기,포장,브랜드 이름,광고효과 등 다양한 의사결정 순간에 뉴로마케팅이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시장조사 회사인 닐슨이 뉴로마케팅 전문 회사 뉴로포커스를 거액을 들여 산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예를 들면,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 세트메뉴 사진과 가격은 떨어져 있는 게 판매에 도움이 될까, 같이 붙어 있는 게 유리할까? 최신 뉴로마케터들은 두 상황을 실제로 만들어놓고 사람들의 행동과 뇌반응을 관찰한다. 햄버거 세트메뉴 사진은 매우 긍정적인 자극(보상)이지만,가격은 부정적인 자극(비용)이다. 따라서 두 자극은 멀리 떨어져서 제시될 때,보상에 대한 반응이 극대화되어 소비자들은 비싼 세트메뉴를 충동적으로 구입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가격 정보는 필요하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 있는 가격을 보기 위한 노력을 한다. 따라서 주문을 하는 데 상대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 햄버거 세트메뉴 사진과 가격을 가까이 붙여놓으면,주문을 하는 데 시간은 단축되지만 싼 세트메뉴를 선택할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붐비는 지역에 있는 햄버거 가게냐, 한가하기 때문에 비싼 메뉴들의 판매가 중요한 곳이냐에 따라 전략이 달라진다. “토미 힐피거에서 나온 남성용 로션이 어디 있어요?” “샤넬에서 나온 애프터셰이브 로션은 어디 있어요?” “체크무늬 머니클립은 어디 있나요?” 독일의 한 마케팅 업체가 백화점에서 일하는 점원들을 인터뷰한 결과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됐다. 내용인즉슨, 남자 손님과 여자 손님이 점원들에게 물어보는 질문의 내용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여자 손님들은 대개 제품의 특징이나 구매 후 관리,색상과 디자인,가격과 세일 기간 등 제품에 대한 상세 정보를 꼼꼼히 질문하는 반면,남자 손님들은 내가 찾는 제품이 도대체 ‘어디 있는지’를 물어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즉, 여성은 물건을 판매하는 점원을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전문가’로 생각하는 반면,남성은 자신이 물건을 사는 행위를 도와주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독일의 님펜부르크대학 연구팀은 시선 추적(eyetracking) 장치를 이용해 쇼핑을 할 때 남성과 여성이 둘러보는 방식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다. 시선 추적 장치는 고객의 눈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특정 지점에 머무는지 1㎜ 간격으로, 10분의 1초 단위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장치다. 고글 모양으로 생긴 이 장치를 남녀에게 씌운 뒤 남녀가 백화점 상품들을 둘러보는 과정을 추적조사해 봤더니 제품을 둘러보는 방식이 매우 다르게 나타났다. 물건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남성은 상품의 진열대를 수박 겉핥기 식으로 대충 쓱 훑어보는 정도에 그친다. 그 결과 꼼꼼하게 상품 진열대를 살펴보아야만 찾을 수 있는 작은 물건을 쉽게 놓쳐버린다는 것이다. 반면 여성의 눈은 남성보다 훨씬 예리했다. 훨씬 꼼꼼히 관찰하고 자주 눈길을 멈췄으며 세부적인 것들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숲이 아니라 나무 하나하나에 관심을 보이는 타입이란 얘기다. 이를 바탕으로, 뉴로마케터들은 남성용 제품이냐,여성용 제품이냐에 따라 제품을 전시하고 구체적인 특징을 소개하는 방식에 관해 전혀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ㆍGAP 로고는 실패 사례로 기록
    웨어러블 뇌파 측정기처럼 쇼핑을 하거나 서비스를 경험하는 동안 뇌활동을 측정할 수 있는 장치들이 등장하면서 뉴로마케팅은 더욱 활력을 얻었다. 뉴로마케팅은 이제 마케팅의 한 기법을 넘어 제품을 기획하고 혁신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필수 과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혁신은 시장조사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제품이 뭔지 모른다.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그것이 시장에 나왔을 때 그 순간 자신의 욕망을 발견하는 것이다. “맞아! 내가 이런 걸 원했었어! 내가 진짜 필요한 게 바로 이런 거야!”라고 말이다. 따라서 혁신은 고객도 모르는 그들의 속마음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미국의 자동차회사들은 쇼룸에 콘셉트카를 전시하면서 방문한 고객들이 콘셉트카를 보며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모니터링한다. 그들이 시선을 추적하고 그때 뇌반응을 웨어러블 뇌파 측정기로 관찰한다. 콘셉트카의 어디를 볼 때 긍정적이었는지, 혹은 부정적이었는지 모니터링해서 최종 디자인을 결정한다. 뉴로마케팅이 늘 성공한 것만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갭(GAP)이다. 세계적인 패션브랜드 갭은 저가 패션브랜드 전문 업체임에도 갭 로고의 서체가 빈티지하고 권위적인 인상을 주어,갭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향후 오랫동안 사용될 브랜드 로고를 뉴로마케팅 기법을 활용해 다시 제작하였다. 훨씬 발랄하고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로고가 완성되었지만 기존 갭 열성팬들의 반대로 결국 사용이 무산됐다. 사실 어울리지 않는 건 맞지만, 익숙한 로고가 바뀌니 충성도 높은 고객들은 분노할 수밖에. 2015년 우리는 왜 뉴로마케팅을 주목해야 하는 걸까? ‘우리 회사는 고객이 왕입니다’‘고객 중심의 회사’ 같은 말을 기업들은 입버릇처럼 내뱉지만,실제로 그들의 마음을 읽으려고 어떤 노력을 해왔는가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뉴로마케팅이 아니더라도,기업은 고객의 속마음을 읽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을 시도해야 한다. 시장조사뿐만 아니라 뉴로마케팅 연구팀도 만들고 랩이나 모델하우스도 만들어서 실제로 고객의 삶을 모니터링하고,시장에 나가 그들의 행동을 관찰해야 한다. 뉴로마케팅은 뇌 영상 촬영을 통해 그것을 도와주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시장조사 결과가 나쁘다고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시장조사 결과가 좋으면 기쁜 마음으로 출시하고,결과가 그저 그러면 ‘원래 이런 건 잘 안 맞아’ 하면서 불편한 마음으로 출시하는 거다. 그런 시장조사를 도대체 왜 하는가! 기업엔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제품에 대한 고객 반응의 객관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뉴로마케팅은 바로 그 방법 중 하나다.
           정재승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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