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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동물 되살리면… 지구생태도 부활할까

浮萍草 2015. 12. 26. 20:58
    400년前 사라진 대형 초식동물 복원
    시베리아 동토층에 말·순록 방목도
    草地 유지해 이산화탄소 방출 막아
    일부에선 "과학적 자만이다" 비판
    
    네덜란드 남쪽 켐펀-브룩 자연보호구역. 안개 속에서 뿔이 기다란 소들이 풀을 뜯고 있다. 
    한가로운 농촌 풍경 같지만 그 안에는 과학자들의 거대한 꿈이 담겨 있다. 
    인간은 자연을 황폐하게 만들고 그 안에 깃들어 살던 동물들을 멸종시켰다. 
    켐펀-브룩에서는 이를 역전시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멸종한 동물을 되살려 그들의 힘으로 자연을 복원시킨다는 것. 기술의 힘으로 지구온난화를 막고 생태계를 복원하는 지구 공학 실험의 하나이지만 사람이 아닌 
    동물,그것도 멸종한 동물의 힘에 기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ㆍ400년 전 멸종한 소 되살려
    네덜란드 생태학자 로널드 고더리 박사는 지난 7년간 멸종한 소를 되살리는 연구를 했다. 바로 17세기 멸종한 '오록스(aurochs)'이다. 이 소는 프랑스 라스코 동굴벽화에도 등장한다. 거대한 뿔과 길고 가는 다리에, 어깨와 목 근육이 다부진 구석기시대 유럽의 대표적 초식동물이었다. 오록스는 1만년 전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농업이 탄생하면서 멸종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시 인류는 다른 소과(科) 야생동물을 길들여 가축으로 삼았고,오록스는 사냥해 고기로만 먹었기 때문이다. 이후 유럽에서 왕실 사냥용으로 보존되다가 1627년 폴란드에서 마지막 오록스가 죽었다. 복원 노력은 1920년대에 시작됐다. 오록스는 멸종했지만 살아생전 다른 소과 동물과 교배해 자신의 특징을 조금씩 가진 후손들을 퍼뜨렸다. 과학자들은 이들을 교배하면서 거꾸로 오록스의 특징을 많이 가진 소들을 추려냈다. 아일랜드 과학자들은 지난 10월 '게놈 생물학'지에 6750년 전 오록스 화석에서 확인한 유전 정보가 최근 복원한 오록스와 대부분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켐펀-브룩에 방목한 소가 바로 오록스의 복원판이다. ㆍ숲 차단해 동토층 보호
    유럽 과학자들은 대형 초식동물을 생태계에 도입해 초지(草地)를 보호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유럽에는 버려진 농경지가 많다. 이곳은 그대로 두면 원래의 초지로 돌아가지 않고 키 작은 나무들로 뒤덮인다. 대형 초식동물은 나무의 싹을 뜯어 먹고 발로 밟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초식동물의 배설물은 풀이 자라는 데 거름도 된다. 원래의 초지가 복원되면 다른 야생동물들도 돌아올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한다. 북극에 가까운 동토(凍土) 지대에서도 같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 세르게이 지모프 박사는 시베리아에 140㎢ 면적의 구석기 공원을 조성해 엘크와 야쿠트 말 등 대형 초식동물을 방목하고 있다. 지모프 박사는 2006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시베리아 동토 지대가 녹아내리면 지하에 갇혀 있던 5000억t의 이산화탄소와 메탄 같은 온실가스가 대기로 방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을 섭씨 0.3도 올릴 수 있는 양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동토층이 녹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다. 동토층에서 눈은 한기를 막는 보온재 역할을 한다. 초식동물은 겨울에 풀을 찾아 눈을 파헤쳐 땅을 찬 공기에 노출시킨다. 동토층이 녹지 않고 언 상태로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겨울에 구석기 공원에서 초식동물이 풀을 뜯은 곳은 다른 곳보다 온도가 2도 더 낮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여름에는 풀이 나무나 이끼보다 더 햇빛을 잘 반사해 지표 온도가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르웨이에서는 순록을 이용해 숲의 확대를 막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ㆍ과학의 자만이란 비판도
    지모프 박사는 1980년대부터 시베리아에서 야생 복원 연구를 하고 있다. 그의 계산대로라면 매머드가 활보하던 당시의 자연을 회복하려면 1㎢당 20마리의 대형 초식동물이 필요하다. 시베리아 전체로 보면 수백만 마리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구석기공원에 사는 초식동물은 70여 마리에 불과하다. 과학적 근거를 둘러싼 논란도 있다, 강호정 연세대 사회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시베리아에서 나무가 겨울에는 지표 온도를 높이지만 여름에는 그늘을 만들어 오히려 온도 상승을 막는다는 주장도 있다" 고 말했다. "인위적으로 생물종을 복원해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다는 생각은 과학의 자만"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영완 조선일보 산업부 차장 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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