浮 - 채마밭/健康ㆍ醫學

췌장암 신약명에 어머니 이름을 붙인 바이오기업 대표

浮萍草 2015. 12. 25. 22:17
    김상재 젬백스 대표
    기도 판교 사옥 10층 집무실에 들어섰을 때 김상재 젬백스 대표는 그림을 바라보고있었다. 
    서세옥 화백 작품으로, 최근 경기도 고양시는 ‘서세옥 미술관’을 짓겠다고 했다. 
    한참 뒤 김 대표가 말했다. 
    “이거 팔겁니다. 투자액보다 2배 가격 받고요.”
    그의 집무실은 서판교 일대를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는 위치다. 
    김 대표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저기 보이는 저 건물과 그 반대편 건물, 둘 다 대기업에 임대됐습니다”라고 했다. 
    이것은 부동산 임대를 통해 상당한 액수를 마련하게됐다는 뜻이었다. 
    그는 “사옥 1층을 가수 임창정에게 임대해줬다”고도 했다. 
    김상재 젬백스 대표. /조선일보 DB
    ㆍ바이오산업에서 두려운 것은 연구비 췌장암 신약으로 中 기업 투자 유치
    얼마 전까지 이탈리아 음식점이 있던 자리에는 임창정의 히트곡 ‘소주 한잔’이라는 간판이 걸려있었다. ‘제2의 한미약품’을 꿈꾸는 바이오산업 개척자 김상재와는 뭔가 이미지가 맞지 않았다. 비슷한 뉴스는 또 있다. 최근 그는 영유아식품 업체 ‘미즈앤코’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인테리어업체‘킹스맨’을 인수했다. 진짜 그는 그림과 부동산 투기업도 모자라 부잣집 아이들을 먹일 프리미엄 식품과 인테리어까지‘문어발식 확장’에 나선 것일까? “전 연구비 마련하는 일이라면 뭐든 할겁니다. 바이오산업에선 임상실패를 겁낼 것 같지만 그렇진 않아요. 임상설계는 다시하면 되니까요. 제일 두려운 것은 연구비에 쪼달리는 거예요. 연간 1000억이 필요하고 그중 300억은 특허유지하는데 써야하니까요.” 췌장암 국내 신약 ‘리아백스’를 출시한 그는 올 5월 중국 화련(華聯)그룹에서 10억위안(한화 1800억원)을 유치했다. 중국 공산당 상무부 소속 국영 유통기업 화련의 86개 백화점과 2400개 대형 마트에 한국의 우수 상품을 독점 공급한다고도 합의했다. 이를 위해 양사는 합작사 ‘화련젬백스’를 만들었다. 국내에선 이 엄청난 투자를 두고 ‘거짓말같다’는 의심이 확산됐다.
    김상재 젬백스 대표가 공개한 문건에는 중국 화련그룹이 최근의 논란을 진화하려는 내용이 담겨있다. /문갑식 선임기자
    ㆍ"정부로부터 1원 한장 받지 않아 자체수익금은 모두 항암신약 개발에 쓸 것"
    최근 절강성 화련상사 사장이“나의 방한은 화련젬백스와 무관하다”고 한 말이‘투자 사실무근설(說)’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해석됐다. 김 대표는 “10억 위안이 입금된 은행계좌는 확인했다”고 말하더니 문서 한장을 내밀었다. 화련그룹이 직인을 찍어 보낸 문서엔 “양군은 전국화련상사집단의 68개 구성원 중 한명이며 그는 총부(總部·본부)에서 어떠한 직급도 없다”고 적혀있었다. 이것은 양 사장의 말이 국내에 퍼트린 파장을 화련그룹이 직접 진화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프리미엄 영유아식을 만드는 회사 ‘미즈앤코’ 싱가폴에 본사를 둔 인테리어 전문업체‘킹스맨’을 인수한 것은 대체 바이오산업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김 대표는“화련젬백스를 통한 중국 진출은 내년 3월 길림성 화련 백화점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며“미즈앤코는 산아제한이 풀린 중국을 겨냥한 것이며 킹스맨은 우리가 받은 상하이 공항 내 면세점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꾸미기 위한 조치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서 했던 말을 다시한번 반복했다. “이 모든 것이 항암신약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저희는 우리 정부로부터 1원 한장 받지않아요. 그렇다면 자체 수익을 내야겠지요. 이렇게 저렇게 만든 자금을 모두 항암신약 연구개발비에 다 쓸 겁니다.”
    김상재 젬백스 대표는 의사 출신으로
    바이오 산업에 투신했다./문갑식 선임기자
    실제로 김상재 젬백스 대표는 한중 합작 후 화련그룹의 부회장으로 취임했는데 이런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그즈음 그와‘형제’처럼 친하게 지내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벤처사업가 권영욱씨가 김대표와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눴다는 것이다. “형(김 회장을 지칭)은 진짜 공산당원이 된거야?”라는 권씨의 질문에 김 대표는 당시 “공산당? 흐흐흐”하고 웃기만 했다고 한다. 진위(眞僞)를 요청하자 그는“농담입니다”라고 했지만 중국 상무부 소속 기업 임원이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올해 마흔아홉인 그의 삶에서 뗄 수 없는 단어는 앞서 등장한 ‘공산당’과 ‘암’이다. 서울 경성고 재학시절 그는 경영학을 전공하려했다. 입시를 얼마 앞두고 고교 교장인 아버지가 그를 불러 이공계 진학을 권하면서 감춰놨던 집안내역을 밝혔다고 한다. 집안 어른 대부분이 월북(越北)해 북한에서 요직을 지냈기에 연좌제가 호령하던 시절,김 대표의 집안은 고시(考試) 등을 통한 출세를 꿈꾸기 어려웠다. 뜻하지않게 진로가 바뀐데다 학력고사에서 한 과목 답안을 통째로 밀려쓰는‘불운’도 맛봤다. 그는 의사가 된 뒤 전공인‘세포생리학’을 이용해 강남에서 아이들 키를 쑥쑥 자라게 한다는 ‘명의(名醫)’로 소문나 돈 깨나 버는 의사로 이름을 떨쳤다. 달(月)이 차면 기울고 백일 붉은 꽃은 없다고 했다. 그에게 두가지 불행이 동시에 찾아온 것이다. 어머니가 간암에 걸렸고 큰 돈을 훗날 바이오기업이 된 회사에 출자했는데 이익은커녕 휴지(休紙)가 될지 모를 주권(株卷)으로 받은 것이다. 어머니를 살리려 백방으로 노력하던 중 그는 노르웨이 바이오벤처 젬백스를 알게됐고 그 회사를 인수했다. 그의 어머니는 2002년 간암 발병사실을 안 후 2008년 세상을 떠났다. 비록 완치는 못했지만 의료 상식보다 훨씬 더 오래 생존한 것이다. 어머니는 하늘로 떠났지만 그는 결국 젬백스가 가지고 있던 원천물질 GV1001을 통해 췌장암 신약을 만들었다. 그가 이 신약에 ‘리아’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가 있다. 작고한 어머니 성함이었던 것이다. 그는“이 물질은 어머니가 내게 주신 마지막 선물”이라며“항암에는 좋은 약 100번 쓰는 것보다 나쁜 약 1번 안쓰는게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고 말했다.
    김상재 젬백스 대표가 메모지를 앞에 놓고 현황을 설명하고있다. /문갑식 선임기자

    어머니 사후 그는 노르웨이에서 보내온 몇 트럭분의 논문을 검토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대체 내가 뭘 산거지?” 그에 따르면 GV1001은 의학적으로 입증이 안됐을 뿐 췌장암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 광범위하게 쓸 수 있는‘괴물’이라고 한다. 그가 중국 화련기업 관계자들과 ‘원샷’에 인간적인 벽을 허물게 된 것도 GV1001의 덕이다. 이 물질의 효력을 본 중국 화련기업 관계자들은 공산당에 이 사실을 보고했고 공산당 수뇌부는 “인민에게 도움이 된다면 수입을 미룰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화련 젬백스는 우리 기업의 국산제품을 중국으로 수출하는 한편 건강의약품도 함께 중국인들의 쇼핑대에 놓게된다. 중국에서 혹독한 실패를 맛본 뒤“그쪽으론 오줌도 안눈다”던 한 대기업 오너는 그에게 ‘합류’를 강청하기도했다. 집안의 불행으로 시작해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방중(訪中) 때 기업대표단의 일원으로 동행하기도 했던 그의 꿈은 뭘까? 김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리아백스의 원가가 얼만줄 아십니까? 상상도 할 수 없을 겁니다. 저는 자동 커피머신처럼 자동 항암(抗癌) 제조머신을 가정마다 비치해 음식 레시피처럼 항암제 레시피를 가지고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도록 하는게 꿈입니다. 돈이요? 계속 연구할 자금만 있다면 그걸로 족하죠.”
           글·사진=문갑식 조선일보 선임기자gsmoon@chosun.com / 편집=최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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