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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대 의사·판사·교수, '자기 과신'에 50~60대보다 보이스피싱 더 당했다

浮萍草 2015. 12. 3. 16:37
    울 서대문구의 의사 박모(40)씨는 얼마 전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검찰 수사관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상대방은 대뜸 “최근에 신분증을 잃어버린 적이 있지요?”라고 물었다. 마침 그는 한 달 전 주민등록증이 든 지갑을 잃어버렸다. 
    그러자 상대방은 “선생님 명의로 개설된 계좌에 마약범죄 자금이 들어왔다. 
    공범이 아니라는 걸 안전계좌 사이트에서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진료 도중이라 마음이 급했던 박씨는 아무 생각 없이 상대방이 알려준 사이트에 들어가 은행 계좌번호와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다 입력하고 나서 “아차” 싶었지만 때는 늦었다. 박씨의 통장에서 1억원이 빠져나간 뒤였다.
    
    ㆍ“설마 내가 속겠냐” 자기 과신 함정
    50~60대가 많을거란 예상과 달라
    “SNS에 밝을수록 더 쉽게 믿어”
    ‘불안감 증폭→이성 마비→범인 의존→사건 몰입’. 박씨를 비롯해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흔히 겪는 ‘몰입 효과’다. 자신의 개인정보를 꿰고 있는 범인(수사관 사칭)의 권위에 위축되면 주변에 조언을 구할 생각도 못한 채 사건에만 몰입하는 심리다. 2일 금융감독원이 올해 1~9월 5000만원 이상 고액 금융사기 피해자 319명(피싱사기 254명,대출사기 65명)의 심리를 분석한 결과다. 김용실 금감원 금융사기대응팀장은 “과거 고령층·주부를 포함한 금융 취약계층에서 많이 생기던 금융사기가 최근 들어 30~40대 젊은 층이나 고학력 전문직· 화이트칼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피해자 연령대를 보면 피싱사기는 30대(36.2%), 대출사기는 40대(41.5%)가 가장 많았다. 50~60대가 많을 거라는 예상을 깨는 통계다. 직종별로는 대기업 직원은 물론 의사를 비롯해 판사·대학교수·공무원 등 지식인층이 적지 않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젊은 층과 화이트칼라 계층은 ‘자기 과신 함정’에 빠져 금융사기에 걸려드는 사례가 많다. 범인은 이들이 즐겨 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메신저·e메일을 통해 접근한다. 그런 뒤 개인정보 유출, 범죄집단 연루 의혹 등을 제기한 뒤 금감원이나 경찰 사이버수사대 마크가 새겨진 가짜 사이트로 유도해 신뢰도를 높인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스스로 금융·정보기술(IT)에 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권위와 지식·정보를 갖춘 것처럼 포장한 범인이 접근하면 오히려 쉽게 믿어 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대출사기는 ‘풋인더도어(foot in the door·발 들여놓기) 효과’에 당하는 피해자가 많다. 이는 사소한 요구를 한 번 받아 주면 나중에 더 큰 요구도 받아들이는 심리다. 범인은 대출을 조건으로 보증금 10만원을 요구한 뒤 신용등급이 모자라 보증이 더 필요하다며 50만원, 100만원 식으로 추가 보증금을 요구하는 수법을 쓴다. 김용실 팀장은 “국가 기관은 절대로 계좌 비밀번호·현금 인출을 요구하지 않고,개인에게 대출을 조건으로 보증금을 받는 금융회사도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태경 중앙일보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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