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치과와 미용실.공통점이 뭔지 아시나요?
바로 입소문과 추천에 많이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지역 커뮤니티와 학부모 간 SNS에는 “미용실 어디 다니세요?”
“착한 치과 추천 좀 해주세요”라는 글이 수시로 올라옵니다.
특히 치과의 과잉진료에 대한 불신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작은 충치 치료를 할지 말지, 몇 개를 치료할지 한다면 충전재로 아말감을 쓸지 레진을 쓸지,금 인레이를 쓸지에 따라 치과별
견적이 수백만원 차이가 납니다.
검증받은 치과 방문을 위해서라면 한 시간 넘는 거리의 ‘서울 기행’도 불사하는 이유죠.
사람 사는 곳 어디든 동네 치과와 동네 미용실이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워낙 ‘실력’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간판만 보고 들어가기엔 왠지 찜찜합니다.
미용실이야 그래도 용서가 됩니다.
한 번 망쳐도 시간이 지나면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니 말입니다.
문제는 치과입니다.
충치 치료는 일단 잘못하면 평생 고생합니다.
치과 한번 잘못 들어가면 돈은 돈대로 쓰고, 이는 이대로 망가져 버리니 아예 치과 발길을 끊어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생사가 달린 분야가 아니니 큰 통증이 없다면 사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죠.
저도 그 경우입니다. 사랑니 발치할 때를 빼곤 치과 발길을 아예 끊어버렸습니다.
그러다 지난주 ‘치과사용설명서’ 취재를 위해 ‘동네 치과 쇼핑’을 해봤습니다.
세 곳의 검진 결과와 견적 차이가 확연하더군요.
한 곳은 46만4000원, 또 한 곳은 7만4000원,나머지 한 곳은 아예 치아 검진을 거부했습니다.
호화 시설을 갖춘 그곳은 ‘교정 전문 치과’라 충치 검진도,치료도 아예 안 한다고요.
‘아무리 교정 전문이라도 치과인데 설마…’ 하고 찾았는데 진짜 교정만 하는 곳이더군요.
취재를 하다 보니 ‘치과’에 대해 제 스스로 너무 무지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교정 전문 치과는 치아교정만 하는 곳인지부터 임플란트 전문 치과라는 게 진짜 있는지,대한치과의사협회의 ‘우리동네 좋은치과’는 인증제인지 등록제인지, 치과
에서 여성 상담원의 치아 검진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아말감과 레진의 유해성 여부에 이르기까지 깐깐하게 따져봐야 할 것들이 넘쳤습니다.
2주간의 취재 후 ‘치과 보는 눈’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소비자로서 내가 똑똑해지지 않으면 당한다.’
그렇다고 치과의사들을 사기꾼처럼 보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할 말이 많습니다.
치과는 다른 의료 분야에 비해 보험적용 비율이 미미합니다.
과잉진료 없이 정직한 진료만 하면 망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합니다.
연간 700~800개의 치과가 문을 닫으니 일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상 당분간 치과의사가 변하길 기대하는 건 무리입니다.
착한 치과로 유명한 그린서울치과(마포구 대흥동) 강창용 원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의사들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환자가 변해야 한다.”
☞ ☜ ■ 김민희 주간조선 기자
草浮 印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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