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790명이니 이름 다 외울 수 있겠다.
우리나라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면, 강진군 옴천이다.
그림에는 보이지 않는데 왼쪽 아래 산 뒤에 있다.
치안센터 하나,우체국 하나,구멍가게와 식당도 하나다.
그 흔한 다방도 없다.
그런데도 옴천식당에는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제시간에 먹으려면 예약해야 한다.
강진은 물론 인근의 장흥 영암에서도 차를 타고 온다.
보양탕이 소문난 덕이다.
외진 곳이지만 역시 하나 있는 초등학교는 학생 30명 중 14명이 외지에서 온 산촌유학생이다.
바닷가 강진에서 고개 두 개 넘었을 뿐인데 옴천은 사방에 산이 빼곡하다.
아시나요 ‘옴천면장 맥주 따르대끼’
‘옴천면장 맥주 따르대끼 한다’.
거품을 많이 내서 맥주를 따를 때 하는 우스갯소리다.
잔을 가득 채우지 않는다거나 인색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취재 때 유래를 제대로 아는 이를 만나지 못했는데, 15일자 강진신문에 자세한 내용이 실렸다.
이 말이 생긴 현장에 있던 촌로의 증언이다.
너나없이 가난하던 시절인 1962년 10월 말, 강진의 면장들 회의가 끝난 뒤였다.
그중에도 재정이 더 어려운 옴천면장이 술을, 그것도 맥주를 사겠다고 호기롭게 나섰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었다. 사기잔 아홉 개에 미지근한 술을 따르니 거품이 마구 넘쳤다.
“맥주 애낄라고 그랑 거 아니여?” 비싼 술이 아까워 잔을 핥으며 면장들은 이런 농담을 하며 크게 웃었다.
이 얘기가 굴러 가지를 치고 뜻이 변하며 지금까지 내려왔단다.
읍내는 강진만을 살짝 비껴 보며 앉아 있다.
보은산 발치를 빙 두른 밭들이 드러낸 구불구불한 선들은 더할 나위 없는 자연예술품이다.
그림 맨 위의 섬이 가우도다. 양쪽이 다리로 이어지며 또 하나의 지역 명소가 됐다.
물때가 맞으면 낚시 던질 때마다 물고기가 걸려 나온다.
오늘은 붓으로 만든 비행기에 정약용 선생이 앉았네요.
왈왈. 어깨에 매달린 덕구도 신났습니다. 이놈아 그리 좋아? 저기 다산초당 보이냐
☞ Joongang Joins ☜ ■ 글·그림 안충기 중앙일보 기자 newnew9@joongang.co.kr
草浮 印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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