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비행산수(飛行山水)

15 보은산에서 본 전남 강진

浮萍草 2015. 10. 18. 09:16
    민 790명이니 이름 다 외울 수 있겠다. 우리나라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면, 강진군 옴천이다. 그림에는 보이지 않는데 왼쪽 아래 산 뒤에 있다. 치안센터 하나,우체국 하나,구멍가게와 식당도 하나다. 그 흔한 다방도 없다. 그런데도 옴천식당에는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제시간에 먹으려면 예약해야 한다. 강진은 물론 인근의 장흥 영암에서도 차를 타고 온다. 보양탕이 소문난 덕이다. 외진 곳이지만 역시 하나 있는 초등학교는 학생 30명 중 14명이 외지에서 온 산촌유학생이다. 바닷가 강진에서 고개 두 개 넘었을 뿐인데 옴천은 사방에 산이 빼곡하다. 아시나요 ‘옴천면장 맥주 따르대끼’ ‘옴천면장 맥주 따르대끼 한다’. 거품을 많이 내서 맥주를 따를 때 하는 우스갯소리다. 잔을 가득 채우지 않는다거나 인색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취재 때 유래를 제대로 아는 이를 만나지 못했는데, 15일자 강진신문에 자세한 내용이 실렸다. 이 말이 생긴 현장에 있던 촌로의 증언이다. 너나없이 가난하던 시절인 1962년 10월 말, 강진의 면장들 회의가 끝난 뒤였다. 그중에도 재정이 더 어려운 옴천면장이 술을, 그것도 맥주를 사겠다고 호기롭게 나섰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었다. 사기잔 아홉 개에 미지근한 술을 따르니 거품이 마구 넘쳤다. “맥주 애낄라고 그랑 거 아니여?” 비싼 술이 아까워 잔을 핥으며 면장들은 이런 농담을 하며 크게 웃었다. 이 얘기가 굴러 가지를 치고 뜻이 변하며 지금까지 내려왔단다. 읍내는 강진만을 살짝 비껴 보며 앉아 있다. 보은산 발치를 빙 두른 밭들이 드러낸 구불구불한 선들은 더할 나위 없는 자연예술품이다. 그림 맨 위의 섬이 가우도다. 양쪽이 다리로 이어지며 또 하나의 지역 명소가 됐다. 물때가 맞으면 낚시 던질 때마다 물고기가 걸려 나온다. 오늘은 붓으로 만든 비행기에 정약용 선생이 앉았네요. 왈왈. 어깨에 매달린 덕구도 신났습니다. 이놈아 그리 좋아? 저기 다산초당 보이냐
    Joongang Joins ☜        글·그림 안충기 중앙일보 기자 newnew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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