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힐미!사찰음식

7 사찰음식 脈’ 찾아나선 안필섭 동국대 연구원

浮萍草 2015. 9. 29. 06:00
    “스님이 말아준 연잎칡물국수 또 그립네요”
    2014년 부산·영남권 400곳 현황조사 “사찰음식, 기술·영양 뛰어넘은 인문학”
    안 연구원이 함양 향운암 명천스님(오른쪽)과 사찰음식의 현황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안필섭
    양 향운암 명천스님이 30여 년 전 성수스님 시봉시절 큰스님이 내걸었던‘프로젝트’는 장보지 않고 살기. 산천초목에 널려 있는 약초와 산나물로 끼니를 잇다보니 명천스님 눈에 띄는 온갖 것들이 식재료다. 우선 죽으로 아침공양을 시작, 점심엔 밥과 저녁에는 국수로 규칙을 정했다. 죽과 밥, 국수라 해도 매 끼니 색다른 맛과 향은 필수다. 지천에 핀 꽃이며 열매, 심지어 나뭇가지도 공양 레시피에 빠지지 않는다. 봄이면 찔레꽃대를 잘라 푹 쪄서 꽃대전을 부쳤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연잎칡물을 가미해서 김치말이국수를 올렸다. 물이 스미지 않는 연잎을 널따란 국수그릇에 깔아서 은은한 연향을 풍기게 하려면 연잎이 가장 보드라운 7월초가 제철이다. 노각비빔국수와 참깨국수도 일품이다. 라면 저리가라, 중독성도 있다. 전국 어디서든 법문을 청하면 분별없이 달려가는 성수큰스님을 위해 개발한 맛깔스런 주먹밥 도시락도 감동이다. 조리시연을 하는 날, 명천스님이 내놓은 음식은 ‘예술’이었다. 큰스님을 시봉하는 제자의 애틋한 마음과 음식을 빚어내는 정성어린 손길이 조화를 이뤄,공양을 짓는 맑고 진지한 눈빛에서 우려낸 사찰음식. 세상에서 가장 성스러운 공양물이다. 단아하고 소박한 한 끼 밥상에 깃든 우주만물의 생명이다. 창원 진불선원에 가면 그야말로‘진짜 부처님’을 방불케 하는 공양주 보살도 있다. 마음에 공덕을 쌓으며 날마다 공양을 짓고 있는 공덕심 보살이다. 그녀는 선원장 스님의 법문이 좋아서 공양주를 자청했다. 벌써 10년째다. 법문을 빠짐없이 들어야 스님들과 신도들이 만족하는 공양을 짓는다는 그녀의 ‘철칙’이 이채롭다. 안필섭(39) 동국대 불교학술원 ABC사업단 전임연구원은 명천스님이나 공덕심 보살과 같은 ‘보물’을 만나느라 다소 힘겨웠던 사찰음식현황조사가 흥미로웠고,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절집의 보물같은 전통과 풍습을 몸으로 체감했던 추억을 자랑삼아 말했다. 안 연구원은 지난 2009년부터 조계종 차원에서 실시돼온 사찰음식현황조사에서 2014년 4차로 진행된 부산·영남권 조사활동부터 가담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사회문화연구원이 주도한 부산·영남지역 현황조사를 원만회향하고 올해부턴 동국대 인도철학불교학연구소 주축으로 강원·제주권 현황 조사에 책임연구원으로 나서 막바지 작업에 임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4년 봄부터 여름까지 부산과 울산, 경남지역 사찰 2210곳을 대상으로 우편설문조사를 해서 최종 선정된 435곳의 사찰을 발로 뛰어다니면서 사찰 음식의 어제와 오늘을 기록하고 체험했다. 보조연구원과 학부 재학생들,음식전문가 데이터담당자 등도 손발을 맞췄지만,섭외하고 찾아가고 스님들과 조리시연 시간을 맞추는 일은 오롯이 안 책임연구원의 몫이었다. “400여 곳 사찰을 직접 찾아가서 현장조사를 하기까지는 굉장히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날마다 1~2곳의 사찰을 방문했는데 지역이 광범위해서 이동거리도 길었고 지형도 험난했고 더위와 추위에 고생하긴 일쑤고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위험했던 순간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팀원들끼리 400분의 부처님을 만나는 대장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처님 일을 한다는 신심으로 원만하게 회향할 수 있는 일종의 유의미한 불사였습니다.” 경상도서 평생 산 스님도 전라도 충청도 출신 많고 시봉한 은사 스님에 따라 음식 전통과 맛 천차만별
    안필섭 동국대 불교학술원 ABC사업단 전임연구원
    은 지난 14일“사찰음식현황조사는 400분의 부처님을
    만나는 대장정이었다”며 행복하고 가슴훈훈한 여정
    이었다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긴 세월 사찰음식에 대한 통찰과 연구 끝에‘사찰음식학(學)’이라는 새로운 학문분야를 ‘개척 ’했다. 동국대에서 인도철학을 전공한 그는 율장에 천착해서 여러 논문도 발표했고,요가철학 등 다양한 인도 철학을 섭렵하면서‘사찰음식’이 이들과 무관하지 않은 영역임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대학에서 음식에 대한 학문은 식품공학이나 조리학,영양학 등 조리기술과 영양분석에 그치는 경향이 있는데,사찰음식을 조사하면서 음식이라는 전통적이고 사회적인 통합문화를 인문학적으로 접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안 연구원은 사찰음식이 단순히 ‘고기가 없고 오신채를 뺀 음식’으로 규정하기 보다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음식과 지역마다 특색있는 향토음식의 통로가 돼 주는 매개체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피력했다. “돌아다녀 보니까,경상도 사찰에서 평생 사신 스님도 전라도 출신인 경우가 많고 어떤 은사 스님을 시봉 하며 살았느냐에 따라 전승해온 사찰음식의 맥도 다릅니다. 결국 사찰음식이란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 출가수행자가 어느 시절 한 절에 머물면서 그 지역민들과 (음식 등으로)소통하면서 타지역 전통과 그지역 현실을 적절히 버무리면서 또다른 음식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형식으로 사찰음식문화가 변모돼 왔다는 것입니다.” 또한 잊혀져가는 사찰의 옛 전통 음식문화를 지금도 오롯이 계승하고 있는 사찰을 만날 때면 보물처럼 건져올려 차곡차곡 기록했다고 안 연구원은 전했다. “통도사에서는 날마다 가마솥에 정성스럽게 마지공양을 준비합니다. 음식의 범주를 넘어선 수행이죠. 범어사는 동지 때마다 새알심 팥죽 1500인분을 끓여 거리로 나갑니다. 쌍계사는 초겨울에 3일 밤낮으로 김장김치를 담궈 일년 내내 스님과 신도들의 가장 좋은 먹거리로 활용되지요. 그리고….” 그는 조사하는 동안 대부분 스님들로부터“철학박사가 왜 하찮은 음식조사를 하고 있느냐”는 질책 아닌 질책을 받았다. 공부가 중요하지, 먹는 음식이 뭐가 그리 궁금하냐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의 견해는 달랐다. “우리나라의 사찰은 고요하고 조용한 기도처만이 아닙니다.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이고, 승속이 모여 앉아 삶의 궁극을 찾아가는 다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실에서 한국불교는 위기라면 위깁니다. 사찰 공양간이 생동감있고 사찰 음식맛이 싱그럽고 신심있는 공양주들이 살판나도록 공양을 짓고 불심을 키워야 절이 살아있는데 텅 빈 공양간에 이렇다할 공양주 보살도 없는 절이 적지 않습니다. 음식이 제맛을 내야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여야 사찰이 역할을 하는 것 아닙니까.” 안 연구원은 부산·영남권에 이어 최근 강원·제주지역 사찰까지 돌면서,“심신은 다소 지쳤지만,보석 처럼 빛나게 살아가고 있는 스님들을 만나고,스님들이 손수 지어주신 공양을 감히 맛보면서 예전 에는 미처 몰랐던 행복을 체험했다”고 했다. 음식조사한다니까 막무가내로 오지 말라 했던 스님도 막상 가면 맛깔스럽게 밥상을 차려주면서 아주 오래된 귀한 이야기를 끝도없이 들려줬다고 한다.
    대장정을 마치고 가정으로 돌아와서도 스님 어깨 너머로 배운 레시피를 토대로 호박잎된장을 부인에게 끓여줬더니“자기를 바라보는 부인의 눈빛이 달라졌다”며 흐뭇해하는 안 연구원은“지난 10년 불교의 핵심 아이콘이 템플스테이였다면,앞으로 10년은 사찰음식”이라고 단언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실시 전국 사찰음식 현황조사 “사찰 고유 음식문화 사라지기 전에…”
    “예로부터 늘상 해먹는 것인데,조사는 무슨 조사?”사찰음식 현황을 조사하러 나왔다고 하면 스님들마다 하는 한결같은 말이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지난 2009년부터 7년째 전국 사찰을 대상으로 사찰음식 현황조사를 실시하는 목적은 스님들이 한목소리로 말하는 그것,‘오래전부터 해온 음식’을 수집하기 위함이다. 교통이 두절되고 통신이 단절됐던 과거에는 지역 고유의 문화적 특색이 사찰음식에 고스란히 스며있었지만,갈수록 음식은 획일화되고 사찰음식 계승자를 발굴 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특히 사찰음식의 전통을 잇고 있는 스님들이 노령화됨에 따라 한국 사찰음식 전통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불교문화사업단은 지난 2009년 대전·충청지역을 시작으로 2차 대구·경북지역, 3차 광주·호남지역, 4차 부산·영남지역, 5차 강원·제주지역 순으로 2015년 9월 현재 까지 사찰음식 현황조사를 진행 중이고 마지막 서울경기권 조사를 끝으로 사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사찰음식현황조사는 우편설문, 전화설문, 현장방문, 조리시연 등으로 주도면밀하게 이뤄졌다.
    ☞ 불교신문 Vol 3139       김하영 불교신문 기자 hykim@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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