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힐미!사찰음식

3 명천스님의 공양이야기

浮萍草 2015. 9. 25. 06:00
    “비법이요? 음식은 마법이 아닙니다”
    꽃과 나뭇잎 독초까지도 음식 땅에서 나는 모든 것이 식재료 25년간 음식 만든 ‘재야의 고수’ 원로의원 성수스님과 토굴 정진 “시장 가지 말고 살아보자” 말씀 쇠뜨기 진달래꽃도 밥상에 올라 “사찰음식은 수행식이자 감사식 우리 음식문화 전반에 큰 영향 맛 아닌 문화 소개하는 방향 가야”
    향운암은 채마밭에서 양배추, 고추, 오이, 도라지, 가지 등 많은 채소들을 직접 재배한다. 근처에는 화장실인 ‘정랑’에서 모은 인분 등을 거름으로 사용해 환경
    친화적으로 키우고 있다. 또 장독대에는 땅에서 나는 온갖 풀을 모은 ‘백초차’와 꽃을 모은 ‘백화차’가 익어가고 있다. 채마밭에서 운력을 하고 있는 명천스님.
    찰음식은 힐링이다. 몸을 건강하게 하는 웰빙식에서 마음까지 치유하는 힐링식으로 각광받고 있는 사찰음식은 단순한 먹을거리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문화로서의 본래 진면목을 드러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에 본지와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사찰음식의 참 뜻을 밝히고 올바른 정착과 대중적인 확산을 위해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최근 들어 사찰음식이 사회적으로 각광을 받고 세계인들이 칭송하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사찰음식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제철에 나는 식재료를 이용해 담백하고 정갈하게 만들어 먹는 음식이 사찰음식이다. 일부러 맛을 더 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먹는 사찰음식은‘더 맛있게’를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섰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찰음식의 본래 모습을 조용히 실천하며 수행하고 있는 스님이 있다. 경남 함양군 안의면, 덕유산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향운암의 명천스님이다. 지난 2일 스님을 만나 사찰음식 이야기를 들어봤다. 명천스님에게 음식재료는 정해져 있지 않다. 채소와 열매,꽃,나뭇잎 등 땅에서 나는 모든 것이 스님에게는 음식재료다. 여기에는 독초도 포함돼 있다. 조선 숙종 대 희빈 장씨가 마시고 죽었다는 사약의 재료인 초우도 스님 앞에서는 그저 음식재료 중 하나일 뿐이다. 스님은 이 독초를 약초와 섞어 감초로 만든다. 물론 독을 제거하는 스님만의 비법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사찰음식에 있어 명천스님은 ‘재야의 고수’다. 스님과 사찰음식의 인연은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2년 원적에 든 조계종 원로의원 성수스님과의 만남으로 인해 명천스님은 사찰음식의 길로 접어들었다. 1990년경 성수스님과 함께 현재 암자(당시는 토굴)로 단 둘이 들어갔다. 노스님은 명천스님에게 선언하듯 말했다. “시장 보지 않고 살아보세.” 이 한 마디로 명천스님은 토굴 주변에서 나는 것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소가 잘 먹지만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난다는 쇠뜨기도 대부분 잎을 데쳐 먹는 머위의 꽃대도,제비꽃 뿌리도 음식재료가 됐다. 한번은 전 조계종 종정 서암스님이 노스님을 찾아온 적이 있었다. 마땅한 반찬이 없어 고민하던 명천스님은 들판에 핀 진달래꽃과 민들레꽃과 잎 등을 따서 겉절이를 뚝딱 만들어 올렸다. 스님들은 좋아했다. 명천스님은 노스님을 시봉하기 전까지 음식에 대한 관심도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었다. “큰스님을 잘 모셔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습니다. 그나마 출가 전 속가 어머니가 손재주가 많았는데 그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풀과 약초를 갖고 음식을 잘 만드셨거든요.” 지난해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사찰음식실태조사단이 스님을 찾았을 때 내놓은 것이 도시락이다. 스님들이 만행을 떠날 때, 학인 스님들이 나들이 갈 때,세간 식당을 이용하기 어려워 곤란을 겪을 수 있다는 판단아래 개발한 것이 도시락이다. 명천스님 자신이 서울 등지로 출타하면서 먹는 것이 맞지 않아 도시락을 싸가던 경험을 살려낸 것이다. 이같은 활동에도 불구하고 스님은 사찰음식 전문가,재야의 고수라는 타이틀이 붙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사찰음식은 특별할 것이 없는, 그저 사찰음식이기 때문이다. 사찰음식의 대중화에 대해 묻자 스님은 손사래부터 쳤다. 그런 걸 답변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스님은“사찰음식은 솔직히 맛이 없지 않냐”고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스님은 “사찰음식을 처음 먹어본 분들은 맛있다고 하지만 3일 정도가 지나면 더 이상 못 먹겠다고 한다”며“많은 사람들이 건강식으로 접근하지만 음식 맛으로만 따져보면 일반인들이 오랫동안 섭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스님은 맛이나 레시피 위주로 구성되는 현재 음식문화에 사찰음식까지 좇아가서는 안 된다는 뜻을 피력했다. “사찰음식은 그냥 채식이 아닙니다. 그 속에 내재된 정신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것이 사찰음식이 다른 음식들과 차별을 이루는 정체성이 될 수 있습니다.” 스님이 생각하는 사찰음식은 우선 수행식이다. 수행자가 수행을 통해 견성을 이루기 위해 최소한의 필요한 약이 사찰음식이다. 또 감사식이다. 내 밥그릇에 놓인 쌀 한 톨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고 감사하고 감사하면서 먹는 것이다. 더불어 스님은 한국불교의 1700년 역사는 우리 음식문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사찰음식이‘펑’소리와 함께 갑자기 나타나는 마법같이 신기하고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불교가 전래된 신라,백제 등 삼국시대에는 채식이 유행하고 고기잡이 등 살생이 왕명으로 금지된 적도 있다. 고려대에는 장류와 함께 김치 등 저장음식,채소 조리법 등이 다양하게 개발됐다. 조선시대 음식조리법 등이 적힌 <규합총서>를 보면 사찰음식과 유사한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명천스님은 “사찰음식의 대중화는 문화를 소개하는 것이 우선 돼야 한다”며“수행자가 이러한 식생활을 하며 불교 전래 이래 지금까지 도업을 이루는데 매진하고 있는,수행자의 음식이라는 측면이 강조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님은 사찰음식 템플스테이 시행을 제안했다. 일하고 예불과 참선하면서 먹은 수행의 일부분으로서의 사찰음식을 세간에 알리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물었다. 25년간 음식을 하면서 스님만의 비법이 있지 않느냐고. 스님의 답변은 이랬다. “음식은 마법이 아닙니다.” ㆍ추천! 여름 사찰음식
      명천스님은 본지 독자들을 위해 여름에 즐길 수 있는 사찰음식 2가지를 추천했다.   모두 스님이 직접 만든 음식으로, 디저트 및 간식거리와 음료다.   더운 여름철을 간단한 방법으로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사찰음식,스님의 비밀 레시피를 소개한다.
    ㆍ‘사찰식 푸딩’ 열매과편

    더위로 입맛이 떨어지는 여름에는 간단한 간식거리가 미각을 돋운다. 스님은 열매를 이용한 과편을 여름철 간식거리로 내놓았다. 6월에 나무마다 주렁주렁 열리는 오디와 앵두로 만든 과편이다. 뽕나무 열매인 오디는 칼슘과 칼륨이 풍부하고 갈증을 해소시켜주며,불면증,당뇨병,노화방지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앵두는 식욕 증진과 피로회복, 피부미용, 다이어트 등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푸딩과 비슷한 느낌의 과편은 만드는 방법이 간단하다. 재료로는 한천과 오디,앵두,꿀,밤이 필요하다. 만드는 방법은 우선 오디와 앵두를 과즙을 내서 준비한다. 한천을 끓여 과즙과 섞고 꿀을 첨가해 식히면 된다. 식힌 후 냉장고에 보관하면 더욱 탱탱한 느낌의 과편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앵두과편은 잘게 채를 썬 생밤과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다. ㆍ‘갈아 만든’ 매실냉차

    매실은 이미 여러 효능이 입증돼 식재료 널리 사용하는 열매다. 원액을 만들어 각종 요리에 넣어 감칠맛을 돋우기도 하고 술로 담가 마시기도 한다. 스님이 소개하는 매실로 만든 냉차 또한 여름을 시원하고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음료다. 재료는 매실과 꿀, 물이 전부다. 다만 기존 매실음료가 매실원액을 물과 섞어 희석시킨 것이라면 스님의 냉차는 매실을 직접 갈아 만들었다는 특징이 있다. 만드는 방법은 매실을 강판에 갈아 채에 거른 매실액을 준비한다. 여기에 꿀과 물을 적절히 혼합한 후 차게 하면 끝이다. 단맛을 좋아한다면 꿀을 많이 넣으면 된다. 음식은 기호에 따라 먹으면 된다는 것이 스님의 철학. 하지만 잘 모르겠다면 꿀과 물의 비율을 1:5로 하면 적당할 것이라고 스님은 덧붙였다.
    ☞ 불교신문 Vol 3121        김하영 불교신문 기자 hykim@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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