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H/수학 이야기

3 변화무쌍 날씨예측의 험로

浮萍草 2015. 8. 17. 07:30
    움직이는 세상 다루는 ‘미적분’… 날씨 변화도 풀어낸다
    구나 살면서 한 가지 사실에 공감한다. 미래는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잘 계획하고 준비한 일도 작은 변수로 어긋나고 사람 맘처럼 되지 않는다. 그래서 역사를 통틀어 인류가 가장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 활동은 아마도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아니었을까. 내일은 비가 오려나. 내년에 우리 아들이 장가가려나. 다음 달 초에 보리농사를 시작하면 되나 내년 총선의 판세는 어찌 되려나. 불확실한 미래를 바꿔 보려는 노력 탓에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예술작품은 다산을 기원하는 비너스상 이고,샤머니즘은 그 시작점을 정하기 힘들 만큼 오래됐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천체의 운동을 관찰해 절기를 파악하는 게 반드시 필요했다. 그걸 적은 게 달력,즉 역법인데 여기에는 상당한 수학이 필요했음은 물론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겨우 만든 달력은 1년을 365일로 표기했는데 나일강의 범람 시기를 제대로 맞히지 못하는 불상사가 벌어져 제사장과 귀족들이 목을 내놓아야 했다. 1년은 365일에 6시간을 더한 거라서, 하루의 넷 중 하나가 부족했던 것이다. 결국 4년에 한 번 윤년을 만드는 해결법을 찾는 데 긴 시간이 필요했다. 일기예보나 자연재해의 예측을 위한 각종 속설은 또 얼마나 많은가. 허리가 찌뿌듯하면 비가 온다고 하고 쥐떼가 요란을 떨면 지진이 난다고 한다. 고대 중국에서는 석양이 유달리 붉으면 다음 날에는 청명한 날씨가 된다고 했고 기원전 4세기 아리스토 텔레스의 기상학책 ‘미테오롤로지카’는 구름의 모양 등을 살펴서 날씨를 예측하려 했다. 요즘 관점으로 본다면 이런 접근은 일종의 패턴 인식이다. 경험과 관찰에 근거해 비가 올 때 나타나는 여러 가지 패턴을 모은 것이다. 물론 이런 방식으로 왜 그런지는 설명할 수 없어 한계가 있지만, 기상 예측 외의 분야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 자동 번역도 이런 패턴 인식을 활용한 예다. 구글 등의 번역 사이트에 가서 외국어 문장을 집어넣으면 원하는 언어로 자동 번역해 주는데 이전에는 각 언어의 구조나 문법 등을 연구해 이런 번역 시스템을 만들려는 게 대세였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언어의 속성에 의존하는 대신에 언어별 문장을 번역한 사례를 모은 방대한 데이터 베이스에서 지금의 문장과 가장 가까운 것을 고르는 방식이 자주 쓰인다. 가장 가까운 것을 찾는 수학 이론인 최적화 이론을 사용해 패턴 인식을 하는 것이다. 지문 검색도 비슷한 예다. 범죄 현장에서 수거된 지문 하나를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수천만 개의 지문과 일일이 대조해 가장 가까운 것을 찾는 것으로 수학의 최적화 이론을 통한 패턴 인식이 가장 잘 활용되는 사례다. 비교의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푸리에 해석학이나 웨이블릿 등의 수학적 개념이 쓰인다. 아프리카 대륙의 마사이족은 날씨 예보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한다. 평원에서 바람의 냄새를 맡고 비가 올 건지를 알아챈다고 하는데,그 정확도가 아주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마사이족 같은 능력이 없으니 뭔가 다른 기상 예측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19세기까지도 기온이나 풍속 등을 측정해 일기예보에 반영하고자 하는 시도는 거의 없었다. 엉뚱하게도 변화의 실마리는 전보의 발명에서 나왔다. 서로 멀리 떨어진 여러 곳에서 기상 데이터를 측정하고 신속히 한곳에 모아야 분석이 가능한데,증기기차의 속도로 데이터를 전달해서는 일기예보에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기의 속도로 전달되는 전보의 발명이 있고 나서야 기상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졌다. 이렇게 변화의 토대가 만들어진 뒤 수학적인 방식으로 기상 예측이 가능하다는 이론이 나온 게 20세기 초다. 기상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수에 물리학의 법칙을 적용해 그 관계를 미분이 포함된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고, 이걸 풀면 날씨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게 그 골자다. 고등학교에서 배우고 나서 어디에 쓰려나 했던 미적분이 날씨 예측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건 왜일까. 고대 문명에서부터 뉴턴 직전까지는 움직이지 않는 세계가 주된 사색의 대상이었다. 정적인 세계를 다루는 것이라면 비례식이나 1차 방정식 같은 것들로 충분하다. 예를 들어 직각삼각형의 세 변의 길이는 서로 관계가 있음을 연상해 보라. 이 관계를 표현하는 게 피타고라스 정리인데,이 삼각형의 세계는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정적인 세계다. 각각의 길이를 제곱해서 관계가 나오니 2차 방정식으로 충분히 관계를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천체의 움직임은 동적이다. 이걸 이해하려니 새로운 사유의 방법과 도구가 필요함은 당연했다. 미적분은 움직이는 세계를 다루는 강력한 도구다. 미적분은 그 이전의 수학과는 태생이 달라서 정적인 세상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변화하는 모든 것을 방정식으로 풀어내는 마법과 같은 존재로 보였을 것이다. 이 마법을 발견해낸 사람은 17세기의 대천재인 영국의 뉴턴과 독일의 라이프니츠다. 역사상 아무도 몰랐던 깊은 비밀을 본 이 두 사람은 하필 동시대에 태어나 각각 미적분을 발견했다. 누가 먼저 발견했고 누가 다른 사람 결과를 표절했다는 주장과 비난이 유럽을 뒤흔들었다. 이 유명한 논쟁으로 영국과 유럽의 과학자들이 100년 동안 서신 왕래를 끊었다는 얘기까지 있다. 서울에서 대전 가는 자동차의 속도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어느 순간의 속도는 어떻게 재는 거지? 뉴턴이나 라이프니츠 전에는 아무도 이 질문에 시원하게 답하지 못했다. 그 순간에서 시작해 1초 후까지 움직인 거리를 재면 대충 속도가 나온다. 더 정확하게 하려면, 0.1초 동안 움직인 거리를 재서 10배 하면 된다. 0.01초 동안 재서 100배 하면 물론 더 정확하다. 이게 거리의 변화율 개념인데, 거리를 시간으로 미분한 값이다. 자동차 계기판에 있는 속도계는 이렇게 차의 속도를 재서 보여준다. 미적분의 탄생으로 우리는 변화하는 것들을 표현하고 그 관계를 볼 수 있게 됐다. 주식시장도 움직이는 세계임이 분명하니 미적분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옵션 가격을 기술하는 미분방정식인 블랙숄스 방정식이 출현했고 머튼과 숄스는 그 업적으로 199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20세기 초반에 출현한 수치기상예보 개념은 일기예보의 패러다임 변화로 볼 수 있다. 생각의 틀이 바뀐 것이라서 가히 혁명적이다. 컴퓨터가 없던 초기에는 지적 호기심 수준에 머물렀지만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컴퓨터 시대의 도래와 함께 실제 일기예보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수치기상예보는 대기의 변화가 물리학의 유체역학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여기에는 기온, 풍속, 습도와 같은 많은 변수가 영향을 미친다. 유체역학의 법칙을 사용하면 이들의 관계를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물론 변화하는 양들이니 미분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여러 개의 미분이 들어간 미분방정식을 얻는다. 이 방정식을 풀면, 현재의 기상 데이터를 가지고 미래의 날씨를 예측하는 게 가능해진다. 어렵게 들리긴 하지만, 바람의 냄새를 맡아 날씨를 예측하는 능력이 없는 인류에게, 이런 이론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하지만 이런 일기예보가 자주 오보도 하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수학적인 문제가 있다. 첫 번째 문제는 방정식 자체의 난해함이다. 유체역학의 대표적인 방정식인 나비어-스톡스 방정식은, 좋은 해가 존재하는지와 같은 기본적인 이해도 아직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이 방정식을 제대로 이해하는 문제는 미국 클레이재단이 각각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해결책을 공모하고 있는 밀레니엄 난제 중 하나다. 두 번째 어려움은 이 방정식들을 푸는 과정의 계산적 어려움이다. 결국 수치예보 모델에서 나오는 미분방정식을 컴퓨터를 사용해 풀어야 하는데, 이게 터무니없이 큰 문제여서 쉬이 안 풀리는 것이다. 나라마다 기상예보를 위해 비싼 슈퍼컴퓨터 도입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경우 날씨 오보가 잦았던 것이 컴퓨터 성능 탓만은 아니다.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외국에서 만든 기상 모델과 수치 프로그램을 도입해 그대로 사용한 탓이 크다. 조선조의 세종은 나라의 문제가 생기면 직접 현장에 가서 당사자들을 만나 원인을 찾곤 했다. 농사 문제로 강원도 등을 숱하게 다녀온 세종은, 우리의 절기와 맞지 않는 중국의 역법을 그대로 따른 탓에 농사 시기에 문제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그는 신하들에게 조선의 경도와 위도를 고려한 새 역법을 만들 것을 지시했는데 이는 장장 20년이 걸린 큰 사업이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자체적인 수학적 기상 모델링 역량을 길러서 일기예보에 대한 신뢰가 커지고 중요한 행사 날짜 잡는 것을 점쟁이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기를 고대 한다.
    Munhwa ☜        박형주 포스텍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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