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연애를 글로 배웠어요

6 손 대면 톡 하고~

浮萍草 2015. 8. 25. 00:00
    일 같이 한 고비 한 고비 넘겨가며 위태로운 연애의 다리를 건너고 있는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알퐁스 도데의 ‘별’을 읽어보신 분 있나요? 
    산 속에서 며칠씩 사람 얼굴을 보지 못하는 젊은 양치기가 뜻하지 않게 스테파네트라는 주인집아가씨와 밤을 보내는 내용의 단편소설입니다. 
    양치기는 잠든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보며 가장 아름답고 가장 밝은 별이 길을 잃고 자기 어깨에 기대 있다고 생각합니다.
    뜬금없이 무슨 얘기냐고요? 
    계속 들어보세요. 요즘 소년은 학창 시절 읽었던 이 소설을 자주 떠올리고 있습니다. 
    소년이 자기 여자친구를 아름다운 스테파네트 아가씨처럼 생각하는 거라면 아주 로맨틱하겠지요. 
    그러나 이 소설이 떠오르는 이유는 조금 달랐습니다. 
    당시 그 소설을 가르치던 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던진 말 한 마디 때문이었죠.
    “야, 니들 같으면 밤새 손가락이 근질거려서 어떡하냐?
    ▲  pixabay.com 제공
    ㆍ만지고 싶다 !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님이 학생에게 던진 농담으로는 조금 과한 느낌이 있지만 사실 정곡을 찌르는 면이 있었습니다. 소년이 지금 그랬거든요. 여자친구에 대한 애정이 조금씩 깊어질수록 소년의 손가락이 근질거렸던 겁니다. 자꾸 만지고 싶어지는 거예요. 물론 이건 건강한 남성으로서는 당연한 일입니다. 전에는 이런 경험이 없던 소년은 언제 어떻게 만져야 하는 지도 잘 몰랐습니다. 만진다는 표현의 어감이 좋지 않으니까 앞으로는 신체접촉이라고 부르겠습니다. 흔히 쓰는 스킨십이라는 단어는 원래 영어에 없는 표현이라고 하더군요. 소년은 자기가 소위 ‘진도’를 제대로 빼고 있는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친구들이라고 해봤자 도움 안 되는 말만 늘어놓는 녀석들뿐이었습니다. 한 녀석은 ‘본능에 따르면 돼’라고 하더군요. 사실 본능에 따르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였죠. 신체접촉을 통해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동시에 음흉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적당한 선을 찾는 게 어려웠던 겁니다. 연인 사이에서 신체접촉은 애정, 헌신, 친밀감, 성적 관심 등을 나타냅니다. 둘 사이의 관계가 어떤지를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나타내 주는 징표인 것이지요. 그런데 시작하는 연인들이 신체접촉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해진 규칙이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상세한 신체접촉 매뉴얼을 찾던 소년은 다음과 같은 논문을 발견했습니다. ㆍ입술도 마주쳐야 쪽~
    1994년 ‘비언어 행위 저널’에 발표된 미국 애리조나대 연구팀의 논문입니다. 남녀 사이의 신체접촉이 어떤 양상으로 이뤄지는지 단계별로 조사한 결과를 담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영화관이나 동물원 같은 곳에서 표를 사려고 기다리는 남녀를 몰래 관찰하며 누가 신체접촉을 먼저 시도하는지 어느 부위를 얼마나 오랫동안 만지는지 등을 기록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그들에게 다가가 실험 때문에 자료를 모으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둘이 어떤 사이인지를 설문조사했습니다. 그런 방법으로 총 154쌍의 자료를 얻었습니다. 단계별로 신체접촉의 정도를 정리한 결과는 예상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진지하게 사귀는 사이일수록 신체접촉의 빈도가 높았습니다. 단순히 빈도만 높아진 게 아니라 둘의 행동이 ‘일치’ 하는 정도도 높아졌습니다. 한쪽은 신체접촉을 많이 하는데 다른 쪽은 그렇지 않다면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지요. 연구팀은 사귀는 단계가 진행될수록 둘의 행동이 점점 일치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데 주목했습니다. 서로 상대방의 행동 패턴에 적응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연구팀은 어느 한쪽이 신체접촉을 하면 다른 사람이 응답 차원에서 함께 신체접촉을 해주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이 결론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재미있게도 부부가 됐을 때는 이런 행동의 일치가 정점에 다다르지만 신체접촉의 빈도는 줄어든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  pixabay 제공
    ㆍ깊은 사이일수록 여자가 적극적
    누가 신체접촉을 시도하느냐는 데서는 남녀의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연애의 초기 단계에는 남자가 먼저 신체접촉을 시도하는 경우가 여자보다 2배 가까이 많았습니다. 진지하게 사귀는 사이가 되면 엇비슷해지며 결혼한 뒤에는 여자가 먼저 신체접촉을 시도하는 경우가 2배 이상 높아졌습니다. 연애의 단계에 따라 누가 먼저 신체접촉을 시도하는지가 극명하게 달랐던 것입니다. 연애 초기에 여자가 소극적인 건 사회적인 관습이나 편견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사이가 더 깊어지면서 둘 사이의 친밀감이 사회적 관습보다 더 중요해져 여자가 구속에서 벗어나는 겁니다. 원래는 여자가 남자보다 비언어적인 행동을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하지만 여자의 속마음이 어떻든 처음에는 남자가 2배 가까이 적극적이라는 결과를 본 소년은 혹시 자기가 너무 소심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년은 이러다가 계속 이대로 정체될까봐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냈습니다. 여자친구와 만난 어느 날, 멋진 하루를 보내고 분위기도 어느 정도 무르익자 소년은 떨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조용히 옆으로 다가가 가볍게 입을 맞췄습니다. 여자친구는 잠시 움찔했지만, 가만히 있었습니다. 소년이 입술을 떼자 여자친구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리고 들릴 듯 말 듯 이렇게 말했죠. “휴, 이렇게나 오래 걸리다니….”
    Dongascience ☜       고호관 과학동아 기자 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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