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연애를 글로 배웠어요

3 너는 내 운명, …일까?

浮萍草 2015. 8. 21. 00:00
    맨스를 찾아 헤매는 소년의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혹시 그동안 소년에게 좋은 일이 일어났나 궁금해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군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아직’입니다. 
    너무 조급하게 굴지 마세요. 
    소년이 열린 마음으로 차분하게 기다린다고 얘기한 게 바로 지난 호예요. 얼마 되지 않았답니다.
    물론 전혀 진전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소개팅 자리에서 한 번 만나고 퇴짜를 맞는 일이 많았는데 이제는 곧잘 만남을 이어갔던 겁니다. 
    생전 안 해 보던 일이라 그런지 쉽지는 않았습니다. 
    부단한 노력으로 인터넷을 뒤져 맛집을 찾아서 데려가고 예쁜 카페에 가서 차도 마시고 경치좋은 곳에서 산책도 하고 분위기가 좋을 때는 근사한 바에서 와인잔을 
    기울이기도 했습니다. 
    소년으로선 장족의 발전을 이룬 셈입니다.
    ▲  pixabay.com 제공
    ㆍ운명의 상대가 있을까
    문제는 그런 만남이 모두 장기간의 연애로 이어지는 데는 실패했다는 겁니다. 소년이 연애의 문턱에서 매번 무릎을 꿇은 까닭은 무엇이었을까요. 먼저 소년은 관계를 확실히 하는 행위, 소위 ‘고백’을 언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습니다. 아마 소년이 미적거리는 사이에 “얜 도대체 나랑 사귀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라고 생각하고 떠나 버린 여인도 있었겠지요. 두 번째 원인은 소년의 마음이었습니다. 몇 차례 데이트하면서도 소년은 과연 그 여자가 자기와 잘 맞는 여자인지, 그 여자를 정말로 좋아하는지 확신할 수 없었던 겁니다. 우유부단하게 구는 사이에 괜찮은 여자 몇 명이 훌쩍 떠나버리자 소년은 덜컥 겁이 들었습니다. 이러다가 영원히 문턱만 밟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됐죠. 소년은 과 동기와 저녁을 먹으며 이런 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소년의 드문 여성 친구였던 동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가 아직 짝을 못 만나서 그래.” “짝?” “그래. 운명의 상대. 마음이 확 꽂혀버리는 그런 사람 말이야.” “넌 그런 사람 만난 적 있어?” “만났으면 내가 이러고 있겠냐?” 소년은 운명 따윈 믿지 않았습니다. 연애란 시행착오를 거쳐 가면서 서로 맞춰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집에 돌아오는 내내 운명이라는 단어가 귓가에서 울렸습니다. “과연 내게도 운명의 여인이 있는 걸까?” 그렇게 믿는다면 마음은 좀 편안해지겠죠. 언젠가 나타날 거라는 기대를 안고 기다릴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만약 그런 상대가 없다면 소년은 언제까지나 헛된 기대만 하게 될 겁니다. 게다가 운명의 상대를 찾으라고 충고한 친구 역시 장기 연애를 못하고 수시로 남자친구를 바꾸는 걸로 유명했습니다. 소년은 갑자기 또 불안해졌습니다. 운명과 로맨스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또다시 잠을 못 이루고 운명에 관해 인터넷을 뒤지던 소년의 눈에 1998년 ‘성격과 사회심리’저널에 실린 논문이 하나 눈에 띄었습니다.
    ▲  pixabay.com 제공
    ㆍ“못 참겠어. 우린 운명이 아닌가봐.”
    운명에 대한 믿음이 연애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조사한 연구였습니다. 운명의 상대가 있다고 믿는 사람과 사랑은 키워 가야 한다고 믿는 사람의 연애를 비교한 내용이었습니다. 이 둘을 각각 운명론자와 성장론자로 부르겠습니다. 먼저 운명론자는 잠재적인 연애 상대를 시험해 보고 갈아 치우는 데 걸리는 시간이 성장론자보다 더 짧았습니다.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살펴보고 운명의 상대가 아니다 싶으면 빨리 포기하는 겁니다. 연애하는 도중에 생기는 문제에 대처하는 태도도 달랐습니다. 운명론자는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회피하려는 경향이 더 컸습니다. 상대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운명의 상대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헤어지는 편을 택한다는 뜻입니다. 연애의 지속 기간은 어땠을까요. 운명론자는 연애 초기의 만족도에 따라 사귀는 기간이 크게 달랐습니다. 초기에 만족도가 떨어지면 금방 헤어졌습니다. 성장론자보다 훨씬 짧았습니다. 그러나 초기 만족도가 높을수록 사귀는 기간도 급격히 늘어나 오히려 성장론자보다 사귀는 기간이 길어졌습니다. 헤어질 때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운명론자는 헤어지고 난 뒤에 그 만남이 처음부터 잘못됐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서로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사실도 인정하기 싫어했지요. 반대로 성장론자는 헤어진 뒤에도 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재미있게도 남녀가 조금 달랐습니다. 운명론자일수록 헤어질 때 자기가 먼저 헤어지자고 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여자 운명론자가 남자 운명론자보다 특히 더 그랬습니다. 헤어진 뒤의 관계도 여자 운명론자가 남자 운명론자보다 더 안 좋았고요. 소년의 마음속에서 갈등이 일었습니다. 논문을 보니 운명론자는 딱 맞는 상대만 잘 만나면 오랫동안 연애할 수 있지만 노력하지 않는다는 점이 탐탁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성장론자는 서로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는 게 마음에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고단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소년은 자기가 무엇을 믿는지를 먼저 깨달아야 했습니다. 여러분도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은 운명을 믿나요?
    Dongascience ☜       고호관 과학동아 기자 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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