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연애를 글로 배웠어요

5 만났노라, 웃겼노라, 사귀었노라!!!

浮萍草 2015. 8. 24. 00:00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뭐가 일어났느냐고요? 여러 사람이 기다리던 일이죠. 마침내 소년에게 여자친구가 생긴 것입니다. 
    이제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그동안 만나던 여자분에게 정식으로 사귀자고 했거든요. 
    괜찮은 식당을 잡고, 적당한 선물도 준비하고….
    구구절절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어쨌든 소년은 승낙을 얻어냈고, 둘은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가 됐습니다.
    사귀는 첫날 기념으로 밤에 집 앞에까지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소년의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생각에 기분은 무척 좋았습니다. 
    친구들에게 이 소식을 어떻게 터뜨려야 할지 즐거운 고민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간단한 걸 여태까지 왜 못하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지난 세월이 야속하기도 했습니다.
    ▲  wikimedia 제공
    ㆍ사귄다고 끝이냐?
    물론 연애란 게 그렇게 간단할 리가 없지요. 소년은 첫 데이트부터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사귀고 난 뒤 첫 데이트라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분위기가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사귀기 전보다 더 즐겁고 화기애애해야 할 텐데 오히려 더 어색해졌거든요. 소년은 그 분위기를 뭐라 묘사하기 어려웠습니다. 처음에는 긴장해서 그런가 보다 했지만 두 번째도 똑같자 소년은 친구를 호출했습니다. “네가 재미없으니까 그런 거잖아.” 친구는 대뜸 말했습니다. “뭐라고?” “재밌게 좀 해 줘~. 여자는 재밌는 사람 좋아한단 말이야. 그런데 넌 재미 없잖아. 아마 넌 안 될 거야. 크크.” 언제나처럼 격려와는 거리가 먼 친구의 조언이었습니다. 그래도 소년은 요점을 알아들었습니다. 다음 데이트 직전 소년은 마음을 굳게 먹었습니다. “오늘은 반드시 3번 이상 웃기자!” 소년은 인터넷을 뒤져 재미있는 이야기와 농담을 수집했습니다. “인터넷 개통을 축하합니다.” 같은 말을 듣지 않으려고 교차 검증을 해가며 최신 유머로 무장했지요. 성공이었습니다. 여자친구는 소년이 농담을 할 때마다 즐겁게 웃었고 덕분에 분위기도 화기애애해졌습니다. 둘 사이의 거리가 전보다 가까워진 건 물론이었죠. 그러나 소년의 삐딱한 심성이 어디 간 건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재미있는 이야기 찾기는 힘들어졌고 ‘지가 좀 웃기면 안 되나? 왜 남자만 웃겨야 하는 거야?’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들었습니다. 가끔가다 여자친구가 “재미있는 얘기 좀 해줘~”라고 하면 슬쩍 짜증이 나기도 했습니다.
    ▲   pixabay 제공
    ㆍ원래 남자가 웃겨야 해
    그러던 중 소년은 재미있는 연구를 발견했습니다. 2011년 10월 미국 UC샌디에고 연구팀이 ‘심리작용학 회보’에 발표한 논문으로, 남자가 원래 여자보다 웃기다는 통설을 지지하는 결과였지요. 연구팀은 신문에 실리는 만화의 한 장면을 남녀 실험 대상에게 보여준 뒤 재미있는 캡션을 달게 했습니다. 요즘 인터넷 문화로 치자면 ‘짤방’에 달리는 제목이나 한 줄짜리 설명인 셈이죠. 그러고 난 뒤 캡션을 누가 썼는지 숨긴 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재미있는 정도를 점수로 매기게 했습니다. 그 결과 남녀 모두 남자가 쓴 캡션이 더 재미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남자의 캡션을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자끼리 유머 코드가 더 잘 맞나 봅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앞서 매긴 점수에 따라 재미있는 캡션과 재미없는 캡션을 골라서 보여준 뒤,평가자에게 보여주고 남자가 썼는지 여자가 썼는지 알아맞혀 보게 했습니다. 평가자들은 캡션이 더 재미있을수록 더 잘 기억했습니다. 이건 당연하지요. 그런데 재미있게도 여기서 편견이 드러났습니다. 캡션이 재미있으면, 그 캡션을 쓴 사람이 남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입니다. 남자가 여자보다 더 웃기는 건 사실이며, 따라서 남자는 더 웃겨야 한다는 편견이 생긴 셈입니다. 소년은 다른 연구도 찾았습니다. 2 011년 6월 캐나다 웨스턴대 연구팀이 ‘성격과 사회심리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이었습니다. 연애에 있어 유머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를 다룬 연구인데요, 첫 번째 실험에서는 역시 남자가 여자보다 유머를 더 많이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반대로 여자는 남자의 유머를 평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더군요. 여기서 더 나아가 유머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대한 실험도 실려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유머가 단순히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정도를 넘어 상대방의 특성을 암묵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면, 영리하고 재치가 넘치는 농담은 그 사람의 지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유머에 대한 남녀의 행동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남녀의 성역할이 다르기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유머는 남녀가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의 일부라는 뜻입니다. 여자친구는 심심하다는 이유로 소년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달라고 조름으로써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소년을 시험에 들게 하고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소년은 체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자를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든다고 해도 로맨틱 가이가 되기로 한 이상 되돌아갈 길은 없었습니다. 소년은 굳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어디 보자. 배꼽이 빠질 때까지 웃겨 주마!”
    Dongascience ☜       고호관 과학동아 기자 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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