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잊혀진 유라시아 이야기

13 타지키스탄의 수도에서 400㎞ 떨어진 관광지까지 화장실이 몇 개?

浮萍草 2015. 8. 18. 09:44
    미 여러 해전에 소고기를 비롯한 육류수입의 제한이 풀리고 가격도 상당히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한국 소비시장에서의 체감가격은 별로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식당의 고기인심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매우 야박하다. 
    7000원짜리 찌개나 탕 한 그릇 시키면 아직도 양념과 국물뿐이고 고기는 서너 점이 전부다. 
    반대로 끝없이 펼쳐진 초원에 가축 떼들이 즐비한 유라시아 국가들에서는 고기 인심만큼은 얼마나 후한 지 만두에도 느끼할 정도로 고기만 잔뜩 들어 있다. 
    고기 인심에 비해 신선한 야채라든가 산뜻한 양념 인심은 야박하다. 나라마다 지형과 기후가 다르고 삶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풍요로운 것과 부족한 것의 차이가 
    큰 법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서로 부족한 것을 채워 주는 교역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던 것이다.
    동양과 서양을 잇는 실크로드 역시 두 세계 간의 부족함과 풍족함을 채워 주는 자연발생적 교역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중국은 고대 실크로드를 현대적으로 복구하기 위해 “일대일로(一帶一路)”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가 수출활로를 튼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했듯이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유럽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는 요량이다. 
    그러면 일대일로 선상에 있는 유라시아 투르크 국가들도 자연스레 중국의 영향권 안에 들어올 수 있다는 속셈도 깔린 것이다. 
    이점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유라시아 대륙을 두고 소리 없는 각축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천여 년 이상 실크로드를 왕래하던 대상들을“빨가벗겨”왔던 유라시아 투르크인들이 강대국들이 생각하는 만큼 그리 호락호락하게 무역통로를 내줄 것 
    같지는 않다.
    ▲  투르크인들에게'공짜는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조선닷컴
    여행 자유화로 한국인들도 유라시아 국가들을 찾는 횟수가 잦아졌다. 그러나 유럽에 가까운 터키를 빼놓고 유라시아 투르크 국가들을 개별적으로 여행하기는 아직도 편하지 않다. 여행객들에게 아직까지 관료주의적 통제가 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외국인들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가 그리 투명하지 않아 겪게 되는 고충이 많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타쉬켄트-사마르칸트 행 기차를 탔을 때의 일이다. 차장이 와서 승객들에게 “차를 마시겠는지, 커피를 마시겠는지” 선택 여부를 물었다. 질문이 주는 뉘앙스 때문에 당연히 공짜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우즈베크인들을 아직 충분히 겪어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외국인들을“봉”으로 아는 이 지역에서 공짜란 없다. 택시를 타기 위해서 항상 흥정해야만 되는 것도 그렇다. 행선지를 알려줘도 운전수는 외국인 손님에게 먼저 얼마 줄 것인 지부터 물어보고 시작한다. 손님이 얼마나 정보를 잘 알고 있는지 떠본 뒤 손님이 부르는 가격보다 몇 배를 더 부르는 방식이 그들의 상술이다. 비단 택시요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관공서에서 서류 한통 처리할 때도 투명하게 대답하는 공무원은 드물다. 처리결과 여부를 알려준다 해도 중간에 꼭 바뀌기 때문에 소용이 없다. 데드라인이 닥쳐서 민원인이나 수요자가 급히 사정을 하면 그때부터 진전여부가 결정된다.
    그들과의 협상에서 급하게 굴다가는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되어 있다. 이들이 은밀하게 감춰두고 있는 것 중에는 화장실도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낭패를 보는 외국여행객이 적지 않다. 전반적으로 유라시아 인들에게 화장실 인심은 무척 야박하다. 야박한 이유는 화장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장거리 여행을 하면서 중간 휴게소에서 물건을 사고 화장실을 물으면 마치 무슨 보물단지라도 된 듯이 육중한 자물쇠를 채워놓았던 화장실을 열어준다. 그나마 화장실이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한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타지키스탄의 수도 두샨베에서 유명한 관광지가 있는 쿨럅 성까지 왕복 400㎞ 거리에 화장실이 하나도 없을 정도이다. 유목민들의 후예다 보니 드넓은 초원이 모두 화장실이라 생각하면 차라리 속이 편하다.
    Premium Chosun        오은경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euphra33@hanmail.net

    草浮
    印萍

    타슈켄트大 학생이 쉬는 시간 화장실에 다녀오지 못하는 이유
    라시아 국가에서는 대도시를 떠나 지방으로 여행할 때 중간 휴게실에서 차 한 잔과 만두를 먹고 화장실을 찾으면 벌판 후미진 곳에서 구멍 여러 개가 파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곳에서 용변을 해결하는데 남자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특히 한국 여성들은 몹시 괴롭고 당황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의 변방에 위치한 투르크 족 자치 공화국인 야쿠트나 알타이 지방을 가보면 ‘3인용’ 혹은‘4인용’ 재래식 오두막 변소가 있어서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변소 한 칸에 서너 개의 구멍을 뚫어 놓아 동시에 서너 명이 사이좋게 용변을 볼 수 있게끔 되어 있다. 
    일을 보고 나온 사람은 줄을 서있는 사람들에게“자리가 있어요”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극장 빈자리를 채워 들어가듯 사람들은 화장실 빈자리를 찾아 일을 본다. 
    그 광경에 당황하고 도저히 적응을 못해 뒷사람한테“절대 자리 남았다고 들어오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양해를 구한 후 4인용 화장실에 혼자 들어가면 
    그곳 아주머니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듯이 뭐 그리 유난을 떠느냐며 궁시렁거리기 일쑤다.
    타슈켄트 대학 캠퍼스조차도 화장실을 찾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건물 한 동 어디엔 가에 교직원만 이용할 수 있는 조그만 화장실이 팻말도 없이 자물쇠로 잠겨 있고,학생용은 캠퍼스 한 귀퉁이에 있는 화장실을 찾아가 긴 줄을 
    기다려야만 해결할 수 있다. 
    일례로 어느 날 모 대학교 문과대학교에서 세미나가 있었는데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묻자 사람들은 화장실이 없다고 했다. 
    어떻게 화장실이 없을 수 있냐고 내심 당황하고 놀라서 묻자, 너무 멀어서 갈 수가 없다고 했다. 
    최소한 한 층마다 화장실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사치였다. 
    건물 한 동에 최소한 하나정도는 있어야 할 화장실이 거의 15분 걸어야 갈 수 있는 곳에 있었다. 
    만 여 명 정도 되는 전교생 모두가 사용하는 화장실을 캠퍼스 한 구석에 조그맣게 마련해 놓은 것이다.
    ▲  유료화장실. /조선닷컴

    한국어문학과에서 강의를 할 때의 일이다. 수업시간이 되면 꼭 한 두 명씩 손을 들고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생리적인 일이니 당연히 허락을 안 할 수 없는 일인데 매 시간마다 그런 학생이 생기니 신경이 쓰여서 왜 쉬는 시간에 다녀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너무 멀고 줄이 길어서 쉬는 시간 동안에 다녀오면 수업에 들어올 수가 없다고 했다. 한국어문학과만은 세련된 ‘수세식’ 화장실이 학과 강의실 층에 있었기 때문에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그것은 교수들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라고 했다. 그제야 화장실에 인색한 중앙아시아의 현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학교가 아닌 관공서라고 사정이 더 나은 것은 아니다. 그나마 수세식 화장실이 있는 것은 다행인데 변기뚜껑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것은 러시아를 비롯한 구소련 권 국가들이 거의 동일하다. 사회주의 시절 대중의 편의는 항상 뒷전에 있었기 때문에 각자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이다. 화장실 문제는 국민 건강과도 직결될 수 있으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번은 타슈켄트 소재 종합대학교에서 9시부터 5시까지 연달아 강의에 참석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화장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중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적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지역을 여행하려면 건조한 기후임에도 물도 마음껏 마실 수가 없다. 투르크 족 국가들 중에서 화장실 문제를 가장 성공적으로 해결한 나라는 터키이다. 터키는 과거에는 유럽인들에게 화장실 때문에 많은 조롱과 비아냥거림을 받기도 했다. 유럽인들은 터키여행을 다녀와서는 화장실을 빗대며“야만적이고 후진적인 나라”라며 비웃었다. 과거 오스만제국과 이슬람 포비아는‘알라투르카’라고 불리는 재래식 화장실로 빈정거림을 샀다. 그러나 터키의 이런 열악한 화장실 상황은 역으로 수많은 벼락부자를 만들어냈다. 1980년대를 전후로 재래식 화장실은 거의 일제히 현대식 화장실로 개조되며 도처에 유료공중화장실이 생겨났다. 소위 “화장실 재벌”들로 불리는 화장실 주인들은 곳곳에 ‘알라프랑가’라는 청결한 유럽식 화장실을 만들어 재미를 보았다. 이들은 공중화장실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고 휴지를 주고 일을 보고 나오면 화장수를 친절히 뿌려준다. 대신 화장실은 언제나 청결하게 관리하고 있다. 화장실 하나로만 잣대를 삼았을 때 유라시아 대륙에서 선진국 수준을 자랑하는 곳은 역시 터키이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느낀 사실이지만 선진국과 비선진국의 차이는 전적으로 화장실의 수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Premium Chosun        오은경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euphra33@hanmail.net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