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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이족보행에 최적화된 구조인가?

浮萍草 2015. 7. 21. 14:13
    무동력외골격 착용하면 효율 7% 높아져
    ▲  Free stock photos 제공
    은 길을 걷다보면 앞사람과 보행속도가 맞지 않아 불편할 때가 있다. 물론 내가 느리게 걸으면 간격이 멀어질 뿐이므로 불편할 일이 없지만 문제는 내 걸음이 더 빠를 때다. 결국은 순간 속도를 빨리해 앞 사람을 추월한 뒤 다시 원래 걸음으로 걷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천천히 가는 앞 사람을 따라 1km를 걷는다고 해도 기껏 2~3분 늦는 정도인데 이런 시간을 아낄 정도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우리가 어색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앞 사람을 추월하는 건 시간 몇 분을 벌려는 게 아니라(물론 급한 일이 있는 사람은 그게 이유일 수도 있다) 내 보행속도로 걷지 못하면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즉 내가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보행속도로 걸어야 우리는 걷는 행위를 의식하지 못하게 된다. 편안한 보행이라는 심리적 용어를 물리학의 용어로 바꾸면 에너지 효율이 가장 높을 때 보행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우리 몸은 오랜 진화를 통해 최적화된 행동을 할 때 편안함을 느끼거나 행동자체를 의식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인류는 수백 만 년의 진화를 거쳐 이족보행에 최적화한 구조를 갖게 된 걸까. 우리가 걸을 때 걸음 자체를 의식하지 못한다는 현상이 이를 입증하는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각종 기능성 신발이 나와 있지만 연구결과에 따르면 맨발이 여전히 최고라고 한다. 그리고 신발을 신은 결과 관절이나 자세에 변형이 와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현대인들의 주거 환경에는 맨발로 다니면 위험한 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에 맨발로 다닐 수는 없다. 그럼에도 몇몇 연구자들은 인간의 해부학적 구조가 걷는데 최적화된 상태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가정하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즉 자동차 연구자들이 엔진의 연소 효율을 높이기 위해 디자인을 끊임없이 바꾸듯이 우리 몸도 에너지 효율을 더 높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말이다. 물론 보행효율을 높이기 위해 인체의 디자인을 바꿀 수는 없고(설사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성형수술이 될 것이다) 외부 장치를 붙인다는 전략이다.
    ㆍ스프링이 보조 근육으로 작용
    학술지‘네이처’6월 11일자에는 보행효율(정확히는 대사에너지)을 7% 개선한 무동력발목외골격(unpowered ankle exoskeleton)을 개발하는데 마침내 성공했다는 미국 카네기멜론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 공학자들의 연구결과가 실렸다. 다리에 부착해 보행을 돕거나 무거운 짐을 운반할 수 있는 외골격 로봇 연구가 활발하지만 이는 동력장치다. 즉 외골격의 모터가 작동해 힘을 낸다는 말이다. 이 경우 설사 사람의 에너지 효율이 올라가더라도(즉 대사에너지가 낮아지더라도) 외부에서 에너지가 공급됐으므로 보행효율이 높아졌다고 말할 수 없다.
    ▲  GE가 1965년 개발한 외골격 로봇 하디맨.이 로봇을
    착용하면 무게 700kg을 들 수 있는 슈퍼맨이 될 수 있지
    만 의도에 따라 바로 반응해 움직이지 못할 뿐 아니라
    오작동을 일으키기도 해 실용화에는 실패했다.GE 제공
    외골격 로봇은 50년 전인 1965년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가 개발한 ‘하디맨(Hardiman)’이 원조인데 아직까지도 상용화되지는 못했다. 무엇보다도 착용한 사람의 의도에 따라 바로 움직일 수 있는 인터페이스 기술을 개발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착오가 생겨 외골격 로봇이 멋대로 움직인다면 끔찍한 재앙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개발한 외골격은 무동력,즉 외부에서 공급하는 에너지가 없다. 무게 0.4~0.5kg인 외골격을 양 다리에 하나씩 부착하기만 하면 끝이다. 외골격은 무릎 아래와 발목을 감싸는 고리를 좌우에서 막대가 고정한 단순한 형태다. 다만 뒤쪽에 두 고리를 연결한 줄이 있고 줄 중간에 길이 10cm 정도의 스프링이 달려 있다. ‘휴보’ 같은 최첨단 이족보행로봇이 사람 흉내를 내는 시대에 초등학생들이 만든 것 같은 엉성한 장비를 만들어‘네이처’같은 일급저널에 논문을 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도대체 무동력발목외골격은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걷기의 역학을 잠깐 알아보자. 먼저 간단한 퀴즈를 내겠다. 걷기와 뛰기의 차이는? 빨리 가려고 뛰는 거니까 속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니다. 제자리 뛰기도 있으니까. 걸을 때는 두 발 가운데 적어도 하나가 땅에 붙어있는 반면 뛸 때는 동시에 지면에서 떨어진 순간이 있다. 경보를 할 때 두 발이 동시에 떨어지면 반칙으로 탈락하는 이유다. 이족보행은 일종의 진자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다리를 시계추라고 보면 시계추가 엇갈려 왔다갔다하는 셈이다. 걸을 때 다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이 바로 종아리근육과 아킬레스건이다. 즉 내디딘 발의 상대적 위치가 뒤로 밀리는 과정에서(실제로는 몸이 앞으로 나가면서) 종아리근육과 아킬레스건이 수축하고 팽창하면서 발목이 꺾이고 펴진다. 발목을 고정한 뒤 걸으라고 하면 몇 걸음 못 가 쓰러질 것이다. 사실 무동력발목외골격에는 스프링 말고도 핵심 부품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클러치(축이음 장치)로 무릎에 대는 고리 뒤쪽에 부착돼 있다. 클러치는 래칫(ratchet, 톱니바퀴)과 폴(pawl,래칫의 역회전을 막는 멈춤쇠)로 동력을 이어주거나 끊는 장치다. 연구자들은 발이 땅에 닿아 있을 때(즉 종아리근육과 아킬레스건이 팽창해 발목의 각도가 줄어들 때) 줄이 아래로 당겨지면서 래칫이 역방향으로 풀리다 폴이 걸려 회전을 멈추고 발이 땅에서 떨어질 때 (발목의 각도가 커질 때) 폴이 풀려 래칫이 순방향으로 감기게 설계했다. 그 결과 발이 지면에 닿아 있을 때 스프링이 늘어나고(래칫이 고정돼 있으므로)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 스프링이 원래 길이로 줄어든다.
    보행 대사에너지(보행시 전체 대사에너지에서 서 있을 때 전체 대사에너지를 뺀 값)를 측정한 결과 평균 7.2%가 줄어들었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즉 트레이드밀을 보통 보행속도인 초속 1.25m로 작동시킨 뒤 피험자를 걷게 하고 대사에너지 변화를 측정하면 외골격을 착용했을 때 에너지 소모가 적었다. 그렇다면 무동력발목외골격은 어떻게 보행의 에너지 효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ㆍ>짐 4kg 더는 효과
    ▲  무동력발목외골격은 발목과 무릎에 착용하는 간단한 구조로
    걸을 때 뒤쪽에 있는 스프링이 에너지를 저장하고 방출하면서
    근육의 일을 덜어준다.이 과정에 클러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 네이처 제공
    종아리근육의 활동도를 조사한 결과 외골격을 착용할 경우 활동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킬레스건과 연결되는 넙치근의 활동도가 많이 감소했다. 즉 보행시 에너지 대부분은 근육이 소모하므로 근육 활동도가 줄어든 게 에너지대사량 감소의 주요인이다. 즉 외골격이 보행시 발목을 접고 펴는 역할을 하는 근육의 일을 덜어준다는 말이다. 발을 내디딜 때 발목이 앞으로 꺾이는 걸 막아주려면 종아리근육이 잡아줘야 하는데 스프링이 보조역할을한다는 것. 이런 효과는 스프링의 강도에 따라 달랐는데 180Nm/rad일 때 가장 높았다. 강도가 더 강할수록 종아리근육의 역할을 더 맡겠지만 이 경우 정강이 앞쪽의 근육(전앞전강근) 과의 균형이 깨져 에너지가 더 들어간다. 한편 외골격으로 줄어든 에너지대사량은 배낭에서 짐 4kg을 덜어낸 효과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번 논문은 4월 1일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됐는데 4월 2일자 ‘네이처’에 논문의 의미를 언급한 사설이 실리기도 했다. 먼저 이번 연구결과는 인체가 오랜 진화를 거쳐 선택된 가장 효율적인 구조라는 상식과는 달리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있는 불완전한 상태임을 보여줬다. 또 무동력외골격은 보행에 불편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효율을 7% 개선한 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 차이로 걸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되는 사람 들이 많다는 것. 걷는 게 불편해 어느 순간 보행을 포기할 경우 근육위축이 가속돼 사실상 돌이킬 수 없다. 무동력외골격의 도움을 받는다면 걸을 수 있는 기간을 좀 더 연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머지않아 무동력외골격이 제품화돼 시장에 나오지 않을까.
    Dongascience ☜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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