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가정의학과 전문의 힐링푸드

21 결핵 보균자가 결핵환자가 되지 않는 이유

浮萍草 2015. 7. 3. 10:25
    스로 인식하던 인식하지 못하던 삶의 매 순간이 선택의 순간이라고 했던가? 
    그동안 무심코 해왔던 일과 만남에 대해 이토록 의식하며 결정을 내린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최근 몇 주간은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을 가져다 주었던 것 같다. 
    이전 불야성의 서울 거리가 말해 주듯 다양한 이유로 각종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었던 사람들이 갈지 말지,할지 말지 매 순간 고민을 하게 됐으니 말이다. 
    바로 메르스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도 스스로에게 결정을 요구하는 다양한 상황을 맞아야 했었다. 
    그동안 규칙적으로 해왔던 일들 하나 하나의 실행 여부에 대해 다시 한번 신중히 검토해야했고 조문이나 행사 참여 등에 대해 전화로 물어보는 지인들에게도 나름의 
    의견을 주어야만 했다. 
    메르스 여파로 여러 학교에서 종강을 앞당기거나 시험을 리포트로 대체한다는 소식을 듣고 대학원에서 한 학기 동안 진행했었던‘통합의학적 영양치료’ 강의를 서둘러 
    종료해야 할지 시험을 리포트로 대신해야할지 고민하던 중 나는 일정을 그대로 소화하는 것으로 결정했었다.
    굳이 새롭게 일을 만들 필요까지야 없겠지만‘솥뚜껑 보고 놀란 가슴,자라 보고 놀라진’않도록 지역사회 감염이 없는 상태에서 이미 정해져 있었던 꼭 필요한 일들까지 
    취소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사과 나무를 심으라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이루어진 대학원 마지막 강의에서 나는 이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초미의 관심사이기도 하고 결국 공부는 이러한 실생활의 문제에 적용하기 위한 것이므로….
    ㆍ질병의 3요소
    2003년 사스, 2013년 방사능, 2015년 메르스,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 다양한 위험 요소들이 새롭게 등장하더라도 변함없는 것은 질병의 발생에 관련된 3요소 이다. 질병은 다음 세 가지 요소가 맞아떨어져야만 발생한다. 병은 병원균(pathogen), 환경(environment),사람(Host)의 상호 관계의 결과이다. 이것을 잘 보여주는 예가 바로 결핵균을 가지고는 있지만 결핵 환자는 아닌 결핵 보균자들이다. 결핵은 기원전 7천년 경 석기 시대의 화석에서 그 흔적이 발견된 이래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감염 질환으로 결핵균이 몸속에 들어온 뒤 인체의 저항 력이 약해지며 결핵이 생기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우연히 엑스레이를 찍었을 때 자신도 모르게 결핵을 앓고 지나간 흔적이 있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과거 결핵 환자가 많았던 만큼 결핵균을 가지고 있는 보균자가 많다. 하지만 그들 모두 결핵 환자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렇다면 왜 어떤 사람은 보균자로 증상 없이 건강하게 살고 또 다른 사람은 환자가 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사람(Host)의 면역력의 차이 때문이다. 위생 환경과 영양 상태가 과거에 비해 몰라보게 좋아졌고 이것이 개인의 면역력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병원균이 존재할지라도 이겨내고 병으로 악화되지 않는 것 이다.

    ㆍ건강과 질병에도 사회 시스템이 작동한다
    건강 수준을 수명의 길고 짧음이나 사망률 수치로 단순화하기는 어렵겠지만 사망률은 사회 전체의 거시적인 건강 수준을 평가하는 지표 중의 하나이다. 20세기 들어 사망률(모성 사망률, 영아 사망률 등)은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감소하였는데 이것은 단순히 의학의 발달에 기인한 것만은 아니었다. 상, 하수도 설비 등 공중 위생 환경의 개선과 영양 상태의 개선,교육 수준이 높아진 점 등 다양한 요소들이 포괄적으로 현대인의 건강 수준과 수명에 큰 기여를 했다. 그래서 건강은 사회적인 것으로 확장된다. 한국 의료진 개개인의 의학 수준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할 정도로 뛰어나다. 하지만 뛰어난 의학 지식과 기술도 사회 전체의 공중보건시스템과 병원의 의료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을 때,성숙한 의료 문화의 뒷받침이 없을 때 얼마나 무기력 한가를 우리는 이번에 체험할 수 있었다. 20세기 인류의 건강 수준 향상이 단지 의학의 발달에 기인하지 않았음을 상기했을 때 질병의 3요소 중 환경 부분은 공중보건시스템의 재정비를 비롯하여 국가가 주도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Premium Chosun        이경미 MediSolution 대표 drhealingfo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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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스 극복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
    ㆍ병원균만을 따로 떼어놓고 얘기하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종 매체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메르스가 질병의 3요소 중 바로 병원균(바이러스)에 해당할 것이다. 우리의 기억 속에 강렬히 남아 있는 신종플루나 사스처럼 폐에 염증을 일으켜 호흡기 증상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세계화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몇 년 후에는 또 어떤 바이러스가 불청객으로 찾아올지 모른다. 그 불청객이 인체에 미치는 심각성의 정도(치사율)와 다른 개체에 전파되는 정도(감염률)는 매번 매우 다양할 것이다. 이번에 찾아온 불청객인 메르스는 인체에 미치는 심각성의 정도가 크기에 이렇게 우리를 불안하게 하지만 질병의 3요소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그렇다고 해서 메르스라는 병원균(pathogen)만을 뚝 떼어놓고 말하는 것은 공포만을 조장할 뿐 문제 해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핵의 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환경과 개인의 면역력의 정도에 따라 감염률과 치사율은 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백신을 개발하면 된다고도 하지만 효능이 있으면서 부작용이 적은 제재를 개발하는 데는 오랜 시간과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바이러스는 매번 변이를 통해 자신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특성이 있고 외국과의 활발한 교류가 증가된 세계화 시대에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바이러스 유입이 가능한 상황에서 미리 내다보고 백신을 개발하거나 치료약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메르스 또한 경험이 많이 축적되지 않아 알려진 바가 없는 바이러스였기에 초기 대응이 그만큼 쉽지 않았다. 그러한 기술적인 어려움과 함께 개별 영리 기업이 감당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기에 신종플루와 같은 심각한 감염질환의 경우 국가가 펀딩을 해서 제약회사와 공동 으로 백신이나 약을 개발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듯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것은 단순히 돈만의 문제가 아니기도 하고 역설적이게도 정말 돈이 안 되어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프리카 풍토병처럼 약에 대해 댓가를 지불하기 어려운 개발도상국가에서 유행하는 질병에 대한 치료제만을 후원을 바탕으로 전략적으로 개발하는 비영리 제약회사도 있다. 이렇듯 지금 당장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나 치료제를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DB

    ㆍ결국은 면역력에 집중하라
    통제 가능한 것에 집중하자. 결국 환경, 병원균, 사람이라는 질병의 3요소 중 개인이 통제하기 가장 수월한 것은 바로 사람 요소, 면역력이다. 노약자와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메르스에 취햑했던 것은 바로 면역력 때문이다. 그리고 감염이 됐다 하더라도 잘 이겨내느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것도 면역력이다. 개인 위생과 균형잡힌 식습관과 충분한 수면과 운동 등 면역력을 높이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개인이 통제하기 어려운 메르스라는 바이러스에 대한 막연한 공포에 휘둘리고 그러한 공포를 주위에 전염시키는 것보다 우리 자신과 사회의 건강을 위해 더 바람직하다. 그리고 지금의 열렬한 관심은 메르스가 잠잠해지고 난 후에 더 많이 기울여져야 한다. 2013년을 강타했던 일본 방사선 누출 사고를 떠올려 보라. 당시 일본에서 생산된 식품만이 아니라 심지어 자동차 구입에 대해서까지 걱정이 많았던 우리들의 지금 모습은 어떠한가. 의학 논문에는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암 발생의 증가가 보고되고 있지만 엔저를 바탕으로 저렴한 일본 여행 상품은 연일 매진 행렬이다. 2년 전의 공포와 근심은 갑자기 뜨거워졌던 것만큼 갑자기 식고 합당한 설명 없이도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일상이 지속된다. 메르스도 언젠가 잠잠해질 것이다. 어쩌면 지금의 공포와 분초를 다투는 관심은 지금이 아니라 메르스가 잠잠해지고 난 다음에 더 필요하다. 사회도 국가도 진화를 하는 나름의 생명체라는 관점에서 메르스로 인해 일어나고 있는 사회 현상들에 대한 적절한 대응은 이번 일을 계기로 배움을 얻고 실천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2015년 6월의 교훈을 바탕으로 국가 공중 보건 시스템을 제대로 갖춤으로써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아 다음에도 또 소를 잃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소를 잃고 난 다음에라도 외양간을 고치면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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