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W T = ♣/스트레스 클리닉

휴가만 다녀오면 우울해서 눈물이 납니다

浮萍草 2015. 6. 7. 18:26
    여행 후유증이 일주일 간다는 직장인
    ㆍ섬세해진 감성, 삶을 돌아보게해
    Q (마치 꿈꾼 것 같다는 여성) 20대 여성으로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여행을 좋아해서 여건이 될 때마다 여행을 다닙니다.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비행기나 기차 안에서 느끼는 우울감이 너무 큽니다. 누구나 여행에서 현실로 돌아오면 우울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 그 강도가 심한 것 같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올 때면 여행을 갔다는 사실 자체가 꿈을 꾼 것 같고, 오는 내내 기분이 가라앉고, 가슴이 답답하고, 계속 눈물이 납니다. 갔다 와서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한 일주일 정도 기분이 계속 가라앉아 있습니다. 처음엔 갑갑한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장기간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요즘은 돌아오는 길 제가 얼마나 우울할지 눈물을 흘릴지 예상이 되니 무섭기까지 합니다. 제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유별난 걸까요. A (왠지 부러워하는 윤 교수) 어느덧 6월입니다. 부지런한 분들은 여름 바캉스 계획을 이미 짜고 계시지 않을까 싶은데요. 왜 우리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할까요. 바캉스의 라틴어 어원이 자유라고 하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여행의 욕구에는 자유를 얻고자 하는 마음이 숨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사연처럼 자유를 느끼고자 떠난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찾아오는 우울감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잘 놀다 돌아오는데 눈물이 나니 내가 이상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매우 정상적인 감정 반응입니다. 여행을 통해 마음을 자유롭게 하면 감성이 섬세해져 나도 모르는 사이 삶에 대해 깊이 느끼게 됩니다. 마치 작품 활동을 위해 인생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 예술가의 마음처럼 되는 것입니다. 여행 후 우울이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준다면 고민을 해보아야겠지만 오늘 사연 내용처럼 그렇지 않다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비정상적인 감정 반응도 아니고 오히려 여행을 제대로 즐기시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우리는 자유롭길 원하지만 결국 욕망·욕심·질투·분노·불안 등에 끊임없이 사로잡히고 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죠. 그래서 더 우리는 자유를 원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자유를 향해 다가갈수록 우리의 한계를 느끼기에 더 슬퍼지는 건지도 모르죠. 여행이 주는 그 슬픈 눈물을 더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인생을 심각하게 살 필욘 없지만,여행 후 찾아오는 우울 정도는 인생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밀도 있는 행복 활동이라 생각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ㆍ차라리 귀촌할까? 현실은 혹독
    사실 위의 사연은 행복한 고민입니다. 여행을 통해 자유를 느끼고 자유를 통해 삶을 더 진지하게 느꼈으니까요. 도시 직장인 중에 은퇴 후 시골에 내려가 살겠다는 분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얼마 전에 대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강의할 기회가 있었는데 스마트폰 관련한 연구 개발로 치열한 삶을 보내고 있는 한 분이 자신은 10년 후 서울을 떠나 한적한 농촌 생활을 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동료들이 ‘와’ 하며 부러움의 탄성을 지르더군요. 실제 설문 조사 자료를 봐도 적게는 20%,많게는 50%까지 귀농·귀촌을 생각한다고 나옵니다. 여기서 귀농은 농업 활동까지 하는 것을 이야기하고,귀촌은 농업 활동은 하지 않고 시골에서 사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달아오르고 있는 탈도시 감성에 찬물을 끼얹는 사람이 있으니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입니다. 문단에서 상을 주어도 ‘명예는 작가 정신을 병들게 한다’며 거부하는 칠순의 까칠한 작가입니다. 이 분이 쓴 에세이 제목도 ‘나는 길들지 않는다’,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이니 대충 어떤 사람인지 느낌이 옵니다. 이런 작가가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책을 내서 공격적으로 도시인의 시골행을 막고 있습니다. 마루야마 본인이 실제 47년째 시골 생활을 하고 있다 보니 그냥 흘려 들리지가 않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도시인의 시골 생활을 너무 혹독하게 그려서 과장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실제 시골 생활을 하는 분들은 이 책을 읽고 나서 대부분 내용이 일치한다고 말합니다. 이 책에선 기존에 수백 년을 함께 살아온 주민들과 한가족으로 섞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그래서 항상 자신은 이방인이란 느낌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또 아파도 금방 병원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편의 시설이 부족하여서 직접 해야 하는 기본적인 생활 관련 일들이 매우 많아지는데 하루 종일 일을 해도 부족 하다고 하네요. ‘농사나 지을까’낭만적으로 생각하고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농사는 이 일로 잔뼈가 굳은 사람도 하기 어려운 일인데 웬 낭만 타령이냐고 독설을 날립니다. 농촌 생활이 그렇게 쉽고 좋다면 왜 젊은 사람이 농촌을 떠나겠느냐는 게 작가는 말입니다. 귀촌하려는 마음엔 삭막한 도시 생활을 떠나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마음이 존재하죠. 내 영혼을 자유롭게 만들어 주고 싶고 또 나를 따뜻하게 반겨줄 자연과 이웃이 있는 그곳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여행의 욕구처럼 자유를 찾아 떠나는 것이죠. 그러나 아쉽게도 그 기대는 현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시골 생활을 마루야마 작가는 왜 하고 있는 걸까요. 그의 이야기는 고생을 통해 홀로서기를 하고 싶다면 시골 생활을 추천한다는 것입니다.
    도시가 주는 허상의 포장에서 벗어나 자연 앞에 벌거벗겨진 채 자신의 한계와 약함을 강하게 느낄 수 있기에 시골이 도시보다 홀로서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죠. 그 한계 안에서 역설적으로 자연의 한 부분인 나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겁니다. 도시 탈출을 막는 내용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어떻게 인생을 살 것인가 하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ㆍ매일 20분씩 ‘마음 바캉스’ 떠나세요
    남자의 평균 수명도 80세에 가까워지고 있고 여성은 이미 85세 근처까지 가 있습니다. 변화의 추이를 볼 때 90세 넘어 산다는 것이 특별한 사람만의 상황은 아닙니다. 인생의 후반전에 있어 홀로서기의 중요성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인데요. 조기 은퇴해서 석양이 멋지게 지는 것을 볼 수 있는 아파트 발코니에서의 칵테일 한잔,멋져 보입니다. 실제 미국에서 조기 은퇴 붐이 일어나기도 했죠. 그런데 이런 삶이 행복하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습니다. 그런 이미지는 미국의 부동산 개발 회사들이 마케팅을 위해 만든 겁니다. 매일 해지는 거 보며 마시는 칵테일이 뭐 그렇게 맛있겠습니까. 우리는 항상 쉬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감성은 어렵지만 무언가를 몰입해서 할 때 만족감을 느낍니다. 바캉스의 라틴어 어원이 ‘자유를 찾는다’라고 했죠. 쾌락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인간 행복의 3요소를 우정, 자유, 사색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바캉스는 단순히 수동적인 의미의 ‘삶의 오프타임’이 아닌 적극적인 행복 활동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바캉스 준비 모습을 엿보면 서글프기까지 합니다. 열심히 일하다 보면 바캉스 시즌이 오고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패키지 여행 상품을 고르고 숨 가쁘게 휴가를 다녀옵니다. 휴가에서 느껴야 할 자유를 휴가를 다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 느끼게 되는 것이 우리의 슬픈 바캉스입니다. 물리적 바캉스보다 멘털 바캉스가 더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빡빡한 생활 중에도 잠시나마 하늘을 보고 기지개를 켜고 음악을 들으며 차 한잔의 여유를 가지는 그 순간을 우리 뇌는 바캉스라 여기지 않을까요. 매일 20분만이라도 멘털 바캉스 시간을 가져 봅시다.
    Joongang Joins ☜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yoon.snuh@gmail.com

    ;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