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H/생로병사

내 遺傳子 정보를 분석해보니

浮萍草 2015. 5. 26. 10:05
    30억쌍 염기서열 데이터를 100만원에 피검사하듯 뽑아
    확률 높은 疾病에 대응하는 개인 맞춤 의료 시대 눈앞에
    유전자 특성 파악 대세지만 逆기능 다스려 정착시켜야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사
    는 샤워를 하고 나서 면봉으로 귀지를 닦을 때마다 실망한다. 오랜만에 면봉을 썼는데도 매번 묻어 나오는 귀지가 별로 없다. 젖은 귀지가 적당하게 딸려나와야 개운한 맛이 있을 텐데 말이다. 밤에 커피를 마셔도 몇 분 있다가 금세 잠에 빠져든다. 어떤 사람은 저녁에 커피를 조금만 마셔도 잠이 안 온다는데 나는 그런 걸 경험한 적이 없다. 나는 음식에 감미료 MSG가 얼마나 많이 들어갔는지도 금방 알아차린다. 그래서 음식의 감칠맛에 민감한 편이다. 동년배의 남성보다 머리숱이 많은 쪽이어서 나중에 대머리가 될 걱정은 크게 하지 않고 산다. 한편으로는 근력 운동을 해도 생각보다 근육이 잘 붙지 않아 실망하곤 한다. 이런 나의 신체적 특성이 왜 그런지 최근에야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 한 대학병원에서 나의 유전체를 분석하는 검사를 받았다. 내 유전 정보는 앞으로 계속 연구에 쓰이게 되며 논문에 이용될 수 있다는 동의서에 사인하고 유전 정보가 담긴 30억쌍 염기서열의 구성을 데이터로 뽑아 보는 임상 연구에 참여했다. 얼마 전 그 유전 정보 데이터가 나왔다. 그것을 미국 유전자 분석 인터넷 사이트에 5달러 내고 익명으로 올렸다. 그랬더니 현재 수준에서 연구된 유전자 변이와 특성에 대한 통계 분석이 줄줄이 나왔다. 나는 귀에서 피지 분비가 적은 유전자 형태를 갖고 있고 카페인을 분해하는 대사 능력이 뛰어난 유전자를 지녔다. 일본 학자가 발견했다는 제5의 맛,'우마미'라 불리는 감칠맛을 잘 알아차리는 유전적 특성도 있었다. 탈모(脫毛)에 저항력이 높고, 단거리 선수처럼 폭발적 힘을 내는 근육 특성보다는 미라토너처럼 지구력이 좋은 육질(肉質)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술을 잘 마시는 편인데,아니나 다를까 알코올 분해 능력과 수용성 관련 유전자가 강했다. 알코올 과다 섭취로 인한 심장병이나 부정맥 발생 확률은 낮지만 간경화 발생 위험은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철없던 시절에 배웠던 담배를 철이 들고서도 끊지 못해 한참 애를 먹었다. 몇 차례의 금연 시도가 실패로 끝날 때마다 내 몸의 니코틴 의존성이 높아서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유전자 분석 결과 니코틴 의존성은 의외로 약했다. 결국 의지의 문제였다. 앞으로도 계속 금연 상태를 잘 유지할 수 있을까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는데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겠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었다. 70여 가지 약물에 대한 반응성도 나왔다. 대표적인 진통 해열제 상품명인 타이레놀과 애드빌,어느 것을 먹어도 부작용으로 시달릴 확률은 낮았다. 다만 적은 용량의 항응고제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으니 과(過)사용에 주의해야 한다는 평가를 들었다. 내가 전체 인구의 1%만 가진 유전적 변이를 갖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밝히기 곤란한 다소 겁나는 특정 노년기 질병의 발생 위험이 크다고 했다. 잠시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장수(長壽)와 관련해 전체적인 유전자 특성은 3명 중 1명꼴에 해당하는데 여기 속하면 다른 그룹보다 100세까지 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왠지 찜찜한 해석도 있었다. 유전자 분석과 평가 결과가 내 몸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논문으로 보고된 유전자 분석 결과와 대조해 보니 나와 유사한 유전적 특성을 가진 사람에게 그러한 질병 발생 위험,또는 감소 성향이 있었다는 의미였다. 확률의 문제이지 반드시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며, 앞으로 분석 대상이 더 많아지면 평가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그래도 내가 나를 더 많이 알게 됐다. 평가 보고서를 읽으면서 나쁜 생활습관과 관련해 조심해야 할 것들이 머릿속에 연이어 떠올랐다. 몸속의 유전자가 내 삶으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현재 전체 유전체 정보,즉 30억쌍 염기서열 데이터를 뽑는 비용은 3000달러 수준이다. 이게 조만간 1000달러까지 내려간다. 우리 돈으로 100만원이면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건강검진 하듯 유전자 검사를 해볼 것이다. 이를 통해 상당수 질병의 발생 위험 예측이 가능해진다. 섹시 스타 앤젤리나 졸리가 유방암과 난소암 발생 위험이 큰 유전자 변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과감히 유방과 난소를 제거했듯이 말이다. 유전자 의학의 발달로 단순히 체질이 아니라 수천가지 질병마다,수백가지 약물마다 다른 개별적 특성을 고려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게 된다. 전 세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유전자 특성 분석 연구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유전자 검사는 피검사처럼 기본이 될 날이 온다. 한편으로 부작용도 걱정된다. 내 유전 정보를 민간 보험회사가 알면 곤란하고,집안 내력의 유전적 특성을 사돈 될 사람이 알게 되어도 복잡해진다. 어찌 됐건 유전자 의학은 대세고, 개인 맞춤 의료 시대는 코앞이다. 순기능과 역기능 논란과 이슈 제기를 겪으면서 몸속의 유전자가 우리 삶 속에 건강하게 자리 잡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
    Premium Chosun ☜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 기자,의사 docto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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