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H/생로병사

치매 환자는 癌 적고, 암 환자는 치매 적은 이치

浮萍草 2015. 3. 18. 22:00
    죽을 세포가 오래 사는 게 암… 살 세포가 일찍 죽는 게 치매
    암·치매 발생 反비례 관계는 각국 연구서 사실로 입증돼
    정신은 끊임없이 깨우면서 몸은 아끼는 中庸 건강법을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사
    령 장수 사회를 맞아 오래 산다고 마냥 좋은 일은 아닐 게다. 말년에 질병으로 고생만 하다 죽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런 맥락에서 노년기를 고단하게 할 대표적인 질병이 있다. 몸에서는 암이고 정신에서는 치매다. 둘 다 나이가 들수록 발생 확률이 높아지니 오래 살수록 두 질병을 피해가기란 참으로 어렵다. 암으로 3명 중 한 명이 사망하고, 80대에서 치매는 10명 중 3명꼴로 발생한다. 그러다 보니 암도 걸리고 치매도 걸리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걱정된다. 지난해 치매로 투병 중인 환자가 43만명 암 치료 때문에 한 번이라도 병원에 입원한 암 환자는 45만명이니 둘의 조합은 꽤 있지 싶다. 그런데 희한하게 암과 치매를 다 겪는 경우는 적다. 고령 어르신을 모시는 웬만한 집안에서는 암 환자 아니면 치매 환자가 있기 마련인데 한 부모에게 발생한 두 질병을 간병하는 집은 보기 드물다. 요양병원에 가보면 거의 절반은 치매 환자고, 절반은 암 환자인데 양쪽을 넘나든 환자를 찾기 어렵다. 치매와 암은 서로 공존할 수 없는 상극이라도 되는 걸까. 국제의학계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다양한 연구를 해왔다.
    지난 2012년에는 미국 하버드대 의대 부속병원 노인학 전문가와 예방의학 교수들이 대규모 조사를 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1986년에서 1990년 매사추세츠 지역에 사는 65세 이상 계층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이후 22년에 걸쳐 치매와 암 발생의 관계를 추적 조사했다. 연구팀이 보고자 했던 것은 간단히 말해서 이렇다. 암에 걸려서 살아남은 사람이 암에 걸리지 않았던 사람보다 노인성 알츠하이머 치매에 더 걸리는지 아니면 안 걸리는지를 봤다. 반대로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린 사람에게서 암 발생이 더 많은지 적은지를 봤다. 암 생존자와 치매 환자의 평균 나이는 77세였다. 그 결과 실제로 암과 치매는 반비례 관계를 보였다. 암 생존자는 치매에 걸릴 위험이 암이 없었던 사람의 60% 수준으로 낮았다. 구강암,폐암,췌장암 등의 분야에서는 20%대로 낮았다. 반대로 치매 환자는 암에 걸릴 위험이 치매 없는 사람의 40% 수준으로 낮았다. 결론적으로 치매 환자는 암이 적고, 암 환자는 치매가 적었다. 치매는 70세를 넘어가면서 발병 위험이 급속도로 커진다. 과거에는 암에 걸렸다 하면 그보다 일찍 사망했기 때문에 치매 발병 여부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암 치료 기술 발달로 장수 생존자가 늘었다. 10명 중 6명은 자기 수명을 산다. 치매 환자들은 인지 기능 장애가 있어 암으로 의심할 만한 증상이 있어도 표현을 잘 하지 못한다. 정기 암 검진도 안 하거나 빼먹는 경우가 잦다. 과거에는 치매 환자에게 암이 있어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간편한 의료영상 검사로 암 발생 여부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그러기에 둘의 상관관계 분석이 가능하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스페인에서도 비슷한 암·치매 관계 연구가 이뤄졌다. 치매가 없던 65세 이상 노인 2627명을 대상으로 13년간 그들의 상태를 추적 조사했다. 이 기간 1003명이 사망했고 3분의 1 정도에서 치매에 가까운 기억력 감퇴가 발생했다. 그런데 치매 성향 그룹에서는 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다른 그룹에 비해 31% 낮았다. 치매에 걸린 노인들은 암 발병 우려가 낮다는 것을 보여줬다. 일본에서도 노인성 치매 환자는 암 걸릴 확률이 70% 낮게 조사됐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생물학적으로 암과 치매는 발병 과정이 반대 방향이다. 암은 비정상적인 세포 분열과 증식이 일어나 덩어리를 만들고 퍼져 나가는 질병이다. 반면 노인성 알츠하이머 치매는 정상적으로 살아 있어야 할 뇌 세포가 일찍 퇴행해 사라지는 질병이다. 암은 죽을 세포가 죽지 않고 과도하게 산 병리(病理)이고, 알츠하이머 치매는 살 세포가 지나치게 일찍 죽은 병리다. 사람에게는 세포의 생성과 성장, 사멸 과정에 관여하는 핵심 단백질과 유전자가 있다. 이것들이 서로 상호 보완 조화를 이루며 성장과 사멸의 균형을 이룬다. 그러다 어느 날 생성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면'성장 질환'암쪽으로 달려가고 사멸 관련 유전자가 활발해지면 반대 방향인 '퇴행 질환' 치매로 달려가는 구조다. 균형과 중립의 무게 추가 어디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과도한 쏠림이 나타나고 결국 질병으로 이어진다. 치매와 암의 상반 관계를 보면서 세상의 이치를 느끼게 된다. 치우침은 불균형을 낳는 법이다. 한쪽으로 몰리는 암 성장 경향 사회나 치매 퇴행 방치 사회가 되지 않도록 서로 보완하며 살아야 하지 싶다. 몸도 그렇다. 정신은 뇌 세포가 잠들지 않도록 깨우고 달구고 몸은 과잉과 혹사로 과열되고 산화되지 않도록 아끼고 달래야 한다. 그게 치매도 피하고 암도 비켜가는 중용 장수법이다.
    Premium Chosun ☜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 기자,의사 docto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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