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F S = ♣ /기인이사(奇人異士

5 :정정수와 소쇄원

浮萍草 2015. 5. 20. 08:00
    미대 나온 서양화가보다 '신통한 입시강사'로 더 유명한 사람
    정수(鄭正洙ㆍ62)는 꽤 유명한 화가입니다. 
    그는 서울 강남의 아줌마들 사이에서‘홍대 미대 나온 서양화가’보다‘신통한 입시강사’로 더 명성을 얻었습니다. 
    1년에 딱 30명의 학생만 받아 27~28명을 일류 미대(美大)에 보냈으니 찬사를 받을 만 했겠지요. 
    그런 그가 조경가(造景家)로 변신합니다. 
    경기도 파주 벽초지(碧初池)수목원이 그의 데뷔작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손댄 경기도 성남 삼성 래미안아파트 ‘초심원’이 2008년 세계조경가대회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미술과 건축을 ‘하나’로 만든 것이지요.여자의 변신(變身)에는 이유가 있다지요. 
    그렇다면 남자의 ‘둔갑’에도 사연이 있겠습니다. 
    서울 서초동 빌라에 살던 그는 돌연 전남 구례 지리산 자락 산동마을로 이사 갔습니다. 
    산수유에 푹 빠져서가 아니었습니다. 
    천재 아들과 담도암(癌) 때문이었습니다. 
    큰아들은 여섯살 때 목성(木星)의 질량을 구했다고 합니다. 
    A4용지 7장에 빼곡히 수식을 채웠다지요.
    IQ를 재보니 ‘측정불가’판정이 나왔습니다. 
    지능지수가 210이었다는 ‘김웅용의 재림(再臨)’같았는데 한국사회에선 그건 행운이 아니라 불운입니다. 
    아시아의 3대 수수께끼 중 하나가 한국이 공산국가가 아니란 말이 있습니다. 
    ‘평등’에 목매기 때문인데, 이런 토양에서 남과 다른 건 장애라고 정정 수는 말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맹모삼천(孟母三遷)의 ‘한국판’이 시작됐는데 하회는 달랐습니다.
    벽초지 연못에는 나무 데크가 설치돼있다. 관람객들이 연못 한복판으로 걸어가 연꽃과 그 사이를 헤엄치는 잉어를 보고 즐길 수 있다.

    ―천재가 장애라는 게 충격적인 말입니다. “겁이 덜컥 났어요. 부족해도 넘쳐도 정상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거잖아요.” ―우리나라에 영재교육이란 게 없기 때문인가요. “그때부터 좋다는 학교 가기 위해 ‘위장전입’도 해봤습니다. 결과는 같았어요. 영재가 아닌 사람이 어떻게 영재를 가르치겠어요. 공부 때문이 아니라 지루한 수업을 받느라 지친 아이를 보고 결심했습니다. ‘떠나자’고.” ―한국에선 맹자의 어머니, 아니 아버지도 소용없군요. “없었을 겁니다.” 본인이 유명강사여서 더 학교에 실망한 거 아닌가요. “그런 부분도 있긴 해요. 제가 압구정동에 차린 ‘정정수학원’엔 학부모들이 몰렸어요. 시골에서 올라온 분들이 줄을 이었죠. 제가 가르치는 방식은 한가지입니다. 제가 그리는 게 아니라 학생이 그리게 하는 거죠.” ―그게 무슨 소린가요? “미술교육을 보면 선생님들이 학생작품에 손댑니다. 그게 무슨 뜻이냐…자기가 아는 대로 학생을 이끄는 겁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하는가 그건 선생님들이 ‘그거’밖에 모르기 때문이죠. 이러니 학생들은 지겨워합니다. 창의성은 더더욱 바랄 수도 없고요.” ―그럼 어떻게 했는데요. “전 학생들이 하는 대로 놔두다가 딱 필요한 조언만 합니다. 그럼 학생들이 직접 수정하죠, 알아서. 이렇게 하면 1주일 걸려 그릴걸 2~3일 만에 해내니 진전이 빨라져요. 미술수업 시간이 줄어들면 이점이 많습니다.”
    정정수는 유명화가일뿐 아니라 조경가로, 학원가의 스타강사로, 자녀 교육을 직접 시킨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뭔데요? “공부할 시간이 많아지잖아요. 입시성적이 좋아질 수밖에 없죠. 이건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예요.” ―무슨 소립니까. “수학만 해도 그래요. 얼마나 재미있는 과목입니까. 그런데 학생 중에서 수학 좋아하는 학생 본 적 있습니까? 지겨운 공식만 외우라고 하니 그렇죠. 공식이 나온 과정을 설명해줘야 하는데 선생님들이 모르니 암기시키고, 그러니 학생들은 흥미를 잃게 되는 겁니다.” 제가 그런 능력 있었다면 수백명 받아 떼돈 벌 텐데…. “하하. 제가 신경 써서 봐줄 수 있는 인원이 딱 그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지리산 자락으로 간 겁니까. “궁리를 많이 했어요. 결론을 내렸죠. 아이에겐 책보다 자연과 접하게 만들어주는 게 더 좋겠다고 도서관에 쌓여 있는 그 많은 책이 다 자연의 극히 일부분을 다룬 거잖아요.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게 하고 전 걔가 원하는 책을 사다주면 되는 거죠. 선생님 한 분에 학생 수는 딱 20명 정도인 학교, 그런 델 찾은 겁니다.” ―산동마을이 이맘때면 산수유로 뒤덮이죠. “산수유 때문이 아니라 처가가 그쪽이었습니다.” ―시골이면 과외 시키는 것도 어려울 텐데 컴퓨터로 원격교육시켰나요? “초등학교 6학년 끝날 때까지 컴퓨터는 사주지도 않았어요.” ―장남은 지금 어떻게 됐나요. “언론에도 많이 보도돼서…절대 이름은 쓰지 마시고 지금 외국 가 있어요.” ―자녀가 셋이라는데 다 천잽니까. “둘째아들은 카이스트 석사 한 뒤 박사과정 밟고 있고 셋째딸은 미대갔는데 유리조형하고 있습니다.”<中편에 계속> Photo By 이서현
    Premium Chosun ☜       문갑식 조선일보 선임기자 gsmoon@chosun.com

    ;  ;草浮
    印萍

    "벽초지수목원은 원래 군사정권 시절 군인들이 골재 채취하던 장소였어요"
    충남 홍성의 한 전원주택 조경을 맡은 정정수의 스케치. 미술을 알면 조경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할 수있다고 한다.

    서양화가 정정수가 자신이 만든 벽초지 연못을 바라보고있다.
    ―유명학원을 접는 게 쉽지만은 않았겠죠. “제게도 나름대로 이익이 있었죠. 지리산을 뒷동산 다니듯 다녔으니까요. 나무와 풀을 관찰하다 보면 돌(石)과 물(水)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렇게 몇년을 살피니 조경이란 게 몸에 익게 된 거죠. 지리산은 제 스승이었어요.” ―지리산이 스승이라면서 왜 4년 만에 하산(下山)했습니까. “먹고살아야 했으니까요. 서초동 빌라 판 돈이 슬슬 없어져서 전북 남원으로 왔습니다. 아내가 ‘판타지아’라는 카페를 차렸죠. 지금은 접었지만요. 남원도 지리산 자락이긴 마찬가지죠.” ―그런데 조경은 어떻게…. “남원 집이 70평쯤 되는데 정원을 가꿨어요. 그게 소문이 나 여러 잡지에 ‘아름다운 집’으로 소개됐습니다.” ―얼마나 멋있게 꾸미셨기에. “280종의 식물을 심었는데 전 그걸 혼재(混裁)라고 부릅니다. 기존의 조경하는 분들은 식품을 가지런히,혹은 구분해서 심지 섞어 심지는 않아요. 식물들은 자연에서 섞여 살지 따로 살진 않거든요. 섞여 살면 다른 장점도 있습니다.” ―다른 장점? “제가 조경한 곳은 ‘관리’라는 게 거의 필요하지 않습니다. 식물이 섞여 살면 관리할 게 없거든요. 자기들이 알아서 살아갈 뿐이지요.” ―집 한 채 잘 꾸민 것으로 벽초지수목원 공사를 맡게 된 건 아니겠죠. “벽초지수목원은 원래 군사정권 시절 군인들이 골재 채취하던 장소였어요
    . 메우지 않아 연못 비슷하게 방치된 상태였습니다. 그 땅 소유주가 고민한다며 지인들이 소개해줬습니다. 처음엔 연못만 정리해주기로 했는데 연못공사가 끝나자 전체를 맡아달라더군요.” ―규모가 어느 정도입니까. “제가 맡은 부분은 3만3000평쯤 되고 나머지는 다른 분이 했어요.” ―조경을 할 때 원칙 같은 게 있나요. “평지(平地)개념으로 하면 안 되고 약간의 오르막내리막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돌 구하고 흙 돋우고 나무 심는 거죠. 벽초지수목원의 경우 연못으로 내려가는 길을 만들기 위해 흙만 200 트럭 분을 쏟아부은 겁니다.” ―곳곳에 배치된 돌도 예사롭지 않던데. “전 화강암은 잘 안 씁니다. 현무암은 한탄강에서 오석은 충남 보령에서 흰 돌은 충북 충주에서 구해오죠. 소나무도 큰 것은 강원도, 작은 것은 충청남도가 좋고요.” ―그런 걸 어떻게 알게 됐습니까. “제 스마트폰 사진 하나 보여 드릴게요. 인사동 거리에 갔다가 차(車) 안에서 찍은건데…‘낙원표구사’ 간판 가운데 ‘표’자가 뒤집혔죠? 그 앞을 지나는 10만명 중에 이걸 알아채는 사람이 몇이나 될 거 같아요. 전국 다니다 보면 알게 되죠.” ―눈썰미가 좋다는 얘긴데…. “고교생 때 안보교육을 한탄강 인근 부대로 간 적이 있어요. 거기서 현무암을 봤는데 교과서엔 원래 그런 돌이 제주도에만 있는 거처럼 나와있잖아요. 의문이 들었지만, 선생님께 묻진 않았어요. 알지도 못하는데 질문하면 당황해 할 거 같아서요. 그런데 문형, 우리나라 정원의 개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일본식 정원, 유럽식 정원은 있는데 한국식 정원은 뭘까요. 비원(秘苑)이나 소쇄원(瀟灑園)? “벽초지를 보면서 일본식 유럽식 혹은 중국식이란 생각이 들었나요. 전 인위적이면서도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세계, 그게 한국적인 정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쇄원의 정자는 자연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진다

    ―더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중국의 조경은 그야말로 ‘자연을 통째로 옮겨온다’는 발상이 깔렸습니다. 중국의 유명하다는 호수가 하나같이 바다처럼 넓잖아요. 정원도 태산(泰山)을 옮겨놓은 식이고요. 우악스럽지요. 일본은 인위적입니다. 그들은 조경 대신 조원(造園)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이어령 선생이 말했듯 ‘축소지향’이랄까, 조경도 분재(盆栽)처럼 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내버려두는 식이지요. 이게 나쁜 게 아닙니다. 일례로 유치원의 ‘유치(幼稚)’가 조잡하다. 혹은 뭘 모른다고 해석하면 안 되지요. 그렇다면 어린아이들이 조잡하다는 뜻이 되잖아요. 유치는 그야말로 순수하다는 뜻이거든요. 내버려둔다는 것도 안 한 것처럼, 손을 안 댄 것처럼 하는게 참 어려운 일입니다.” ―무위(無爲)라는 뜻인가요? “제가 좋아하는 건물이 전북 고창의 도솔산 선운사에 있는 만세루(萬歲樓)인데요, 유홍준 교수도 이 건물에 대해선 언급을 안 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꼬부라진 나무를 다듬지 않고 그대로 서까래로 쓰거나 모자라면 나무 못으로 이어붙였습니다. 그게 바로 한국의 미라고 저는 봅니다.”
    한국 조경의 멋은 그늘진 정자에서 수양버들을 바라볼 때 최고조에 이른다
    Photo By 이서현
    Premium Chosun ☜       문갑식 조선일보 선임기자 gsmoon@chosun.com

    ;  ;草浮
    印萍

    어떤 소금을 먹어야하는데요?
    
    ―일본인들이 한국의 정원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합니까?
    
    “한국의 대표적인 정원은 두 갭니다. 
    서울의 창덕궁의 비원(秘苑)과 전남 담양의 소쇄원(瀟灑園)입니다. 
    그걸 보여주면 일본인 조경 가들은 ‘이게 뭐냐’고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전 그걸 보고 웃어요. 조경의 기본을 모르는 거거든요. 
    자연을 내버려두는 것 같지만 조화를 이루는 것, 이게 사실 조경의 최고경지입니다.”
    
    ―내친김에 제가 영국에 있어보니 영국과 프랑스의 조경이 상당한 수준이었는데 동서양의 조경은 어떻게 다릅니까?
    “서양은 자연을 지배하는 개념입니다. 
    ‘자연보호’라는 말도 서양에서 나왔지요. 
    반면 동양은 인간이 자연에 보호받고 기대지요. 
    예를 들어 서양에선 산꼭대기에 성을 짓거나 건물을 세운걸.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자연을 내려다보며 지배하려는 발상 때문입니다. 
    동양은 대부분 산 밑에 산에 의지하면서 건물을 짓지요.”
    
    ―듣다 보니 조경이 꼭 건설공사 닮았는데 돈도 많이 법니까.
    “저는 조경할 때 직접 재료를 공급하지 않아요. 
    어디서 구하라고 소개만 해줄 뿐이죠. 주인이 구해오면 조립하는 역할만 합니다. 
    벽초지수목원은 수고비 정도만 받았어요. 
    제게 올 돈이 있다면 공사에 더 들어가는데 바르다고 생각해서요.”
    소쇄원의 담장인 오곡문. 아래로 물길이 흐르도록 담장을 쌓은 것이 돋보인다.
    ―두 번째 작품인 삼성 래미안아파트는 어떻게 맡게 된 겁니까. “삼성 협력회사사장인 후배가 ‘도와달라’더군요. 현장에 가보니 절벽이 있는데 방법을 못 찾고 있었습니다. 즉석에서 스케치 석 장을 해 보여줬죠. 절벽에 폭포를 만들고 밑에 네모 반듯한 방지(方池)를 만들고서 다시 이단폭포를 만드는 걸로요. 즉석에서 계약하자더군요.” ―그게 왜 세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평가된 겁니까. “세계대회는 인도에서 열려 상(賞)을 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개최됐다면 어림도 없었겠죠. 조경에서 중요한 점은 겨울에도 아름다워야 한다는 겁니다. 봄 여름 가을에 제아무리 예뻐도 겨울에 쓸쓸하면 안 되잖아요. 삼성래미안 ‘초심지’는 겨울에도 아름답습니다. 관리도 필요없고요.” ―그다음 맡은게 ‘고도원의 아침편지’죠. “‘고도원의 아침편지’ 회원이 300만명이래요. 회원수가 150만명쯤 됐을 때 회원들 사이에서 ‘오프라인에서도 만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자발적으로 1만원씩 거뒀는데 35억원이 됐습니다. 기적이죠. 그 돈으로 충주 노은면에 부지를 마련했어요.”
    울퉁불퉁한 나무 그대로 난간을 삼아 만든 다리에서 벽초지 연못의 전경을 즐길 수 있다
    ―쟁쟁한 조경가들이 다 응모했겠죠. “80개 팀이 참가했는데 제자가 가보라고 해서 설명회장에 가긴 했지만 공모에 참여하진 않았습니다. 뭐랄까 재능기부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논의과정을 지켜보니 사소한 문제들로 언성을 높여서 한마디했지요. ‘이건 완전히 백지수표 위임하는 거다. 자기 생각을 펼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공간은 없을 거 같다’고요. 심사하는 쪽에서 감동하였는지 난데없이 ‘공모한 걸로 심사해놨다’더군요. 그리곤 총감독을 맡으래요.” ―별의별 일이 다 있네요. “300평 건물 세 개에 30평 건물 열다섯채 짓는 대공사였습니다만 완성하진 못했어요.” ―왜요? “쓰러졌거든요. 병원에 가보니 담도암이라더군요. 3기. 2009년 11월 전북대병원에서 그런 판정을 받았어요. 처음엔 안 가르쳐주다가 퇴원하겠다고 하니까 ‘암으로 의심되는’이라고 진단서를 고쳐서 떼주더군요.” ―그 정도면 증상이 있었을 텐데. “평소엔 피곤할 때 차 안에서 15분에서 30분 정도 자면 풀렸어요. 그런데 두세 시간을 자도 피로가 지속했습니다. 온몸이 가렵고 밤이 되면 아프고 혈뇨(血尿)가 나오고 땀이 나면 온몸이 세탁한 수준일 정도였습니다.”
    자연을 그냥 그대로 자기 품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야말로 한국적인 조형의 기본이다.
    ―원래 술·담배를 많이 했다면서요. “담배는 하루 한 갑 정도 피웠는데 술은 지금까지 저보다 잘마시는 사람 딱 세 명 봤어요. 2박3일로 술 마시러 가면 세팀을 꾸릴 정도였습니다. 한팀은 다음날 완전히 뻗어버리니까. 다음날은 새 팀과 대작했죠. 오죽했으면 뱃사람들이 제가 묵는 숙소를 피해 다녔다니까요.” ―그런데 수술을 안 받고 완치했죠. “큰아이 교육할 때나 암 치료할 때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전 함암제를 단 한번도 쓰지않았습니다. 대신 원인을 알아내려 고민했어요. 방법은 제몸속의 독(毒)을 빼내는거였어요. 건강했을 때 더 오래살고 싶어서 알게 됐던 한민족의학회에서 배운 지식이 도움이 됐습니다. 결론은 역시 자연이었습니다.” ―자연이라뇨? “몸이 병드는 것은 불필요한 영양이 쌓여 독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걸 없애려면 단식(斷食)밖에 없어요. 15일간 단식을 위해 점점 음식 섭취량을 줄이고 12일간 단식합니다. 다시 15일간은 음식 섭취량을 늘리죠.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암이 씻은 듯이 사라졌어요. 몇 년 지나지않아 모 내과에서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분은 양의(洋醫)지만 자연을 잘 이해하는 분이었습니다.” ―단식이라지만 무작정 굶을 순 없잖아요. “단식에 필요한 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가 물이죠. 생수를 하루 2.5~3리터씩 마셔야 합니다. 두 번째가 적당한 염분입니다. 요즘 음식 짜게 먹지않는 게 유행이지만 그건 정제염의 경우고 체내에 염분이 부족하면 패혈증에 걸립니다. 패혈증이 뭡니까, 세균을 막는 염분이 부족해 몸이 진다는 뜻이거든요.” ―그럼 어떤 소금을 먹어야하는데요.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나는 소금이 세계최고입니다. 단 동해안의 소금은 안돼요. 서해안 소금이 좋은 것은 뻘 때문입니다. 거기 미네랄이 무진장으로 섞여 있거든요. 천일염, 가능하다면 그걸로 만든 죽염(竹鹽)이면 더 좋지요.” ―되게 쉬워 보이는데요. “대신 소금을 그냥 삼키면 안 돼요. 10분 정도 씹다가 그냥 삼킵니다. 그때 물을 마시면 안 됩니다. 소금만으로 내장을 정화해야죠. 물을 그 다음에 마셔야 하고요.” ―마지막은 뭡니까. “비타민C입니다. 대신 약으로 만든 건 안돼요. 몸이 이물질로 알고 내보내거든요. 전 감잎차로 대신해요. 머그잔 정도를 아침저녁에 한잔씩 마시면 허기가 가시죠. 이렇게 어느 정도 하면 뱃살부터 옆구리 허벅지 살이 빠지기 시작해요. 몸이 정상이 되는 거죠.” ―혹시 본인만의 비법, 말 안 한 게 있을 거 같은데. “산야초 효소도 중요해요. 한가지 풀로 만든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섞은 게 좋습니다. 효소는 단식 때 생기는 현기증을 없애주거든요.”
    주목이 터널을 이뤘다. 그 위로 쨍한 태양이 비치고있다.

    정정수와의 대화는 미술에서 입시로 자녀교육에서 암치료로 이어졌습니다. 들을수록 그는 아는게 많았습니다. 혹시 아버지를 닮아 천재 아들들이 태어난 게 아니냐고 물어봤지요. 그는 “어렸을 때 미술상을 휩쓴 거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정정수는 지금 충남 홍성의 한 전원주택 부지의 조경을 마무리하고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랑의 교회 뒤편에 세워질 주상복합아파트의 조경을 조언하고 있습니다. 이 아파트의 지형이 굉장히 까다로워 그에게 건설회사 측이 자문했다는데 그 결말이 꽤 궁금합니다. 정정수와의 대화를 마친 후 저는 전남 담양으로 갔습니다. 소쇄원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행정지명이 전남 담양군 남면 지곡리 123번지인 소쇄원은 실상 국립공원 무등산 자락이었습니다. 전체 면적은 1400여평에 불과합니다. 그런 이곳에서 저는 감탄했습니다. 정정수가 말한 한국 정원의 미,그것도 서울의 비원과는 다른 선비정신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쇄원은 개혁주의자 조광조의 제자였던 양산보(梁山甫ㆍ1503~1577)가 1530년 지었는데 사연이 있습니다. 스승이 기묘사화에 연루돼 사약을 받고 사망하자 충격을 받고 벼슬길을 등지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낙향해 소쇄원을 지었다는데 자연을 품에 안은 듯한 풍광이 일품입니다. 일본식 정교함, 중국식 웅대함과는 다른 질박검소(質朴儉素)한 선비정신의 정수지요. 소쇄원에 대해서는 훗날 본격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만 한국을 대표하는 자랑거리로 내세워도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동하회마을이 영남(嶺南) 선비들의 본향(本鄕)이라면 소쇄원에는 호남(湖南) 선비들의 풍류가 깃들어있습니다. Photo By 이서현
    Premium Chosun ☜       문갑식 조선일보 선임기자 gsmoon@chosun.com

    ;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