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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탈영실정 (1)

浮萍草 2015. 5. 4. 11:03
    정조를 왕에 올린 세도정치가 홍국영이 요절한 이유
    정조의 초상화./조선일보DB
    선시대 최초의 세도정치가였던 ‘홍국영(洪國榮,1748~1781)’을 아십니까. 홍국영은 25세에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길에 나섰는데, 정조대왕이 세손으로 있던 시절에 세자시강원의 설서로 있으면서 정조가 노론 벽파의 집중 견제와 암실 위기 에서 벗어나 왕위에 오르게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정조가 왕위에 오르자 권력을 한 손에 쥐었던 것인데 그 때가 겨우 29세였습니다. 그런 홍국영이 불과 34세라는 젊은 나이에 병들어 죽게 된 이유는 뭘까요?
    ㆍ젊은 홍국영이 정말 최고의 권력을 누렸나?
    정조대왕은 왕위에 오르면서 홍국영으로 하여금 자신을 경호하는 숙위대장과 금위대장(요즘의 경호실장)에 군권을 쥐는 훈련대장,그리고 왕명을 출납하는 도승지 (요즘의 비서실장)를 겸직시켰습니다. 그러니 국정의 모든 사안은 홍국영을 거치지 않으면 왕에게 보고되지 않을 정도였고 3정승도 홍국영에게는 꼼짝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정조의 절대적인 심임을 얻었던 것이죠. 홍국영은 계속해서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2년 뒤에 자신의 누이동생을 정조의 후궁으로 들였는데 원래 후궁의 칭호에 으뜸 원자를 쓸 수 없지만 자신의 힘과 야망을 나타내고자 ‘원빈(元嬪)’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원빈은 다음 해에 죽고 말았는데 홍국영은 그것이 왕비의 탓이라고 여겨 왕비를 시해하려고 독이 든 음식을 보냈다고 합니다. 중궁전의 상궁이 올라온 음식에 은수저를 대자 새까맣게 변색하는 것을 보고 독이 든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홍국영의 집에서 가져온 것으로 판명되었죠
    ㆍ왕후를 시해하려던 죄라면 당연히 사형을 받아야 되지 않는가?
    왕후 시해 미수사건에다 상계군의 옥사에 관련된 문제 수많은 비리 등으로 집중적인 탄핵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참수형에 해당되는 죄이지만 정조가 세손 시절에 여러 번 죽을 뻔했던 위기를 구해 주었던 터라 정조 스스로 “내가 임금이 되면 그대가 군사를 거느리고 대궐을 침범하는 일 이외에는 용서해 주겠노라”고 약조한 일이 있었기에 전 가산을 몰수하고 시골로 내쫓는 ‘전리방축(田里放逐)’으로 대신했던 것이죠. 결국 날아 다니는 새도 떨어뜨린다든 홍국영의 막강한 세도는 3년 만에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홍국영은 이리저리 방황하며 마음을 잡지 못하다가 장만해둔 재산이 있는 강릉으로 내려가 권토중래의 꿈을 가지고 호수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 세월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치밀어 오르는 울화를 삭여내지 못하고 마침내 병들어 죽었던 것이죠. 이때가 권좌에서 축출된 지 불과 1년여 만이고, 나이는 겨우 34세였습니다.
    ㆍ홍국영을 요절하게 만든 병
    동의보감에 ‘탈영(脫營)’이라는 병증이 나옵니다. ‘영(營)’은 한의학에서 우리 몸을 구성하는 가장 귀한 물질이죠. 흔히 피와 함께 ‘영혈(營血)’이라고 하여 우리 몸을 순환하는 기(氣)에 상대되는 혈(血)을 포괄하는 것입니다. 영이 빠져나간 것이 탈영인데, 무엇이 ‘영’을 빠져나가게 할까요? 그것은 바로 귀한 신분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그 지위를 잃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밖으로부터 나쁜 기운의 침범을 받은 것이 아니고 실망과 회한 등의 정신적 충격과 갈등이 원인이 되어 마음 속에서 생겨난 병증입니다. 즉, 실의와 좌절 등으로 자기의 뜻을 펴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억울(抑鬱)되어 있으며 근심과 걱정, 비탄과 회한 등이 그치지 않게 됩니다. ‘영혈’이 손상되어 나타난 결과이죠.
    ㆍ탈영이 되면 나타나는 증상
    탈영은 기력과 정력이 모두 약해진 상태이므로 생기가 없고 매사에 의욕을 잃어 심한 피로감과 권태감이 나타나게 됩니다. 식욕도 부진하여 적게 먹고 자주 식사를 거르므로 몸이 수척해집니다. 병이 오래 가면 더욱 기력이 쇠약해져서 초췌해지고 오한을 자주 느끼며 때로 놀라고 불안해합니다. 그리고 비록 외사(外邪 : 열기, 한기,습기 등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나쁜 기운)에 감촉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혈맥이 잘 통하지 않으므로 사지가 무력하거나 굴신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쯤 되면 살아도 제대로 살아가는 상태가 아니고 백약이 무효겠죠. 그래서 면역기능과 항병력이 떨어졌기에 온갖 질병이 생겨 오래 가지 못하고 죽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사람은 분에 넘치는 욕심을 누려서는 안 되고, 마음을 잘 다스려야 병이 생기지 않는 겁니다.
    Premium Chosun        정지천 동국대 분당한방병원 내과 과장 kyjjc19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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