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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평생모은 100억원 들여 한옥호텔 짓는 안영환씨

浮萍草 2015. 5. 2. 11:16
    상북도 안동 하회마을에 벚꽃이 만발했습니다. 
    하회(河回), 말 그대로 물이 돌아가는 마을입니다. 
    그 낙동강을 끼고도는 500여m 남짓한 뚝방길이 백색으로 뒤덮였습니다. 
    다음주 쯤이면 바람에 날리는 꽃비가 또한번 장관(壯觀)을 이루겠지요. 
    그 하회마을에서 낙동강을 건너면 서애 류성룡선생의 ‘옥연정사(玉淵精舍)’가 있습니다. 
    요즘 TV에서 한창 인기를 끌고있는 드라마 ‘징비록’을 류성룡 선생이 집필한 곳입니다. 
    옥연정사는 한문으로 ‘구슬 옥(玉)’ ‘연못 연(淵)’자를 씁니다.
    강물이 이 부근에 이르러 수심이 깊어지고 옥같은 빛깔로 변한다지요. 
    약동하는 계절 봄이어서 그런지 정말 옥연정사 뒷편에 치솟아 있는 부용대에서 바라본 강물이 에메랄드 빛입니다. 
    그곳에서는 하회마을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하회마을 입구에는 장터가 있습니다. 
    이 세계문화유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안동의 진미(珍味)인 간고등어를 비롯한 식사류와 안주를 파는 식당이 몰려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그 뒷편 하회탈춤 상설공연장 윗쪽이 쿵쿵거리는 소리로 요란합니다.
    디귿자 모양의 한옥은 가장 안정감을 준다고 한다. 그렇지만 건축학적으로 가장 짓기 까다로운 건물이기도 하다.

    석공(石工)들과 미니 포크레인 사이로 중년 사내가 인상을 찌푸리고 있습니다. “돌이 너무 크잖아? 주위 건물하고 균형이 안맞는거 같은데….” 남자는 젊은 직원에게 뭔가를 지시하더니 이내 “오늘 다시 해보고 안되면 다 들어내자”고 말합니다. 그는 무엇을 하는 것일까요? 주변을 살펴봅니다. 맨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른편 커다란 연못과 정자입니다. ‘열십(十)자’ 모양인데 어딘가 낯익은 모양입니다. 바로 서울 창덕궁 뒷뜰 연못에 서있는 부용정(芙蓉亭)입니다. 여기엔 사연이 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정자와 연못은 서울 창덕궁에 있는 부용정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연못 한가운데에는 인공섬이 조성되고있다.

    부용은 ‘연꽃’이라는 뜻이지요. 조선시대 제왕들은 과거시험 급제자들을 이 정자로 불러 술과 안주를 하사하며 격려했다고 합니다. 왕에게 지금의 고시(考試)합격자들은 나라를 지탱해갈 신진기예 진흙에 물들지않은 청초한 연꽃처럼 보였을 겁니다. 연못은 지금 물막이 공사가 한창입니다. 가운데에는 인공 섬을 조성했는데 부용정에 머무는 투숙객들은 연못과 이어지면서도 낮은 담으로 분리된 풀(Pool)에서 호사를 누리겠지요. 주변은 온갖 기이한 꽃과 풀로 뒤덮여 한국의 미를 뽑내게될 것입니다. 왼편으로는 거대한 한옥이 모습을 드러내고있습니다. 내년초 일부가 오픈할 ‘한옥호텔 락고재(樂古齋)’의 프런트 역할을 할 건물입니다.
    한옥호텔 락고재의 뒷쪽으로 야트막한 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져있다. 앞으로는 안동의 진산인 화산이 보인다.

    한옥에서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우람한 소나무 골조들입니다. 수령(樹齡)이 척봐도 백년은 넘어보입니다. 소나무들은 경북 울진에서 가져온 금강송이라고 합니다. 그것을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을 지탱하는 배흘림 기둥처럼 다듬었습니다. 고 최순우 선생의 말처럼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천정의 정교한 나무장식을 보는 맛이 일품입니다. 손님들이 이곳에 온다면 그 옆 한옥으로 옮겨가 전통차(茶)를 대접받은 뒤 각자의 방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 옆으로는 계속해서 한옥 세채가 줄지어 있습니다. 모두가 투숙객이 개별적으로 이용하는 풀,혹은 노천탕을 갖춘 숙박시설입니다. 내후년 모든 공사가 끝날 때쯤이면 뒷편으로 다시 한옥들과 좌우로 초가(草家) 형태의 호텔이 들어선다고 합니다.
    한옥호텔 락고재의 건물들을 떠받치는 기둥은 배흘림 양식으로 만들어졌다. 배흘림 양식은 시각적인 왜곡을 없애기 위해 옛 건축가들이 고안해낸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한옥의 형태입니다. 한옥호텔 락고재를 짓고있는 안영환씨(58)는 여기 한국의 대표 문화재를 재현하는 중입니다. 정자로는 앞서 말한 부용정과 애련정(愛蓮亭)-관람정(觀纜亭)-청의정(淸漪亭)이,한옥으로는 낙선재-연경당을 그대로 복원한 건물들입니다. 물론 내부는 현대적인 화장실과 냉장고 같은 전자제품들이 배치돼 한옥의 멋과 실용을 겸하게 된다고합니다.
    지금은 한옥만 들어섰지만 머지않아 한옥의 좌우측으로 초가집들이 건축된다. 초가는 한옥과 또다른 한국의 멋을 느낄 수 있게 해줄 것이다.

    한옥의 천장은 말 그대로 한폭의 그림같다. 금강송의 아름다움이여.

    과연 안영환씨는 어떤 인물일까요? 저는 그를 2010년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기획취재부장 시절 2010년 6월12일자 ‘Why?’라는 지면에 ‘문갑식의 하드보일드’라는 코너를 운영한 적이 있는데 그때 등장한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의 인연은 묘하지요. 제가 지금까지 28년을 기자로 일하며 알게된 분은 그 수를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대형 인터뷰를 한 사람도 300여명이 넘는데 그 가운데서 인연을 이어가는 비율이 상상외로 낮습니다. 2~3% 남짓 될까 싶은데 이유가 있습니다. 취재할 때는 몰랐던 부분을 뒤늦게 알게되면서 느낀 실망감이 가장 클텐데, 안영환씨의 경우는 볼수록 새로운 면모를 보게 됩니다. 이번에 안동 하회마을 한옥호텔 취재도 별 부담없이 시작된 것인데 그는 이런저런 사연들을 들려줬습니다.
    안영환씨는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이 한국적인 미를 가장 뽑낼수 있는 곳으로 생각한다. 지금 한옥호텔을 건설하기에 앞서 초가를 매입해 한옥호텔 락고재로 만들었다. 그 툇마루에서 기자는 안씨와 대화를 나눴다.

    먼저,기와.그는 갓 뽑아낸 기와가 검은색 일색이어서 뭔가 앤틱한 기와를 찾아 전국을 헤맸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기와공장에서 ‘불량품’을 발견했지요. 색이 바랜듯한 느낌, 거기다 옅은 붉은색이 섞여 보는 순간 “이거다!”싶었다는군요. 그런데 따지고보면 불량품,이제부터 문제의 기와공장은 불량품을 생산해야만 하는 입장이 된 거지요. 이렇게 손에 넣은 기와를 가지고 그는 지붕에 올라간 인부들에게 일일이“거기다 붉은색,저기다 붉은색”하고 지시를 했다고 합니다. 앞서 말한 한옥 가운데 한채는 생각했던 것보다 1.6m 높은 곳에 지어졌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마음에 들지않아 궁리끝에 안씨는 건물 전체에 H빔을 대고 100톤 짜리 크레인을 동원했습니다. 그리곤 건물을 송두리째 들어 옆으로 옮겼지요. 그리고 원래 터의 높이를 깎아낸 후 한옥을 다시 옮겼는데 이번에는 바닥의 돌과 기둥의 아귀가 맞지않아 골머리를 앓았다고 합니다. 말로 하기는 쉽지만 시간이 돈인 공사현장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모두가 긴장하게 되겠습니다. 그런가하면 중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해 공자(孔子) 사당 비슷한 것을 만드는 것도 특이한 발상입니다. 양옆으로 퇴계 이황 선생과 서애 류성룡 선생의 이름도 적겠다는군요. 중국인의 자존심을 살리되 우리 자랑도 빼놓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이 사진에서 가장 눈여겨봐야할 것은 축대와 기와다. 안영환은 기와에서는 앤틱한 분위기를, 축대에서는 안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호텔을 짓고있는 부지는 돌투성이다. 그런데 정작 한옥을 짓는데 쓰는 돌은 경북 문경에서 가져온다. 그런게 어려운 점이다.

    안영환씨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링크를 걸어놓은 기사를 읽어보시면 초중고 시절 삶이며 대학을 나와 미국에서 컴퓨터 공학을 하다 음식업에 투신해 돈을 모은 일화며 다시 ‘한옥에 미친 사나이’가 되기까지의 재미있는 사연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는 이제 음식업은 아내에게 맡겨놓은 채 한옥에 남은 생을 바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한옥 아티스트’라고 칭하는데 그것이 결코 허풍이 아닙니다. 직접 한옥을 지었을 뿐 아니라 한옥학교까지 만들어 전문인력도 양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뿐 아니라 그는 전국을 돌며 명품 소나무도 수집해놓았지요. 소나무는 보기 좋은 것이 한 그루에 3000만원이나 한다는데 100그루면 30억원이니 웬만한 재벌도 손에 쉽게 넣을 수 있는 존재는 아닙니다. 그런 소나무를 그는 오래전부터 모았습니다. 그런가하면 지금은 전국의 미술품 수집상을 순회하며 내년에 일부 완공될 호텔에 넣을 그림이며 반닫이,밥상,도자기 등을 축적하고 있습니다. 웬만하면 모조품을 생각할만도 한데 그는“진품이 아니면 안된다”는 고집을 절대 꺾을 생각이 없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제가 짓는 한옥은 겉보기에도 멋있습니다. 우리 문화재 가운데 최고의 작품들을 재현하기 때문입니다. 내부는 황토벽돌로 이뤄져 있습니다. 뜨끈뜨근하지요. 거기다 노천(露天)에서 더운 목욕을 하며 경치를 감상할 수도 있고요.”
    리셉션 건물 바로 옆에 들어선 한옥은 내부가 전부 황토로 마감돼있다. 겨울철에는 눕기만 해도 후끈한 온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옥의 내부는 황토벽돌로 마감된다. 보통 벽돌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지만 그만한 효과를 낸다고 안영환은 믿고있다.

    안영환씨는 '한옥 아티스트'를 자처한다. 사진의 무대가 된 곳은 서울 북촌에 있는 락고재다. 일제시대 진단학회가 있었던 유서 깊은 한옥이다.
    그는 한국의 미(美)를 세계에 과시하고 싶어 안달난 사람입니다. 그래서 평생 모은 돈 100억원을 한옥에 고스란히 쏟아부으니 광인(狂人)이요 기인(奇人)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외국인들에게 그런 한국의 멋을 보여줄 날이 이제 다가옵니다. 안동 하회마을 한복판 낙동강변에는 이미 안영환씨가 지은 락고재가 있습니다. 초가집 세채로 자그마한 규모입니다. 4월의 봄날 저는 그곳에서 한옥에 정신 팔린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그는 한옥 이야기만 나오면 절로 신이 납니다. 그러다 갈증이 나면 막걸리 한잔을 곁들이니 신선(神仙)놀음이 따로 없습니다. 그렇게 춘몽(春夢)을 꾸고 있을 즈음 일본인 여성 관광객 3명이 초가집에서 나옵니다. 그들은 한옥의 맛에 빠져 매년 이곳을 찾는 일본인 가운데 한명이라고 합니다. 아! 안영환씨의 호(號)가 몽중(夢中)입니다. ‘꿈속을 헤맨다’는 뜻인데 그의 인생과 잘 맞아 떨어집니다. 그러고보니 춘몽을 꾸다 몽중을 부유하니 나비가 장자(莊子)인지 장자가 나비인지 정말로 저는 모르겠습니다. Photo By 이서현
    Premium Chosun ☜       문갑식 조선일보 선임기자 gsm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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