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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김연아 키즈, 박세리 키즈, 송유근 키즈

浮萍草 2015. 4. 30. 10:39
    유근이에게 애국을 가르치기 위해 영화‘명량 :회오리 바다를 향하여’ 시사회에 참가했다.왼쪽부터 필자,유근이,교황 초상화를 제작한 조용진 교수,김한민 감독
    ‘박세리 키즈’가 여자 골프로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 하지만 ‘김연아 키즈’는 상대적으로 그만큼 잘 나아가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오죽하면 김연아 ‘돌연변이’ 이론까지 나왔을까. 슈퍼영재 송유근 군이 성장하면서 최근 ‘송유근 키즈’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즉 만17세가 된 유근이를‘유근이 형’,‘유근이 오빠’라 부르며‘제2의 송유근’,‘제3의 송유근’이 되기를 꿈꾸는 아이들이다. 박세리 키즈와 김연아 키즈의 교육 시스템은 그동안 나름대로 갖춰졌지만 송유근 키즈를 위한 그것은 이제 새로 만들어야 한다. 나는 송유근 키즈 문제가 김연아 키즈보다 박세리 키즈 경우에 가깝다고 확신한다. 즉 교육 시스템만 새로 갖춰지면 송유근 키즈는 바로 우리나라 과학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 이유는 유근이가 ‘돌연변이’는 아니기 때문이다. 유근이는 2009년 3월 초등학교 6학년 나이로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한국천문연구원 캠퍼스에 입학해 공식적으로 내 대학원생이 됐다. 나도 처음에는 2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돌연변이’인 줄 알고 ‘꼭 살려보리라’ 결심하며 유근이를 데려왔다. 하지만 지도과정에서 나는 유근이 같은 아이가 우리나라에 수백 명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됐다. 고사리 손으로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며 자란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보다 훨씬 똑똑하다. 여기에는 인터넷 강의가 넘쳐나는 ‘IT 강국’ 대한민국의 독특한 환경도 기여한다. 이렇게 등장한 아이들, 미적분을 하는 초등학생들이 바로 송유근 키즈인 것이다.
    유근이를 찾아온 송유근 키즈. 이 아이들은 누가 '살릴까'./SBS 자료화면 캡처

    스포츠에서는 이번에 져도 다음에 이길 수 있다. 하지만 과학은 그렇지 않아서 이번에 지면 다음에도 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 과학이 진다는 것은 곧 나라가 망한다는 뜻이며 이는 조금도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영토가 작고 자원이 부족한 나라는 인재양성만이 살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송유근 키즈 문제는 박세리 키즈나 김연아 키즈 문제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송유근 키즈는 나라의 보장자산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아이들이 성장과정에서 대부분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은 자기가 친구들보다 조금이라도 잘 하는 것이 있으면 자랑하기 마련이다. 그러면 친구들이 이를 시기해 ‘왕따’로 만들어버린다. 어느 날 갑자기 부모에게 학교가기 싫다고 말하게 돼 있는 것이다. 영재들 중에서 극소수가 대학에 조기 진학하고 있지만 이들 역시 언니 오빠 동급생들 사이에서 도태될 확률이 크다. 교육이란 꼭 선생님으로부터만 받는 것이 아닐진대 동급생들과 어울릴 수 없는 아이가 어떻게 정상적인 대학생활을 할 수 있겠는가. 술도 못 먹고, MT도 같이 가기 힘들고, 거기다가 동급생들이 다독거리며 챙겨줄 리도 없지 않은가. 그 중 한 명만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말을 하거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F 학점을 받아도 예민한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는 극단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유근이를 맡은 이후 내 마음은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인터넷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미국 보내면 될 것을 왜 우리나라에서 바보 만드느냐 비아냥댄다. 미국에서 누가 유근이를 기다리고 있는가? 미국에서 누가 유근이에게 장학금이라도 준다고 했는가?​ 초등학교 6학년이 혼자 미국에 가서 ​성공할 것 같은가? 미국에서는 부모 생활비도 대주는가? 5분만 생각해도 그런 무책임한 말은 안 할 것이다. 그렇게 말들이 많아가지고서야 어느 과학자가 송유근 키즈 교육에 나서겠는가?​ 선진국에 가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다고 믿는 것은 사대주의적 발상이다. ​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 생각을 해야 되지 않겠는가. 우리 과학기술이 선진국만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교육도 못하는가. 지도교수가 부모 이상으로 관심을 가지고 매달려야 겨우 살릴 수 있는 송유근 키즈다. 나는 유근이를 지도하면서 헬렌 켈러의 설리반 선생님 동화를 여러 번 읽었다.​ 유근이 부모도 자기들이 당한 마음고생을 다른 부모들이 되풀이해 당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적지 않은 희생을 감수했다. 문제는 점점 더 많은 부모들이 송유근 키즈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에는 이미 통과한 중·고 검정고시를 취소처분당한 유승원 군의 사례까지 나왔다. 하루 빨리 송유근 키즈를 위한 교육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동네마다 영재학원이 몇 개씩 있는 나라에서 슈퍼영재가 갈 곳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나를 선행학습 지지자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은 정반대다. 현재 우리나라의 선행학습은 명문고나 명문대 입시 때문에 창궐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정말 같이 고민해서 풀어야 할 나라의 숙제다. 보통 아이들을 선행학습의 함정에서 구출해 웃음을 되찾아줘야 한다. 하지만 이를 보완하는 조치로서 송유근 키즈를 위해 ‘송유근 대학’을 세워야 한다고 믿는다. 희망하는 송유근 키즈가 초·중·고·대 과정을 일사불란하게 마칠 수 있는 ‘교육계의 KTX’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그 KTX의 종착역은 ‘송유근 대학’이라야 한다. 일반 대학에 입학해 각개격파 당하는 일도 막고 절차탁마 효과를 기대하려면 그 대학에 모아 놓아야 한다. 송유근 키즈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것이다. 유근이가 ‘송유근 대학’이 없어 피해를 본 첫 사례다. 유근이는 중·고 과정을 검정고시로 1년에 둘 다 끝냈지만 대학과정이 문제였다. 어렵게 입학한 대학을 포기하고 학점은행 제도를 통해 겨우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제도에는 이공계가 없어 유근이는 컴퓨터를 전공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대학원에 들어와 대학과정 수학과 물리학을 거의 2년 동안 다시 공부해야만 했다. 유근이는 현재 석·박사 통합과정 7년차지만 사실은 5년차나 다름이 없는 셈이다. ‘송유근 대학’의 입학자격은 예를 들어 ‘만12세 안에 중·고 검정고시를 모두 통과한 어린이’ 같이 정하면 된다. 마침 교육부에서 규제완화정책의 일환으로 검정고시 제한연령을 올해 만11세로 낮추기 때문에 잘 맞아떨어진다. 이 정도면 타고난 송유근 키즈만 입학이 가능하기 때문에 ‘치맛바람’도 통할 수 없다. 대기업에서도 설립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기 바란다. ‘송유근 대학’ 학생들은 공부만 해서는 안 된다. 음악 밴드를 하고, 미술 전람회를 열고 연극을 공연해야 한다. 그런 가운데 외국어를 조기 교육해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렇게 자란 송유근 키즈는 ‘10대 박사’가 되는 것도 가능하고 미래에 노벨상 수상자 ‘한국의 스티브 잡스’,‘한국의 스필버그’… 등이 될 것이다. 유근이에게 아직 보내지 못한 메일로 칼럼을 맺겠다.
    제목 : 유근아, 고맙다!
    유근아, 고맙다!
    드디어 강을 건너 왔구나!
    박사가 되려면 학생이 스스로 강을 건너야 한단다.
    선생님은 강까지 데려다 주는 사람일 뿐 강을 건너게 해 줄 수는 없단다.
    선생님이 도와줘 강을 건넌 학생은 반드시 다음 강에서 빠져죽는다.
    그래서 많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박사학위를 주지 못하는 것이란다.
    나는 강 건너편에서 네가 건너오기를 7년 동안 기다렸다.
    네가 건너오리라 굳게 믿었지만 그 동안 내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단다.
    내가 더 유능했으면 1년이라도 빨리 건너왔을 텐데…….
    미안하구나.
    유근아, 해가 바뀌면 너는 나를 떠나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네가 어디를 가든 조용승 선생님, 박병윤 선생님과 함께 지켜볼 것이다.
    드디어 강을 건너 왔구나!
    유근아, 고맙다!

    Premium Chosun ☜       박석재 한국 천문연구원 연구위원 dr_blackh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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