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王의 병을 보면 건강이 보인다

순조-이유없는 짜증

浮萍草 2015. 4. 22. 09:39
    심혈·심기 고갈이 원인…동시 보강해야
    전에 할머니 한 분이 진료실에 오셨는데 만사가 귀찮고 짜증이 나서 찾아왔다고 했다. 왜 그런가 들어보니 눈앞에서 귀여운 손자가 재롱을 떨어도 마땅치가 않고 심지어 갑자기 딸이 많이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는데도 오히려 벌컥 짜증만 났었다고 했다. 그래서 혹시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어 찾아왔다고 하소연을 했는데, 정답부터 얘기하면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이 맞다. 순조 11년 7월 8일의 ‘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순조가 이와 유사한 증세를 언급하는데 다음과 같다. “요즈음에 자주 전좌(殿座)하는 것은 염려되어 부지런히 하려는 것이 아니고 우러러보게 하려고 그러는 것도 아니다. 가끔 급박한 명령이 있게 되는 것도 역시 알지도 깨닫지도 못하는 가운데서 나오는 것이니 마음이 약해진 소치이지 반드시 까닭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평상시에도 시끄럽게 떠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걸어 다니는 소리나 새소리 같은 것도 역시 모두 듣기가 싫다.” 다시 말해 이유 없이 모든 것이 싫어졌다는 말인데 앞서 말했던 할머니와 비슷한 증상이라 하겠다. 각종 시끄러운 소리가 싫어졌을 뿐만 아니라 특별한 목적 없이 높은 의자에 앉아 있다든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급박한 명령을 내린다든지 하는 행동을 봤을 때, 이미 자신의 언행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당시 순조는 이러한 정신적인 증상 외에 육체적인 증상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평소 땀도 안 흘리고 가뿐하게 걸어가던 거리를 절반도 못 걸었는데도 숨이 차고 땀을 흘리게 되었다고도 얘기하며 입맛이 없어 밥을 잘 먹지 못하고 잠도 편하게 잘 자지 못해 엎치락뒤치락하거나 가끔 황홀해지기도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즉 닭이 먼저든 달걀이 먼저든 간에 몸과 마음 둘 다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에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육체적으로 건강해야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진다는 뜻인데 실제 심신(心身)증 치료의 기본이 되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몸이 피곤하고 어디가 불편하면 아무리 누가 호의를 베풀어도 귀찮고 짜증이 나게 마련이며 반대로 내가 기운이 넘치고 건강하면 스트레스가 생겨도 비교적 기분 좋게 넘기는 경우가 많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심신증은 몸과 마음을 함께 치료해야 회복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순조의 경우에는 어의가 아뢰기를 “맥후(脈候)는 대저 부족하며 격담(膈痰)이 있는 듯합니다. 밤중에 간혹 가슴 사이에 조동(跳動)하는 징후가 없습니까?”라고 묻자,“가끔 놀라는 듯한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결국 이틀 후부터‘가미영신탕’이라는 처방을 비롯해 심혈과 심기를 보강하는 처방들을 연말까지 투약한다. 결국 이 당시 어의들은 과도한 스트레스와 원기부족이 심혈과 심기를 고갈시켜 병증이 나타난 것으로 파악한 것이다.
    Munhwa ☜       김세철 명지병원장 saeckim@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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