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건강한 먹거리

‘국 없는 날’에 부쳐

浮萍草 2015. 3. 12. 06:30
    위 ‘OO데이’ 마케팅이 유행이다. 그리스도교의 성인 발렌티누스를 기리는 발렌타인데이(2월 14일)가 초콜릿 주고받는 날로 둔갑하더니 3월 14일은 화이트데이라며 사탕을 팔고 4월 14일은 블랙데이 라며 자장면을 먹으라고 부추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3월 3일은 삼겹살데이, 3월 7일은 참치데이라며 유통업계에서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날은 따로 있다. 바로 3월 13일 ‘국 없는 날’이다. 정부가 ‘나트륨줄이기 운동본부’를 발족한지도 벌써 3년 범국민운동을 통해 2020년까지 나트륨 섭취량을 20% 이상 줄이겠다는 목표로 야심차게 출발은 했으나 아직 까지 이렇다할 가시적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나트륨줄이기 캠페인에 참여해서 저(低)나트륨 메뉴를 선보이기로 했던 일부 외식업체에서 실제로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실망스런 보도가 있었을 뿐이다. 싱거운 음식을 소비자가 외면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나트륨 섭취 줄이기의 일환으로 ‘국 없는 날’을 선포한 지도 어느덧 2년이 흘렀다. 하지만 필자는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들 가운데 ‘국 없는 날’을 아는 분들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다. 실제로 필자가 강연을 통해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국 없는 날’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했으며‘국 없는 날’의 존재를 아는 사람조차도 많지 않았다. 그야말로 유명무실한 기념일 중 하나로 전락한 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처럼 ‘국 없는 날’까지 정해가며 국물 요리의 위험성을 알리고자 하는 이유는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중 약 30%가 국물 요리에 기인하기 때문 이다. 새삼스레 강조할 필요도 없이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는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실제로 몇몇 식품들의 염도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음식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특별히 짜지는 않다. 햄이나 치즈, 과자류 등 수입된 식품들을 먹어보면 오히려 우리나라 것보다 더 짠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스팸을 본따서 만든 우리나라 제품이 ‘안 짜다’는 특성을 그토록 강조하며 선전을 했겠는가. 결론적으로, 우리 음식은 짜지 않다. 단지 국물이 문제일 뿐. 이러한 이유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물요리에 화살을 겨누게 된 것이다. 문제는 국물요리를 즐겨먹는 습관이 하루아침에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탕(湯)민족’으로 불릴 정도로 국물 사랑이 워낙 유별나기 때문이다. 국민 10명 중 7명은 국물요리에서 국물을 남김없이, 또는 거의 다 먹는 식습관을 갖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나마 각 가정에서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단체급식에서는 아직도 국이 절대로 빠지지 않는다. ‘밥과 국’이라는 뿌리 깊은 인식 때문에 국이 빠지면 급식 수요자들의 불만이 크고 급식 공급자 입장에서는 그런 불만을 감내하느니 차라리 매끼 국을 제공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병원의 환자식도 마찬가지다. 환자식은 대체로 염도가 조금 낮지만 그래도 국이 빠지지는 않는다. 심지어 한국영양학회에서 제시한 권장식사패턴에서도 세끼 꼬박꼬박 국이 들어있다. 정부에서 ‘국 없는 날’을 정하고 국물요리의 문제를 홍보한다고 국민 모두가 당장 밥상에서 국그릇을 치워버리기를 기대한다면 이는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행동의 변화는 인식의 변화에서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알기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 아는 것’보다 백배 중요한 것이 ‘하는 것’ 이다. 당장 시작하자. 국그릇 작은 것으로 바꾸기 국 조금만 담기, 국물은 남기고 건더기만 먹기. 이 작은 시작이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의미 있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참고로 ‘국 없는 날’은 ‘세끼 중 한끼는 국 없이 삼삼하게’라는 의미를 담아서 3월 13일로 정했단다. 부디 잊지 말고 챙기시길, 그리고 올해 ‘국 없는 날’이 국물요리를 줄이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FPremium Chosun ☜     이미숙 식 생활 클리닉 '건강한 식탁' 원장 doctor@diet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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