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H/생로병사

醫師의 沈默이 醫療紛爭을 키운다

浮萍草 2014. 11. 23. 11:36
    의료진이 실수 自進 보고하면 책임 안 묻고 오류 정보 모으는
    선진국 진료 시스템 改善策이 의료 사고 막고 환자에게 得 줘
    病 고치러 왔다 병 얻지 않도록 의료 安全 제도에 관심 모아야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사
    방의 한 종합병원이 우리나라 병원 문화에 전례가 없던 파격적인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입원 중인 환자가 사망하면 담당 의사가 검은 양복을 입고 장례식장 빈소에 가서 문상했다. 일본의 몇몇 병원이 의사가 영안실로 찾아가 문상하는 사례를 도입한 것이다. 국내 첫 '의사 문상제(問喪制)'였다. 자신들이 돌봤던 병원에서 환자가 죽음을 맞이했으니 인간적인 차원에서 예우를 갖추자는 생각이었다. 병원은 이를 위해 의사들에게 문상용 양복까지 맞춰 주었다. 일부 의사의 반발이 있었지만 의사 문상은 시작되었다. 반응도 매우 좋았다. "이 병원은 참으로 환자를 신실하게 대하는구나" "생명에 대한 겸허한 자세가 느껴진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병원은 나중에 의사 문상을 접었다. 병원과 환자 간에 갈등이 생겼거나 분쟁이 일어났을 경우,환자 측이 의사가 문상 온 것 자체를 병원이 잘못을 인정하는 행동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의료 분쟁의 증폭 과정을 보면 의료진의 과오(過誤) 여부에 대한 공방이 감정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분명히 의료진이 잘못 처치해서 우리 엄마 내 자식이 이렇게 된 것 같은데 그걸 인정하지 않고 변명만 늘어놓는 의료진에 환자 가족들은 분노가 폭발한다. "의사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나이도 어린 것이…" 하면서 '싸가지'문제로 비화한다. 의사들은 섣불리 잘못을 인정했다가는 분쟁의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까 봐 사과나 과오 인정에 인색하다. 물론 의료진의 과오가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을 수도 있지만은. 어찌 됐건 이런 과정을 통해 의료 분쟁은 대형 사고로 불붙기 쉽다. 의료진은 실수가 있었을 경우에는 자신들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무엇이 미흡했는지를 대개는 안다. 이럴 때 빨리 상황을 인정하고, 진정한 위로를 표시하고 그다음 후속 조치를 적절히 취하면 환자 상태가 회복할 수 없는 단계까지 가는 것은 줄일 수 있다. 사과한 의사가 환자를 적극적으로 처치하려는 노력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법적 책임에 대한 두려움으로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심정으로 잠자코 있다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곤 한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이는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의료 분쟁이 났을 때 가장 위험한 것은 의사의 침묵이다. 환자 상태를 정확히 알고 있을 담당 의사가 책임을 면할 궁리만 한다면 환자에게는 치명적이다. 오죽하면 우리나라 병원에서 의료 분쟁이 생기면 일단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게 차선책이라고 하겠는가. 미국에서는 의료 분쟁 시 병원과 의료진이 환자 측에 사과한다고 해서 그것이 잘못을 인정한 법적 증거로 이용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운영한다. 이른바 '미안합니다 법'(I am sorry law)이다. 의사,간호사,의료기사 등 모든 의료진에게 해당한다. 과오를 조기에 인정하고 후속 조치를 신속히 취하면 법적 책임을 감면해 주기도 한다. 이 법안의 근본 목적은 어떤 상황에서건 환자를 보호하고 감정싸움으로 불필요한 의료소송이 남발되는 것을 줄이자는 데 있다. 현재 '미안합니다 법'은 미국 50개 주(州) 중에서 40개 가까운 주에 도입됐다. 같은 맥락에서 선진국 병원은 의료진이 자신의 실수나 과오를 자발적으로 보고하면 그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제도도 운용한다. 이를 과오 방지 체계를 만들기 위한 정보 제공으로 받아들인다. 의료인이 일부러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는다. 의도하지 않게 나오는 실수나 과오가 빈발하거나 반복되지 않게 촘촘한 방어 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어디서 어떤 실수가 자주 나오는지를 파악해야 하고 이를 토대로 진료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환자에게 약을 잘못 줬을 뻔했던 경우, 검사물이 바뀔 뻔했던 상황 등 실제 일어나지 않았던 것까지 모두 보고하도록 하고, 그 실토를 나무라지 않는다. 미국 연방법 또한 이렇게 취합된 사례 통계나 자료는 의료소송의 증거로 활용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과오나 실수 보고의 면책(免責)을 통해 개별 사안으로 감지하지 못했던 약물의 부작용을 알 수 있게 되고 어떤 상황에서 환자들이 병원서 낙상 사고를 당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되고 어떤 경우에 병원 감염이 일어나는지 분석해 방지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이런 법안들은 의료인의 보호를 위한 것이 아니라 환자들을 위한 것이다. 어느 집안이나 크건 작건 의료 분쟁과 관련한 억울한 사연들이 있다. 병 고치러 왔다가 병 얻었다면 얼마나 황당하고 억울하겠는가. 결국은 누구나 환자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안전한 의료 시스템을 만들고 개선하는 데 사회적 관심이 모아져야 한다. 가수 신해철의 죽음이 의료 사고 논란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더욱 절실해진다.
    Premium Chosun ☜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 기자,의사 docto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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