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우리 음식 이야기

원추리나물

浮萍草 2015. 3. 18. 20:06
    전의 이른 봄 우리의 식생활은 궁핍했다. 곡식도 떨어지기 시작하고 저장했던 채소들이 싹이 나서 상해서 먹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긴 겨울 추위를 이기고 산에 들에 나오는 어린잎을 데쳐서 나물로 무쳐 먹고 죽도 끓여 먹었다. 그래서 혹자는 산골의 3월을 빈궁한 ‘나물고개’라고도 부르는데 지금은 산에 들에 나오는 나물들이 우리의 식탁을 더 건강하고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 언 땅을 녹이며 어린잎을 내미는 백합과의 원추리는 봄과 함께 빠르게 자라는데 새싹과 꽃이 모두 예쁘다. 원추리의 어린순은 데친 후 무쳐서 나물로 먹고 토장국,김치로도 만들어 먹었다. 활짝 핀 꽃은 따서 차로도 달여 마셨는데 은은한 꽃향기가 일품이다. 뿌리는 약재로 한방에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이구화가 쓴 연수서(延壽書)에는 원추리에 대하여 “어린싹을 나물로 먹으면 술에 취한 것같이 마음이 황홀 하게 된다”고 기록돼 있다. 조선시대 학자 신숙주도 시를 통해 “가지에 달린 수많은 잎처럼 일이 많지만 원추리로 인하여 모든 것을 잊었으니 시름이 없노라”고 원추리를 예찬했다. 조선 숙종 때 실학자인 홍만선은 산림경제(山林經濟)에서“원추리는 훤초(萱草)라 하며 엄나무라고도 하고 시름을 잊게 한다 하여 망우초(忘憂草)로 불리기도 한다”고 했다. 조선 중종 때 역관이던 최세진이 만든 학습서인 훈몽자회(訓蒙字會)에서는 ‘넘나물’이라고 했다. 한방에서는 근심을 잊게 하는 식물로서 우울증을 치료하거나 해독제로 사용된다고 한다. 우리 선조들은 원추리 어린순을 따서 지푸라기로 무시래기 엮듯이 엮어서 처마 밑에 매달아 말려두었다가 음력 정월 대보름날에 국을 끓여 먹는 풍습이 있었다.
    원추리나물을 먹으면 그해 걱정거리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사찰에서는 원추리나물을 선식으로 즐겨 먹었다. 미끈한 식감에 특이하게 부드럽고 담백하면서 달짝지근한 맛이 난다. 원추리를 나물 무침으로 먹기 위해선 먼저 원추리를 깨끗하게 다듬어 씻는다. 이어서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데친 후 찬물에 여러 번 헹구어 물기를 꼭 짠다. 큰 그릇에 간장, 다진 파, 다진 마늘, 참기름, 깨소금,설탕,식초 등을 넣고 양념장을 만들고 여기에 원추리를 넣고 뽀얀 국물이 나오도록 무친다. 원추리나물은 초고추장에 무쳐 먹어도 좋다. 따사로운 봄날, 원추리나물을 만들어 먹으며 걱정 근심을 잠시 놓아 본다.
    Munhwa ☜      김갑영 영양학자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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