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선 후기의 대표적 실학자인 서유구는 임원경제지의 정조지에서 꿀에 달인 과일 과자로 밀전서과(蜜煎西瓜)
라고 부르는 꿀수박을 소개하고 있다.
수박(서과·西瓜)은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에 몽골을 통하여 도입된 것으로 추정하는데 1년생 덩굴성 풀로서
갈증을 없애주고 이뇨작용을 하는 여름철의 대표적인 과일로서 수박화채로도 많이 먹는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수박에 대한 내용이 세종 22권,5년(1423) 10월 8일 기록에 담겨 있다.
주방일을 맡고 있는 환관이 수박을 도둑질하여 곤장 100대를 치고 귀양 보냈다고 한 것을 보면 당시에 수박은
매우 귀한 과일이면서 한여름철이 아닌 계절에도 먹은 것으로 보인다.
빙허각 이씨의 규합총서에 보면 수박 다루는 법으로 수박은 해를 뵈지 않고 먼지를 올리지 않으면 겨울까지
간다고 기록되어 있다.
정조지에는 꿀수박 만드는 법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수박꼭지를 옆으로 둥글게 도려내고 속을 약간 파서 꿀,계핏가루,후춧가루를 넣는다.
그리고 도려낸 수박꼭지를 다시 덮어 대꼬챙이로 고정시킨다.
이어서 한지로 뚜껑을 감아서 24시간 중탕을 하여 먹는다고 돼 있다. 더운 여름에 찬 음식을 먹고 탈이 나는
것을 막기 위한 조리법으로 여겨진다.
겨울철에는 아마 이런 조리법에 의해 따뜻한 꿀수박을 만들어 먹은 것으로 생각된다.
서유구의 정조지를 바탕으로 유기농 마을인 괴산의 미루마을 ‘평화가 깃든 밥상 살림연구원’의 요리연구가
문성희 씨는 60여 종의 채소를 식재료로 해 생명밥상을 재현했다.
생명밥상에 오른 음식 중에 꿀수박도 있다.
문 씨는 약불에서 2시간 정도 중탕하여 식혀서 꿀수박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꿀수박은 차가운 수박과는 또 다른 깊은 풍미를 느끼게 하면서 계피와 후추의 맛과 향이 새로운 느낌을 준다.
지난해 열렸던 ‘풍석 서유구 선생 탄신 250주년’ 학술대회 때 이렇게 만든 꿀수박을 얼음에 채워 수박 그대로 상에 올렸더니‘상상할 수 없는 맛’ ‘향과 식감이 감히
일품’인 약선음식이란 찬사를 들었다고 한다.
새로운 음식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수박은 여름과일이지만 요즘 같은 겨울에도 먹을 수 있다.
한파가 이어지는 이런 날씨에 서유구의 정조지에 나오는 꿀수박 조리법을 재현하여 찬 성질의 수박을 따뜻하면서 달콤한,이색적인 맛으로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 Munhwa ☜ ■ 김갑영 영양학자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草浮 印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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