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浮萍草音樂/아시아 불교민속

<38〉 태국 ⑥

浮萍草 2014. 11. 3. 10:43
    불교와 통과의례
    느 인류학자가 태국중부의 마을주민들을 대상으로‘가장 큰 공덕행위’를 무엇이라 생각하는지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그들은 제일가는 공덕으로 스님이 되는 것을 꼽았고 두 번째는 절을 지어 승가에 바치는 것, 세 번째는 아들을 출가시키는 것이라 하였다. ‘
    스님으로 살아가는 것’을 스스로는 물론 부모를 위한 최상의 공덕행위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님이 되지 못하는 이들은 단기출가로써 공덕을 짓게 된다. 
    ‘신랑이 되기 전에 승려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태국에서는 단기출가가 곧 성인의례에 해당한다. 
    득도식(得度式)을 올려 짧은 기간이나마 수행자로서 심신을 닦아야 비로소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어른으로 존중받게 되는 것이다. 
    이들을 성숙한 사람이라 여겨 ‘콘쑥’이라 부르는 데 비해 단기출가를 하지 않은 이는 ‘콘딥’이라 하여 미숙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또한 태국속담에 ‘황색옷자락을 잡고 극락 들어간다’는 말이 있다. 
    황색 옷은 승복을 말하여 자식이 출가한 공덕으로 부모가 극락에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출가에 담긴 효도와 보은의 의미가 커서 특히 단기출가마저 금지된 여성들은 아들 낳기를 바라며 자신을 위해 자식이 지어줄 크나큰 공덕을 기대하게 마련이다. 
    성인의례뿐만 아니라 출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그들은 불교의 보살핌 속에서 일생의 중요한 통과의례를 치른다.
    특히 불교가 들어오기 전부터 태국에는 토착신앙이 깊이 뿌리내려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그들은 모든 존재에게 ‘콴’이라는 수호정령이 있다고 믿는다. 
    콴은 주로 정수리에 깃들어있다고 보아 태국에서는 머리, 특히 정수리를 쓰다듬는 것은 금기에 속한다. 
    집을 지을 때 서로 다른 숲에서 베어온 나무로 기둥을 세우는 것을 금기시하는데 이 또한 나무의 콴이 싸워 위험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행하는 의례에서도 이러한 민간신앙과 불교가 깊이 결합되어 있다. 
    이들은 생후 1개월 된 아기의 머리카락을 자를 때,사춘기 아이의 상투를 자를 때,단기출가ㆍ혼례ㆍ장례 등을 행할 때 수호정령을 위한 ‘탐콴의식’을 치른다.
    의식을 행할 때면 스님이 진언을 외워 만든 성수(聖水)와 성사(聖絲)가 핵심요소로 등장한다. 
    청정수를 의례공간에 뿌리는 정화의식은 보편적이지만 흰색 실을 사용하는 성사는 독특하다. 
    성사의 한쪽을 불상에 감고 다른 쪽을 의식공간에 매어 신성한 결계(結界)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의식에서도 성수와 성사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혼례의 탐콴의식을 보면 신랑신부의 머리에 실타래를 얹고 가는 실로 실타래를 연결하는데 이는 두 사람의 콴을 결합시킨다는 뜻이다. 
    아기 머리카락을 자르는 탐콴의식에서는 정수리 가마부분은 남긴 채 머리를 민 다음 성수로 몸을 씻기고 성사로 두 손목과 두 발목을 각각 묶어준다. 
    이를 ‘콴을 묶는다’고 표현하면서 수호정령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일생의 통과의례는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중요한 시점이어서 종교적 기원이 절실해지게 마련이다. 
    그들은 민간신앙의 전통에 따라 의식을 치르면서 보다 강력한 힘을 지닌 불교를 적극 수용하여 가장 우위에 두었다. 
    불교 또한 토착문화를 포용하면서 민간신앙과 나란히 태국인의 삶을 지켜온 셈이다.
    
    ☞ 불교신문 Vol 3052 ☜       구미래 동방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