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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가족의 고통을 덜어주려면 '사전의료의향서'를 미리 써 두세요

浮萍草 2014. 10. 31. 13:34
    통사고 등으로 뇌(腦)가 사실상 사망해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으나,병원에서 인공호흡기를 붙여 숨을 억지로 연장해가는 일이 자주 있다. 
    의학적 기준에 따르면 이 사람은 아직 사망한 것이 아니다. 
    사람의 심장이 멈춰야 사망한 것으로 판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뇌사 상태가 오랫동안 진행되어 깨어날 가능성이 아주 낮다면, 사실상 사망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죽음에 대한 이런 인식 차이를 둘러싸고, 요즘 의료계에서는 인위적인 연명치료(延命治療) 중단 문제가 핫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첫 번째 시각은 ‘사람의 생명은 존엄한 것인데, 인간이 다른 인간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종결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두 번째 시각은 ‘사실상 사망한 사람의 생명을 약물 등을 투입하면서 억지는 붙드는 것은 당사자의 고통을 크게 할 뿐만 아니라,오히려 인간 존엄성을 해친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양하고 살아온 인생 역정에 따라 삶의 철학 또한 같지 않기 때문에 어느 쪽의 주장이 딱 부러지게 옳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무의미한 연장치료는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국민들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더 고통스럽게 하는 연명치료에 대해 회의적인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무의미한 연장치료의 중단이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는 분야는 말기 암 환자의 치료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암 환자가 사망 1개월 전까지 항암치료를 받는 경우가 전체 암 환자의 3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실상 무의미한 치료가 아주 많다는 얘기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환자 본인은 물론이고 남은 가족들에게도 큰 어려움을 안겨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조사에 따르면 암 환자의 사망 직전 1년간 치료비는 약 3000만 원으로, 일반 환자들의 평균 입원진료비보다 14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의료전문가들은 ‘죽음을 앞둔 말기 암 환자에게는 불필요한 치료를 중단하고 호스피스(hospice)처럼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돌봄 서비스를 제
    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많은 의사들은 인위적인 연명치료의 중단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의료윤리의 기본원칙은 무엇보다 사람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생명은 그 어느 것보다 귀하기 때문에 의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기술을 동원하여 생명의 연장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생명연장을 위한 기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생명 연장에 소홀 한다면 살인죄가 성립될 수도 있고 의료윤리를 저 버린 의사로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인위적인 연장치료에 대한 논란이 사회적으로 커지자,2013년 7월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연명의료의 환자 결정권에 관한 권고안’을 발표하고 
    정부에 특별법을 만들 것을 권고했다. 
    권고안에 따르면,환자본인이 의사를 명확하게 밝힌 경우에는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의사에게 충분한 설명을 들은 뒤 ‘연명의료 계획서’를 작성하거나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담은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한 경우다.
    그러나 식물인간 상태에 있는 환자는 그 범위가 넓고,안락사(安樂死, 죽음에 임박한 불치의 병상자를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 편안하게 죽게 하는 일) 조장 위험이 있어 
    연명의료 중단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환자의 뜻대로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 혈액투석,항암제 투여처럼 전문 의학기술과 장비가 포함된 특수 연명의료에 국한되며 단순한 영양·산소 
    공급은 중단할 수 없다.
    연명치료 문제가 등장할 때마다 자주 언급되는 사전의료의향서(事前醫療意向書,Advance Medical Directives)는 내가 죽음에 임박하였을 때,어떤 치료는 하고 어떤 
    치료는 하지 말아 달라는 의사를 미리 밝혀 놓는 서류를 말한다. 
    과거에 사람들은 집에서 가족이 모인 가운데서 임종을 맞이했다. 
    그러나 핵가족이 일반화되고 아파트 생활이 보편화되면서, 장례절차를 집에서 치루기 어려워졌다.

    암과 심장병 등 만성질환으로 앓는 많은 환자들이 사망하기 전에 병원에 입원하여 장기간 치료를 받기 때문에 전과 달리 죽음을 병원에서 맞이하는 경우가 늘게 되었다. 그런데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사망 장소를 단순히 집에서 병원으로 위치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죽음의 모든 과정에 의료팀이 개입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 한다. 사실상 뇌사 상태에 빠진 환자에게 한번 인공호흡기를 달게 되면,가족이나 의사가 나중에 인공호흡기를 제거하여 더 이상의 무의미한 생명의 유지를 중지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권한이 없다.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에서도 나와 있듯이 생명의 유지를 중지시킬 권한은 사망자 본인에게만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망에 임박한 본인은 의식이 없거나 약물치료 중독 등으로 자기의 의사를 밝힐 능력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미리 죽음에 임박할 상황이 벌어질 때를 대비하여 정신이 명료한 지금 자신의 의사를 적어 놓고 이를 가족에게도 알리고 후에 그러한 상황에서 치료하는 의사 에게 알리자는 게 사전의료의향서의 취지다. 이렇게 작성되는 사전의료의향서는 장차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초래할 수 있는 본인의 고통을 줄이고,의사와 가족들이 떠맡는 정신적,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된다. 누구나 죽음을 맞이할 때 가족과 사회에 부담을 주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평소에 사전의료의향서를 써놓게 되면 이 같은 혼선을 미리 막을 수 있다. 중병에 걸려 병원에서 사망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가족들을 위해 미리 사전의료의향서를 써야 할 일이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은 이미 이렇게 하고 있다.
    Premium Chosun        송양민 가천대 보건대학원장 ymsong@ga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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