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고기는 부위별로 조리법이 다양하고 특징적이고 맛도 일품이다.
그 여러 부위 중에서도 수구레는 소가죽과 살 사이에 있는 아교질 성분으로 소의 특수부위에 해당한다.
수구레에는 아픈 역사가 있다.
소가죽 제조용 수입 외국산 원피에 붙어 있는 수구레는 부산물에 해당하므로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그런데 이 부산물인 수구레가 한때 서민음식으로 유통돼 문제가 됐다.
지금은 도축장에서 소의 피혁생체에서 직접 채취,유통경로를 통해 위생적으로 거래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수구레는 술국으로 제격이며 술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의 입맛에도 맞는다.
수구레는 지방성분이 거의 없고 콜라겐과 엘라스틴 성분이 있어 맛이 담백하고 차지고 쫀득쫀득하여 씹을수록
고소하고 탄력 있는 식감이 일품이다.
그래서 일부 미식가는 수구레를 소고기 여러 부위 중 으뜸으로 꼽기도 한다.
사실 수구레 부위는 황소 한 마리에 2㎏ 정도밖에 안 나와 희소가치도 있다.
한우의 고장인 강원도 횡성에는 수구레로 해장국을 끓여내는 별미해장국 집들이 있다.
횡성읍 입석리에 있는 ‘원수구레해장국’집이 원조집으로 통한다.
수구레에 콩나물과 배추를 넣어 끓여내는 수구레해장국은 영양은 물론,속풀이에도 좋고 맛 또한 일품이다.
수구레는 잘 끓이지 않으면 질겨서 먹기가 어려우므로 끓이는 법이 꽤 까다롭다.
그래서 오랫동안 수구레를 다룬 경험이 있어야 요리를 제대로 만들 수 있다.
수구레는 센 불에 오랫동안 삶는데 삶는 동안 기름기를 제거하면서 세척과 손질을 계속해야 한다.
세척 과정과 불의 세기와 삶는 시간에 따라 맛이 달라지므로 숙련된 기능이 필요하다.
수구레로 만드는 음식은 한우 부산물을 취급하는 전국의 음식점마다 각기 다르다.
경남지방에는 잘 끓인 수구레에 콩나물,배추를 넣어 끓여내는 수구레해장국이 있다.
일반적으로 해장국은 선지를 넣는데 수구레해장국은 선지를 넣지 않고 수구레를 넣어 맑게 끓인다.
경기도 용인에는 수구레국밥이 있으며 이외에도 더덕수구레무침 수구레버섯전골, 수구레볶음도 있다.
일반국밥처럼 수구레국밥은 서민적인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커피거리로 유명한 강원도 강릉 안목해변에 서양화가가 갤러리 같이 꾸민 수구레국밥집을 직접 운영해
많은 여행객의 허기를 달래주고 있다.
이 서양화가는 전국을 다니면서 맛있는 음식을 다 먹어 보고 수구레국밥의 담백하면서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맛에 반해 직접 국밥집을 차렸다고 한다.
쫄깃하면서 입에 착착 붙는 따끈한 수구레국밥 한 그릇으로 점차 싸늘해지는 가을날을 따뜻하게 만들어 보자.
☞ Munhwa ☜ ■ 김갑영 영양학자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草浮 印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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