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재벌가 인사이드

19 재벌과 풍수(上)

浮萍草 2014. 10. 24. 10:19
    풍수만 믿다가 몰락한 재벌총수들
    울 여의도 63빌딩 정문 옆에는 커다란 표지석 하나가 서있다. 
    ‘내실을 튼튼히 하여 세계 정상으로 나아가자. 
    회장 김승연’이라고 써 있는 표지석이다. 
    이 표지석은 한화그룹에서 신동아그룹을 인수했을 때 한 풍수학자의 권유로 김승연 회장 이름으로 세운 것이다. 
    63빌딩은 바람이 정면으로 지나는 자리여서 그 기운을 이기려면 표지석을 세워 강한 바람을 잠재워야 한다는 뜻에 따라 세웠다. 
    신동아 그룹 최순영 회장이 경영권을 상실한 것도 이 바람을 이기지 못했다는 풍설이 있었다. 
    실제로 여의도에는 큰 기업인이나 정치인의 자택이 없다. 
    예전에 천대 받던 사람들이 살았던 지역적 특성과 물만 있고 산이 없어 큰 인물이 날 수 없다는 풍수학 때문인지 모른다.
    서울 여의도 63빌딩 정문 곁에 세운 한화 김승연 회장(오른쪽)의 표지석.

    잘 나가던 기업이 망하거나 총수가 구설수에 오르면 사옥이나 조상 묏자리 때문이라고 풍수와 연관지어 입방아를 찧는다. 최근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를 현대차그룹에서 천문학적 금액으로 사들이자 풍수학자들은 서울의 마지막 남은 명당이라고 입을 모았다. 배산임수(背山臨水)의 형국을 잘 나타내는 곳이라는 주장이다. 근처에 있는 봉은사가 대표적인 명당이라고 알려져 있다. 실제 봉은사는 예부터 시주가 잘 되는 절로 유명했었다. 현대차 그룹에 팔린 삼성동 부지도 봉은사 소유 땅이었다. 봉은사에선 이 부지를 서울시에 판 것을 놓고 나중에 땅을 치며 후회했다는 후문도 있다. 조선시대 실학자 홍만선은 ‘청룡(남향을 기준으로 동쪽)에 물. 백호(서쪽)에 길,주작(남쪽)에 연못,현무(북쪽)에 언덕이 있는 곳이 명당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학설에 삼성동 한전부지가 부합된다는 뜻이다 반면 서울 신문로의 금호아시아나 빌딩과 서울역 앞 대우빌딩 근처를 최근 가장 흉지로 풍수학자들은 얘기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본사 빌딩 정문이 북쪽으로 나있어 기(氣)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흉터라는 지적이다. 2008년 이 신사옥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있었던 맞은 편 빌딩은 좋은 기가 오는 명당이었는데 그 쪽으로 옮기면서 그룹이 휘청거렸고 현재도 총수 형제가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등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곁인 태광산업 빌딩 역시 이호진 회장이 구속되는 등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설에는 미국의 조각가 조너선 브로브스키가 세운 조각상 ‘헤머링맨’의 저주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요 그룹 본사의 정문을 북쪽으로 둔 곳은 별로 없다. 서울 서린동 SK 본사 사옥은 빌딩 위치상 북쪽인 종로쪽이 정문으로 맞지만 그 반대편인 남쪽으로 정문을 두었다. 테헤란로의 포스코 빌딩도 큰 길가인 북쪽이 아닌 그 반대편에 정문을 두어 액운을 피해 갔다는 풍수학자들의 주장이 있다. 북쪽이 정문인 서울 서소문 옛 조양상선 빌딩과 유원빌딩은 오래전부터 흉터로 소문나 있다. 이 빌딩을 인수한 기업들이 속속 망했기 때문이다. 서울역 맞은 편 부지들도 풍수학자들은 흉지라고 얘기한다. 대우빌딩 터 역시 대우그룹이 망했고, 그 근처에 있는 STX그룹이 부도처리 됐고, CJ그룹은 총수가 구속되는 등 악운을 맞고 있다. 롯데그룹이 짓고 있는 서울 잠실 제2롯데 월드 터 역시 명당과는 거리가 먼곳이라고 풍수학자들은 주장한다. 이곳은 원래 누에를 치던 자리로 풍수학상 반궁수(反弓水)라고 하여 물길과 기운이 쌓이는 곳이 아니라 깎이는 자리라고 한다. 따라서 제2롯데월드를 둘러싼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 것도 풍수지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원래 우리나라는 산이 많아 양기가 충만한데 높은 건물 또한 양기이므로 조화가 깨진다고 풍수학자들은 주장한다. 한국에선 높은 건축물이 안맞다는 얘기다. 예부터 재벌총수들은 풍수지리에 상당한 관심을 가졌다. 재벌총수들이 사업상 만나는 사람 말고 가장 많이 만나는 일반인은 풍수학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서울대 교수에서 풍수학자로 변신한 최창조 박사는 한국의 웬만한 재벌 총수는 다 만나 봤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힌 적이 있다. 창업총수들은 더할나위 없고 2~3세 경영인들도 사옥을 짓거나 공장터를 고를 때 반드시 풍수학자들의 자문을 얻어 실행에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이 충남 당진 한보철강(현 현대제철) 터를 고를 때 풍수학자와 함께 헬기를 타고 전국을 10번 이상 다닌 끝에 정했다고 필자에게 설명한 적이 있다. 실제 한보철강 자리는 누가 봐도 명당자리임을 알 수 있다. 당시만 해도 서해안 고속도로는 상상도 못할 때였다. 태안반도를 돌아 경운기나 다닐 정도의 소로 밖에 없을 정도로 외진 바닷가였다. 그러나 정 회장은 땅의 기운을 보고 이곳을 선택 한보철강을 만들어 냈으나 결국 기업은 남의 손에 넘어가고 말았다.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왼쪽)과 최종현 SK그룹 회장.

    SK그룹 최종현 회장이 암진단을 받고 암투병을 할 때 한 풍수학자를 자택으로 초청,집터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적이 있다. 당시 최 회장의 자택은 워커힐 호텔 구내에 있는 빌라였다. 이때 풍수학자는 경치는 좋지만 풍수학적으로는 흉지라고 얘기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양수리에서 만나 광나루쪽을 찌를 듯이 달려드는 살벌한 곳이라서 이사를 권유했다. 큰물이 집쪽으로 몰려들면 기가 너무 세, 젊은이들도 이길수 없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최 회장은 풍수 때문에 굴복할 수 없다면서 그 제의를 뿌리쳤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풍수학자들은 명당은 마음속에 있다고 주장한다. 땅으로 부와 권력을 욕심부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천하의 명당에 자리를 잡았다고 해도 그것을 다룰 능력이 안된다면 그것은 허상이나 다름없다. 명당이라고 소문난 곳에 살았던 재벌총수들도 패망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Premium Chosun        홍성추 재벌평론가 sch8@naver.com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