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인간관계 클리닉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삶의 지혜더라

浮萍草 2014. 9. 6. 10:10
    간관계에서 제일 어려운 건 아마도 미운 사람과 맺는 관계일 것 같다. 행동거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 미운 사람을 평생 피할 수 있다면 세상사에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눈에 거슬리는 사람은 보지 않고 마음에 드는 고운 사람만 보면서 살 수 있다면 그곳이 아마 천국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남은 안 만나면 그만이라고 쳐도 부모 자식 간이나 부부지간에는 안 만날 수가 없다. 사실 남이라고 해도 멀리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직장 상사라든지 같은 종교 모임에 속해 있는 경우 보기 싫어도 꾹 참아야 한다. 상대방에게 노골적으로 싫은 기색을 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다. 미운 사람일수록 더 잘해 주고 인심을 얻어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미워하면 상대방도 내 마음을 알고 나를 미워하게 된다.
    그러면 내게 복수를 하거나 해코지를 할 수 있다. 그러니 후환이 없도록 작전상 후하게 대해야 한다. 옛날에 고약한 시어머니 때문에 화병이 나서 견딜 수 없는 며느리가 있었다.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가서 '미운' 시어머니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점쟁이는 시어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백일 동안 해 드리면 미운 시어머니의 얼굴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고 했다. 며느리는 신이 나서 인절미를 열심히 해 드렸다. 한 달 두 달 지나자 시어머니는 떡 해주는 며느리가 고마워졌다. 동네 사람들에게도 연신 며느리 칭찬을 했다. 며느리도 시어머니와 사이가 좋아졌다. 결국 며느리가'미워했던' 그 시어머니는 정말로 볼 수 없게 되었다. 더 이상 밉지 않게 되었으니까. 이 이야기는 미운 사람을 대하는 지혜를 알려준다. 누군가가 미워지면 우선 내가 제일 불편하다. 그럴 때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것을 눈 딱 감고 백 번만 해주면 사랑으로 미움을 죽일 수 있다는 스토리다. 이 이야기가 사실 요즘 세상에는 잘 맞지 않는다. 현대의 며느리들은 굳이 인절미를 백일씩이나 준비하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 보기 싫으면 그냥 안 보면 되니까. 물론 시어머니가 애를 보아주거나 생활비를 지원할 때에는 예외다. 진료실에서도 최근 수년간 시어머니 때문에 화병이 난 며느리는 거의 보지 못했다. 그 대신 며느리 때문에 화병이 난 시어머니는 많이 보았다. 그런데 만약 시어머니가 떡을 드시면서도 칭찬은커녕 미운 소리만 계속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덕을 쌓다 보면 상대방도 고마워하고 나에 대한 태도를 개선할 것이라는 기본적인 믿음이 있어야 인절미 공양이 성립할 수 있다. 그게 안 되면 '힘들게 떡을 챙겨 드려도 내 마음도 모르시니, 에라 이젠 나도 모르겠다' 푸념을 하며 미운 정 고운 정을 완전히 떼게 될 것이다. 그러면 파국이다. 작금의 우리 마음 상태가 그렇지 않은가. 우리는 미우나 고우나 한솥밥 먹고 살아야 하는 운명공동체다. 의견이 다르더라도 상대에게 너무 정떨어지게 대하면 안 된다. 정을 떼어도 안 된다. 그런데 지금은 기본적인 신뢰가 없다. "쟤들은 떡 줘봐야 소용이 없어. 그다음엔 밥 달라 술 달라 그럴 게 뻔해." 이러면서 아예 떡 줄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 안 된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사회가 그래도 살 만한 사회다.
    Premium Chosun ☜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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