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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나물(포심채·匏心菜)

浮萍草 2014. 7. 31. 09:03
    전에는 여름이면 집집마다 지붕 위나 울타리에 주렁주렁 달린 박을 볼 수 있었다. 박은 우리의 토속적인 식품으로 속재료는 나물,김치,정과,장아찌,누름적 등의 여러 가지 음식으로 만들어 먹었으며 껍데기는 잘 말려서 바가지로 썼다. 박 음식은 약간 쫄깃하면서 달다. 잘 말려서 박고지로 만들면 더 달콤한 맛을 내는데 볶음,떡,찜,저냐 등의 전통음식 조리에 이용됐다. 박에는 베타카로틴,식이섬유,칼슘 등 영양성분이 풍부하다. 동의보감에‘요도를 통하게 하고 제번(除煩·번뇌를 억제),지갈(止渴·갈증을 멈춤),심열을 다스리며 소장을 통이(通利)한다’고 돼 있다. 또 본초강목에는‘갈증을 없애고 악창(惡瘡·악성종기)을 잘 다스린다’고 기록돼 있다. 박은 예전 궁중에서는 나이든 왕족의 노화방지식품으로 이용됐고 상궁,궁녀들의 미용식으로 사랑받았다. 특히 여름철 휘영청 달 밝은 밤에 초가지붕 위에 소담스럽게 피어 있는 하얀 박꽃의 눈부신 느낌을 월하미인(月下美人)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박은 우리의 고전 해학소설 흥부놀부전에서 박을 타는 흥부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박속나물(포심채·匏心菜)은 여름철에 영글어가는 어린 박의 속살로 만든 음식이다. 박속나물을 만들기 위한 양념과 조리법은 매우 간단하다. 굳지 않은 어린 박을 갈라서 속을 긁어 내고 껍데기를 벗긴 뒤 납작하게 썰어 소금을 뿌려 냄비에 넣고 물을 조금 부어 익힌다. 물기를 따라 내고 참기름으로 양념한 뒤 잠시 더 익힌다.
    박의 하얀 속살에는 담백한 양념의 맛이 어울린다. 송이버섯이 나오는 초가을이 되면 한 번 익힌 박속나물을 볶을 때에 송이의 밑을 깎아 내고 껍질을 살살 벗긴 뒤 깨끗이 씻어 함께 볶아 내기도 했다. 송이의 향과 잘 어울리는 옥색이 도는 박속나물은 강원도 향토음식이다. 또한 서산의 향토음식으로 박의 속살을 넣고 만든 수제비에 싱싱한 낙지를 넣어 끓인 낙지연포탕도 있다. 박의 해독 효능에다 DHA와 타우린을 다량 함유한 낙지의 성인병(고혈압 동맥경화 등) 예방 효과까지 가미돼 건강을 고려하는 미식가들이 찾는 메뉴 중 하나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우리의 전통 음식이 하나하나 사라져 가는 가운데 박음식도 추억의 음식이 돼 가고 있다. 일부 농촌지역에서는 하얀 박꽃과 울타리에 주렁주렁 달린 박을 지역 축제에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한여름의 밥상에 고소한 하얀 박속나물이 올라 우리 고유 음식의 향수를 불러일으켰으면 한다.
    Munhwa ☜       김갑영 영양학자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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