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한식 이야기

갱죽

浮萍草 2014. 7. 24. 10:03
    그때 그 시절, 70년대 시대상을 알려주는 음식 ‘갱죽’
    출산 시대인 지금 들으면 이 무슨 우스갯소리인가 싶겠지만 60~80년대 우리나라의 가족계획을 한눈에 보여주는 문구다. 
    이 외에도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3·3·35 원칙(3살 터울 3자녀 35세 이전 출산)’ 1자녀만 낳자는‘단산(斷産)운동’등 다양한 문구로 인구증가 억제 
    정책을 펼쳤다. 
    출산장려운동을 펼치며 아이를 낳은 가정에 갖가지 혜택을 부여하는 현재와 정반대의 사회 분위기였다.
    당시 인구증가 억제 정책을 펼친 이유는 인구팽창이 경제성장의 저해요인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좁은 땅덩어리와 턱없이 부족한 국가의 경제력 태어나는 아이들이 미래의 국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이전에 당장 어떻게 부양해야 할지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였다. 
    국가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각 가정에서도 매 끼니 걱정을 해야 했다. 
    가족이 4명에서 5명이 되면 식탁 위 음식이 1인분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4명이 먹던 음식을 5명이 나눠 먹어야 했다.
    갱죽. 사진=전통향토음식 용어사전(농촌진흥청 발간)

    이런 시대상을 잘 보여주는 음식이 ‘갱죽’이다. 갱시기,갱싱이죽,콩나물갱죽,갱이죽,김치죽 등 지역마다 다른 이름을 가진 이 음식은 밥과 김치 등을 넣고 죽처럼 끓여 만든다. 갱죽은 70년대 여느 가정의 식탁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음식으로 많은 식구의 끼니를 때울 때 해먹었다. 식구는 많고 양식은 부족했기에 음식을 아끼고자 남은 밥이나 곡식에 갖가지 채소류를 넣고 물을 많이 부어 멀겋게 끓여 먹었다. 물만 더 부으면 양도 쉽게 늘릴 수 있었기에 식구가 많은 가정에서는 한 솥 끓여 나눠 먹기에 더없이 좋은 음식이었다. 이것저것 남는 음식을 넣고 끓여 먹던 음식이기에 명확한 조리법이 있지는 않다. 시대별로 지역별로 가정별로 만드는 방법이 천차만별이다. 대체로 밥과 김치는 포함됐고 여기에 면이나 수제비를 넣기도 하고 콩나물과 같은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채소가 들어간다. 국물은 된장을 푼 물이나 멸치를 우려낸 물을 사용한다. 물질풍요시대인 지금 바라보면 ‘갱죽’은 참 볼품없는 음식이다. 모양새는 좋지 못하고 맛도 그럴싸하지 않다. 처음 맛본 사람이라면 멀겋게 끓여낸 갱죽이 안 먹느니만 못한 음식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어린 시절 어머니가 끓여주던 ‘갱죽’이 이따금 생각나는 이유는 어려웠던 시절의 아련한 추억이 소박한 음식 속에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
    Food Chosun        정재균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PD jeongsan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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