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100세 시대 은퇴대사전'

1 60대에 인생 전성기를 맞은 피터 드러커 교수

浮萍草 2014. 7. 16. 20:36
    인류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100세 장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생로병사의 비밀을 알아내는 인간게놈 연구가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인간의 수명은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평균수명의 증가는 이에 상응하는 체계적인 준비를 요구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장수는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재앙이 된다. 어떻게 준비해야할까. 송양민 가천대 보건대학원장이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재테크 및 재산관리, 건강 관리,일,부부 및 자녀관계 등 노년 삶의 모든 측면을 포괄하는 ‘100세 시대 은퇴대사전’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 편집자
    '미래충격'의 저자로 유명한 현대경영학의 창시자
    피터 드러커' 교수./조선일보DB
    국인의 수명이 80세를 넘어서 90세에 접근하고 있다. 1년에 4개월씩 늘어나는 평균수명 증가속도를 고려할 때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들은 대부분 90세를 넘어서까지 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맞아 2년 전부터 한국 사회에서도 ‘수명 100세 시대’라는 용어가 부쩍 많이 사용되고 있다. 수명 100세 시대로 표현되는 건강장수(健康長壽) 시대의 개막은 우리 인간들의 삶의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 오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현재 정년이 55~58세로 규정되어 있는데 국회의 법 개정에 따라 2016년까지 모두 이를 60세로 연장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기업구조조정이 수시로 벌어지는 우리나라 기업 풍토에서 60세 정년 규정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잘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정년은 다 채우기도 힘들지만 설령 정년을 다 채우고 퇴직한다 해도 무려 30~40년에 달하는 긴 후반인생이 남아 있다. 그래서 준비하기 나름에 따라 장수는 ‘축복’이 될 수도 있고 오히려 고통만 키우는‘재앙’이 될 수도 있다. 미리미리 은퇴계획을 잘 세운 사람들은 즐거운 후반인생을 살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겐 30~40 년간의 노후생활은 매우 힘든 시간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선진국들에서는 오래전부터 ‘제2의 인생(Second Life)’ ‘제2의 경력(Second Career)’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이 말은 지식사회(Knowledge Society)의 도래를 예언했던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 교수가 사용해서 유명해진 말이다. 한국에서는 이를 ‘이모작 인생’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농부들이 1년에 논농사 밭농사를 2~3번 짓듯이 부지런한 사람들은 직업을 바꿔가며 2~3번의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의미에서 따온 표현이다. 이모작 인생을 사는 것이 일반화되면 우리가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직업관은 앞으로 크게 바뀔 수밖에 없다. 직업은 평생 하나만 갖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에 따라 2~5개씩 얼마든지 가질 수 있다는 직업관이다. 이렇게 되면 미래에는 직장을 자주 옮겨 다니는 것이 우리들이 가진 다양한 능력의 증표가 될지도 모른다. ‘수명 100세 시대’에선 생애주기별(청년기,중년기,장년기,노년기)로 삶의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실현해가는 ‘인생설계(life planning)'를 잘 짜야 한다. 그때그때 임기응변적으로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길고 경제적 사회적 환경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단독주택을 짓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하자 훌륭한 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건자재를 써야 하겠지만 더 먼저 해야 할 일은 설계도를 잘 그리는 일이다. 통풍과 배수 관계를 고려해야 하고, 필요한 방의 수와 배치도 잘 생각해야 한다. 꼼꼼하게 그린 설계도일수록 더 좋은 집이 만들어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의 인생도 이와 마찬가지다. 가급적 젊었을 때 자신의 인생 설계도를 꼼꼼히 준비한다면 인생에서 성공할 확률은 더 높아진다. 사실 인생 70년 시대에는 사람들이 별 고민을 하지 않아도 큰 착오 없이 살 수 있었다. 당시에는 20(교육과 병역을 밟는 기간)-30(직장생활을 하는 기간)-20(은퇴생활을 하는 기간)의 라이프 사이클이 통용되었다. 즉 태어나서 20년간 공부하고 30년간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면, 그 후 20년간의 노후생활은 그럭저럭 꾸려갈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평균수명이 80세를 넘어서고, IMF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서 구조조정이 일반화되면서 라이프 사이클이 30-20-30으로 아주 불안하게 바뀌었다. 공부하는 기간과 은퇴생활 기간은 옛날보다 대폭 늘어난 반면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기간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요즘 취업 빙하기를 맞아 취업 재수 삼수를 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전혀 ‘빈말’은 아닌 듯하다. 물론 평소 이모작 인생을 착실히 준비해온 사람들에겐 짧아진 현역생활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 대책 없이 은퇴를 맞는 사람들은 심각한 무기력증에 빠질 수밖에 없다. 온몸에 에너지는 넘쳐나는데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30년간을 집 안에서 보내야 한다면 이는 고통스런 은퇴생활이 될 것이다. 고령화시대에는 재테크보다 ‘은퇴설계’를 짜는 데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는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축구 경기에는 ‘하프타임(halftime)이 있다. 전반전을 뛴 선수들이 휴식을 가지면서 후반을 어떻게 뛸 것인지 작전을 협의하는 시간이다. 전반전에 밀리던 팀이 하프타임 후에 새로운 팀으로 변신해 경기를 뒤집는 것을 우리는 자주 본다. 그래서 축구 경기는 전반전이 아니라 후반전에서 판가름 난다는 말이 있다. 인생 마라톤에도 하프타임이 있다. 우리들의 기대수명을 90세로 본다면 50세 전후가 거기에 해당될 것이다. 50세 이전 시기를 인생의 전반전(前半戰)이라 한다면 이후는 인생의 후반전(後半戰)에 해당된다. 30~40년가량 남아있는 인생의 후반전은 새로운 삶을 살기에 충분한 기간이다. 하프타임을 이용하여 전반전에서 저지른 실수를 되짚어보고 새 기술을 연마한 사람은 후반전에서 ‘인생 역전’을 노려볼 수 있다. 경영학의 창시자인 피터 드러커 교수는 95세로 사망할 때까지 평생현역으로 활동을 했던 인물이다. 그가 93세 때 신문기자로부터 "당신은 평생 7개가 넘는 직업을 가졌고 교수로만 40년을 일했는데 언제가 인생의 전성기였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드러커 교수는 곰곰이 생각하다"나의 전성기는 열심히 저술활동을 하던 60대 후반이었다"고 대답했다 한다. 드러커 교수의 사례를 보면 단 하나의 직업만 가져보고 인생의 성패를 논하는 것은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수명 100세 시대에서는 여러 가지 일을 해보면서 ‘이모작’‘삼모작’ 인생을 사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런 일이다. 장수노인이 많은 선진국들은 이미 사회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송양민
    가천대 보건대학원장 ymsong@gachon.ac.kr 신문기자 출신의 경제분석가이자 은퇴생활·실버산업 전문가이다. 그가 쓴 우리나라 최초의 은퇴 전문서적‘30부터 준비하는 당당한 내 인생’경제지식 입문서인‘경제기사는 돈이다’‘경제기사는 지식이다’ 는 40만권 가까이 팔려나간 베스트셀러로 기록되고 있다. 또 베이비붐 세대의 지난 55년간의 삶을 분석한‘밥 돈 자유’는 베이비부머 연구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교과서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벨기에 루뱅대학교에서 유럽학 석사학위를,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 조선일보에 입사하여 경제부장과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2008년 가천대학교로 옮겨 보건대학원장 겸 특수치료대학원장 으로 일하고 있다. 그가 기자와 교수 생활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인구고령화’‘은퇴자 문제’‘경제·금융 교육’등으로 이 분야에 관한 10여권의 저서를 가지고 있다.

    Premium Chosun        송양민 가천대 보건대학원장 ymsong@ga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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