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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운동하다가 무릎서 '우두둑' 소리 나면

浮萍草 2014. 7. 11. 10:04
    ▲ 지난 22일 가나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특유의
    '공중제비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독일의 클로제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은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비록 한국팀이 16강전 진출에 실패해 아쉽지만 현존 최고 선수들의 기량을 볼 수 있어 축구팬들은 행복하다. 필자 역시 축구팬으로서는 기쁜 마음으로 관전하면서도 정형외과-재활의학과 전문의로서는 조마조마한 마음이 될 때가 많다. 우리 선수건 외국 선수건 심한 태클이나 몸싸움을 하다 그라운드에 쓰러질 때면 혹시라도 무릎의 '전방 십자 인대'가 부상을 입지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ㆍ축구 선수를 위협하는 복병
    '전방 십자인대' 부상으로 이번 월드컵에 출전을 못한 선수들이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콜롬비아의 공격수 팔카오나 네덜란드의 케빈 스트루트만이 그들이다. 좀 거슬러 올라가면 이동국의 2006년 월드컵 출전을 좌절시킨 것도 홍정호의 2012년 런던 올림픽 본선 출전을 가로막은 것도 전방 십자인대 부상이었다. 축구 선수들의 전방 십자인대 부상은 비교적 흔하다. 축구 선수의 부상 중에서 하지(下枝) 손상이 70~80%이다. 그 중에서 근육 손상이 가장 많고 이어서 인대 손상,좌상 순이다. 인대 손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전방 십자 인대’손상이다. 전방 십자인대란 십자가 모양으로 교체된 인대 중 전방 즉 앞에 있는 인대라는 뜻이다. 영어로는 ACL(Anterior Cruciate Ligament)라고 하는데, 정형외과 의사들에게는 무척 중요한 단어다. 무릎 관절은 대퇴골(허벅지뼈)과 경골(종아리 안쪽뼈)이 맞닿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두 뼈를 이어주는 인대가 바로 ‘십자(十字)인대’이다. 무릎 뼈 바깥에는 '내측 측부인대'와 '외측 측부인대'가 더 있다. 즉 무릎 관절을 지탱하는 큰 인대는 총 4개이다. ‘전방 십자인대’는 경골의 앞쪽에서 시작해 대퇴골의 뒤쪽으로 연결돼 있고 후방 십자인대는 경골의 뒤쪽에서 대퇴골의 앞쪽으로 연결돼 있다. 전방 십자인대는 성인 남성 기준으로 굵기는 5~10mm, 길이는 3~4cm쯤 된다.
    후방 십자인대는 매우 튼튼하다. 그래서 스포츠나 일상생활에서의 움직임 때문에 끊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후방 십자인대 손상은 교통사고나 유도 레슬링 미식축구 등 격렬한 스포츠에서 주로 발생한다. 반면에 전방 십자인대는 상대적으로 손상되기 쉽다. 축구, 야구 스키나 스노보드 등이 전방 십자인대 부상이 잦은 스포츠다. 인대와 대퇴골이 연결된 부위가 뚝 떨어지기도 하고 인대의 위쪽 부위에서 끊어지기도 한다. 또 완전히 끊어지지는 않으나 늘어나서 제 구실을 못하게 될 때도 있다. 전방 십자인대는 무릎을 똑바로 굽혔다가 펴는 동작에는 잘 견딘다. 하지만 무릎이 옆으로 비틀리는 동작에는 취약하다. 축구 선수들 중에서 골을 넣은 뒤 공중돌기 세리머니를 하고 착지를 하다가 전방 십자인대가 끊어져 선수 생명까지 끊어진 경우도 있었다. 필자가 축구팀 감독이면 클로제가 자주 하는 공중제비 골 세리머니를 선수들이 못하게 말릴 것이다. 축구를 할 때 전방 십자인대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프로 선수나 국가대표팀 선수들에게나 해당될 뿐 일반인들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이다. 전방 십자인대는 심한 몸싸움이나 태클을 할 때 많이 손상되지만 얼핏 보면 격렬해 보이지 않을 때에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방 십자인대가 손상됐는데도 이를 잘 모르고 지내는 경우도 있다.
    ㆍ수술 잘 받으면 선수 생명 유지하는데 문제 없어
    고백하자면 필자가 바로 그런 사례다. 고교 2학년 때 교내 학급대항 축구시합 때 반 대표선수로 출전했던 나는 상대방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서로 부딪혀 기절했다. 깨어나니 무릎에 엄청난 통증이 느껴졌다. 하교길에 동네 외과의원에 찾아갔는데 원장 선생님이 ‘빨간약’만 발라주었다. 찰과상으로 진단한 것 같다. 며칠 지나니 아프지도 않아 그냥 넘어가고 말았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 후 10여년이 흘러 레지던트 때 MRI 검사를 받아보니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된 것이 확인됐다. 젊은데다 근육도 잘 발달돼 있어서 전방 십자인대 없이도 별 불편함 없이 살았던 것이다.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 또는 손상되면 아래 위 무릎 뼈가 단단히 고정되지 않고 따로 놀게 된다. 그러면 물렁뼈(연골판) 손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무릎에 물이 차는 등 문제가 생긴다. 이들에게는 퇴행성관절염도 훨씬 빨리 온다. 월드컵 영향으로 갑자기 축구를 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은데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운동 도중에 무릎에‘뚝’'우두둑'하는 소리가 들린 경우나 무릎 관절이 심한 충격을 받고 난 뒤 통증이 생겼다면 바로 정형외과를 찾아가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전방십자인대 손상은 전문 운동선수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꼭 알아두어야 한다. 예전에는 전방 십자인대가 손상되면 선수 생명이 끝난다고 할만큼 치명적인 부상으로 여겨지기도 했으나 요즘은 수술법이 발달해 치료 성과가 좋다. 관절경을 보면서 손상된 전방 십자인대를 타가(他家) 또는 자가인대로 무릎 뼈 양쪽에 고정시켜주는 수술을 받은 뒤 운동선수 생활을 계속하는 사례가 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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