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근동(近東)고고학 산책

6 문화재 보존에는 순혈주의가 없어야 한다

浮萍草 2014. 5. 14. 06:00
    한국 문화재 보존정책이 가야 할 길
    난회에 이어 문화재 복원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 보자.
    한편으로는 없어진 문화재를 ‘복원’한다고 소란스러운데 또 한편으로는 원본을 멋대로 파괴하는 것은 무슨 아이러니인가? 
    광화문 뒤에 있던 중앙청을 일제침략의 상징이라고 1996년에 해체하여 재활용 자재와 폐기물로 분류,처분해 버린 것은 잘한 일인가? 
    이승만 전대통령과 김영삼 전대통령이 이 건물을 미워한 이유는 이해할 수 있지만 국가 경영 차원에서 보면 깊은 철학도 없이 너무 감정적이지 않았던가?
    문화재에는 순혈주의가 있으면 안 된다. 
    이탈리아나 기타 유럽 국가들은 침략과 정복의 역사 속에서 다른 나라가 세웠던 건물들을 문화재로 유지 보전하고 있다. 
    근동의 이스라엘,요르단 기타 여러 나라들에는 다른 나라들이 정복해서 세운 건물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도시들이 즐비하다. 
    위에서 말한 스키토폴리스나 제라시도 그렇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들을 헐어서 폐기하지 않고 자기 나라 역사의 교재로 그리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서 이중 삼중으로 이득을 보고 있다. 
    그 나라들에는 타국 점령의 상징물들을 사랑하는 자들만 통수권자가 되고 있는가? 
    우리는 긴 안목 없이 문화재에 대해서 감정적으로 사고하고 있음을 크게 반성해야 한다. 
    중앙청은 문화재적 사생아였지만,한국전쟁터,미군정청사,대한민국 정부청사,박물관 등 여러 가지 용도와 성격으로 한국 현대 역사의 현장이 된 건물이었다. 
    보기 싫다고 헐어 버리는 것 보다는 적당한 장소로 이전을 해서 후세가 다시는 외국침략의 참극을 당하지 않게 하는 역사교육의 교재로 삼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한국에 관광 오는 일본인들이 방문하는 필수 코스에 집어넣어서 일본이 한국을 침략했던 것조차 모르는 젊은이들에게 참담했던 역사를 우리가 대신 가르쳐 주는 
    교재로 사용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근래에 서울시가 동대문 성곽 주변을 공원화하는 계획을 가지고 120년 역사를 지닌 동대문교회를 해체 철거하기로 한 것은 전형적인 비상식적이고 반문화재적인 
    행정이다. 
    한양도성을 세계문화재로 등재한다는 구실이 서울을 이조시대 한양으로 환원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한국근대 역사의 증인이 되는 귀중한 건물을 해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은 소유자의 종파나 정파와 상관없이 국가적 문화재로 애지중지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선진국이다. 파괴는 나중에 언제라도 할 수 있지만 복원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문화재를 파괴할 권한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들은 심사숙고를 거듭해야 할 
    것이다.
    ㆍ문화재 보존과 관리에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
    문화재 보존과 관리는 문화관광체육부 소속인 문화재청이 하고 있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유형,무형 문화재들을 전반적으로 또 효과적으로 수리,보존,복원을 포함하여 관리하려면 좀 더 적극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① 대통령을 정점으로 문화재 관리를 일원화해야 한다. 위에서 보았듯이 문화재청과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의 문화재위원회가 동대문성곽공원을 추진한 사례에서 보듯이 이원화된 문화재 관리는 혼선을 일으킨다. 숭례문의 일차 관리 책임은 서울시 중구청에 있는데 화재가 나자 전국적인 문제가 되어 문화재청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을 보면 지방자치단체가 문화재를 관리하는 것은 감당이 안 되는 일이다. 그리고 문화재청의 책임은 조선시대 궁궐 다섯 곳과 왕릉들이고 나머지 만(萬) 곳이 넘는 문화재들이 지방자치단체들의 책임 하에 있다. 지방자치단체들 중에서 문화재과가 있는 곳은 몇 곳 밖에 안 된다고 하는데 234개 지방자치단체들이 난무하며 문화재를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허술한 행정인지 불문 가지이다. 건축문화재 외에 다른 유형,무형 문화재들의 보존에는 돈도 기술도 닿지 않는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사직하면서 지적한 것이 바로 이런 문화재 관리행정의 난맥상이었다.
    ▲ 울산 반구대 암각화 모사본. 2013년 5월에 서울 고궁박물관에서 전시한 반구대 암각화 자료 중 하나.세계적으로 희귀한 국보급 문화재이다.

    반구대 암각화와 공룡 발자국 보존 문제로 문화재청과 울산시와 청와대 사이의 혼선에서 변영섭 문화재청장이 재직 1년을 못 넘기고 경질된 것도 문화재 행정의 이원화 삼원화의 문제를 드러냈다. 암각화와 공룡발자국들이 울산에 있다고 해서 그것이 울산만의 문화재인가? 그것은 국가와 인류전체의 문화재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누가 관리해야 하는가? 대통령을 정점으로 일관되고 일원화된 문화재 관리정책을 세워서 실천해야 한다. 1906년에 미국 국회에서 통과되어 지금까지 수정 보완되며 효력이 유지되고 있는 미국의 유적법(Antiquities Act) 같은 법령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의 문화적 재산인 역사적 장소들과 고고학적 유적들과 자연경관들을 보존하고 수리 복원하는 권한을 국가 관리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행사하도록 한 법 이다. 우리도 그러한 법령이 필요하다. 그리고 문화재 관리를 전담하는 문화재청을 ‘문화재보존관리부’로 승격시켜서 장관급 행정관이 책임을 맡게 하고 서두에서 말한 대로 광범위하게 전국의 모든 유형, 무형의 문화재를 보존,관리,홍보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문화재보존관리부’와 협조하는 체제를 형성하면 된다. 문화재청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두는 조직으로는 우리나라처럼 유형,무형 문화재와 유적들이 많은 나라에서는 비효율적인 일이다.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라는 이름에 붙은 ‘문화’는 포괄적이고 방만한 의미라서 위에 말한 유형, 무형의 문화재들을 종합적이고 효율적으로 보존, 관리해야 하는 ‘문화재보존과 관리’사업은 분리해서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② 격상된‘문화재보존관리부’ 산하에‘문화재용 목재와 석재 조달청’을 신설해서 목조문화재의 소실에 따른 ‘복원’이나‘재조성’을 위한 나무 기르기와 말리기와 공급을 원활하게 할 필요가 있다. 국유림을 충분한 크기로 조성해서 필요한 적정선에서 나무를 육성해야 한다. 또한 우수한 외국산 나무는 문화재 수리나 복구에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을 정비해야 한다. 숭례문 복구가 끝나고 도편수의 사업장을 압수수색하는 식의 나무 행정으로는 문화재 수리와 복구를 원활하게 할 수 없다. 사실 복구에 필요한 말린 나무가 이미 준비 되어 있었다면 숭례문 ‘복원’에 5년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숭례문 재건 현장에는 공사기간은 2년으로 공시되어 있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신축하는 기념관,박물관,기타 정부 건물에 소요되는 목재들도 이 기관에서 공급하면 좋을 것이다. 이 기관에서 석재도 비슷한 방법으로 마련하고 공급하는 임무를 수행하면 될 것이다. 그렇게 하면 문화재 수리와 복구가 원활해지고 매번 나무를 기증하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하거나 목재가 없어서 우왕좌왕하거나 목재 관리를 개인이 해서 의심이 발생하는 일이 없게 될 것이다.
    ▲ 도굴된 문화재들(근동의 청동기시대와 철기시대 토기들과 청동 도끼 1점). 근동의 어떤 나라에서 필자가 취재한 사진이다.우리나라에서도 국민들이 문화재를
    도굴,훼손,은닉,밀반출하는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국민들이 문화재를 국가적인 자산으로 생각하도록 홍보를 꾸준히 하고 문화재 보존과 관리에 참여하게 해야
    한다.

    ③문화재 보존과 관리에 외국인들과 국민들의 참여와 재정적 기부를 촉진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문화재 보전·보존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는 대학교에 그런 학과들이 있고 그것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사립기관들도 있다. 게티 문화재보존연구원(Getty Conservation Institute)은 전세계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모든 종류의 문화재들을 보존,수리,복원하는 학문과 기술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유명한 기관이다. 이스라엘 문화재청(Israel Antiquities Authority)이 이스라엘 국가 예산을 할당 받는 것은 물론이고 이스라엘의 문화재에 관심을 가진 국민들과 외국인들이 문화재 보존과 관리에 직접 참여하여 활동하거나 문화재보존 프로젝트에 기부하도록 공식적인 길을 만들어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이스라엘 국내외 일반인들은 ‘이스라엘 문화재청의 친구들’ (Friends of Israel Antiquities Authority; FIAA)이라는 후원회에 가입하여 문화재보존에 많은 공을 세우고 있다. 이스라엘 문화재청과 서부갈릴리대학(Western Galilee College)이 공동으로 그 대학에 문화재보존학과인 ‘건축문화재와 역사적 장소들을 보존’하는 전공을 두어 전문인력을 양성하여 학사학위를 준다. ‘이스라엘 문화재청의 친구들’(FIAA)이 기부하는 돈으로 이 학과를 시작하는 건물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 문화재청과 서부갈릴리대학은 역시 그 ‘친구들’(FIAA)이 기부한 돈으로 국제문화재보존 센터(International Conservation Center)를 설립하여 일반인들이 문화재보존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에서 선사시대부터 비잔틴시대인 서기 6세기까지 출토되는 유물들 중에서 가장 흔하게 나오는 토기들을 수리,보존 및 복원을 하는 전담 기관 역시 그‘친구들’(FIAA)의 재정출연으로 고대토기보존연구소(Ancient Pottery Conservation Laboratories)라는 이름으로 설립하여 전문적인 토기 연구와 보존에 전기를 마련하였다.
    ▲ 이스라엘의 북부 항구도시 아코. 이스라엘 문화재청과 민간후원단체인 '이스라엘 문화재청의 친구들’(Friends of the Israel Antiquities Authority)이 운영하고
    있는 문화재 보존학과와 국제문화재보존센터(International Conservation Center)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는 국립문화재연구소가 그런 일들을 하는데 이스라엘 문화재청은 중요한 과업들을 일반국민들과 외국인들의 협조로 달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재정적인 도움인 동시에 일반인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외국을 향한 홍보도 효과적으로 되는 일들인 것이다. 또한 많은 국민들이 문화재 보존에 관심을 가지고 기초교육을 받게 되면 주변에서 일어나는 도굴이나 문화재 훼손을 그들이 막아 줄 수 있다. 숭례문 때문에 비통해 하고‘복원’후에는 수백만 명이 현장에 다녀 간 것만 보더라도 우리 국민들이 문화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높은 나라이다. 또한 외국인들도 우리 문화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한 국민들과 외국인들이 함께 공식적으로 문화재 보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국문화재청의 친구들·후원자들’이라는 모임을 구성해야 한다. 그들이 문화재보존관리부와 협력하여 모든 문화재들과 역사적 장소들을 보존하는 활동에 참여하게 하고 거금을 기부하여 문화재보존 전공학과나 연구소를 설립 하거나 후원하도록 길을 활짝 열어 주면 좋겠다.
    Premium Chosun ☜       고세진 대한성서고고학회 회장 youaremyhon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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