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옛글에서 읽는 오늘

봄날은 간다

浮萍草 2014. 4. 4. 11:01
    람이 바뀌었다. 
    산에 들에 동네에 꽃들이 앞을 다퉈 피고 진다. 
    완연한 봄이다. 봄에 관한 시를 찾아보았다. 
    <습재집(習齋集)>에 실린 권벽(權擘, 1520~1593)의 ‘춘야풍우(春夜風雨)’라는 제목의 시가 눈에 띈다.
     
    ‘꽃은 비를 맞고 피어 바람에 떨어지니 (花開因雨落因風) 
    봄이 오고 가는 건 이 가운데 있다네 (春去春來在此中)
    어젯밤 바람 불고 비 오더니 (昨夜有風兼有雨) 
    복사꽃은 만발하고 살구꽃은 다 졌다네 (桃花滿發杏花空)’
    봄은 비에 젖고 바람에 흩날리는 가운데 지나간다. 요즘 봄가을이 짧아졌다고들 한탄하지만 그제나 이제나 봄은 짧고 변화는 무상(無常)하다. 권벽의 다른 시로 ‘대월석화(對月惜花)’라는 제목의 시가 있다. ‘꽃이 막 피었을 땐 달은 아직 덜 차고 (花正開時月未團) 보름달 환한 후엔 꽃은 이미 져버렸네 (月輪明後已花殘) 가련한 세상일 모두 이와 같으니 (可憐世事皆如此) 어이하면 활짝 핀 꽃 달과 함께 볼거나 (安得繁花對月看)’
    보름달을 맞이하니 꽃이 아쉽다. 복숭아꽃 살구꽃을 함께 누리기도 어렵고 보름달과 꽃을 함께 누리기도 어렵다. 좋은 것들을 오래, 함께 누리는 것은 과욕일까. 봄날에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우선 여러 베테랑 가수들이 불렀던 ‘봄날은 간다’. 제1절은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로 시작하여 이렇게 끝난다.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같은 제목으로 가수 김윤아가 부르는 가사도 애틋하다. “봄은 또 오고 꽃은 피고 또 지고 피고 아름다워서 너무나 슬픈 이야기”,“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 등. 만화방창한 봄을 한껏 누려야 할 때 봄날의 무상함과 애상(哀傷)이라니. 하도 짧기에 갈 것을 벌써 아쉬워하나. 생명이 있기에 유한하고 유한하기에 아름다운 것들 짧고 붙잡아 둘 수 없기에 소중하고,가는 것이기에 더욱 아름다운 봄날과 생명들. 봄날은 간다고 슬퍼하는 것 이겠는가.
    Khan ☜       김태희 실학21네트워크 대표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