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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영화 '열한시'의 교훈

浮萍草 2014. 2. 4. 12:17
    금부터 약 5년 전 일이다. 
    어렵게 연락이 돼 나는 두 젊은이를 만날 수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이 불쑥 말했다.
    “박사님, 저희는 타임머신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글쎄요, 그게 우리나라에서 가능할까요?”
    내 입에서 상투적이고 무성의한 답이 나왔다. 
    그러자 두 사람은 정색을 하며 나에게 줄거리를 얘기했다.
    …… 해저 연구소에 완벽하게 격리된 7명의 연구원이 타임머신을 만들었다. 
    어느 날 오전 11시 타임머신을 타고 2명의 연구원이 다음 날 오전 11시로 타임머신을 타고 미리 가봤다. 
    그런데 모두 죽어 있는 것이 아닌가! 
    다시 전날 오전 11시로 돌아온 2명의 연구원은 예고된 운명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데……
    나는 크게 감명 받았다. 
    소재는 SF지만 추리적 요소와 스릴이 추가돼 절묘한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후반부에 충격적인 반전을 포함하고 있는데 스포일러가 될까봐 여기서 밝힐 수는 없다. 
    이 정도 수준의 본격적인 SF 영화는 내가 아는 한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바 없다. 
    두 사람은 꿈을 찾아 도전하고 있었고 나는 그런 일에 많이 무디어졌음을 깨달았다.
    나를 크게 반성하게 만든 그 두 사람은 이강규 프로듀서와 이승환 작가였다. 
    몇 달 뒤 우리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다시 만났다. 
    지구가 미니 블랙홀이 되면 사람 손톱만해진다는 사실에 유의해라, 
    미니 블랙홀이 연결된 웜홀을 이용해 타임머신을 만들었다고 우기면 된다, 
    과학자들 말이 너무 거칠다, …… 나는 시나리오를 많이 수정해줬다.
    이후 4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그 동안 두 사람을 간간이 만나기는 했지만 큰 진전은 없어 보였다.
    ‘역시 어려운 모양이다. 4년이 넘도록 헛고생만 하는 것을 보니 정말 영화인들은 고생이 많구나.’
    나는 두 사람이 무척 안쓰러워 만나면 위로하기 바빴다.
    그런데 2012년 봄 어느 날 이강규 프로듀서의 전화가 왔다. 너무도 놀라운 소식이 내 귀청을 때렸다.
    “박사님, 드디어 투자자를 구했습니다! 이제 촬영에 들어갑니다!”
    “그래요? 축하합니다! 이제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인 SF 영화 시대가 열리겠네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나였지만 정말 기뻤다. 
    이 영화가 성공하면 SF 붐이 조성돼 우리 국민을 막장 드라마와 폭력 영화로부터 해방시켜주리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가 무엇인가. 
    한마디로 동네 노래방 하나 잘 되면 한 달도 안 돼 노래방 서너 개가 생기는 대한민국이라는 뜻 아닌가.
    2012년 여름 국가핵융합연구소에서 기념 촬영한 영화 ‘열한시’ 배우들 일부.왼쪽부터 이건주,신다은,박철민,정재영,나,권면 연구소장,최다니엘,김현석 감독,
    이강규 프로듀서. 김옥빈, 이대연은 이날 촬영에서 빠졌다.

    얼마 후 나는 제작회의에서 감독과 스태프들을 만나 구체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었다. 특히 SFX(특수효과) 쪽에서 질문이 많았다. “웜홀을 통과하는 과정 그래픽은 소신껏 만드시면 됩니다. 실제로 통과해본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요. ‘스타워즈’나 ‘스타트렉’에서는 우주선이 광속으로 날면 별들이 직선을 그리지 않습니까…….” 내 말을 들은 스태프들은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리고 바로 제작과정에 들어갔다. 할리우드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제작비 지원을 받고도 그들은 최선을 다해 훌륭한 화면을 만들어냈다. 미술작품들을 보니 ‘스타워즈’의 아트북에 나오는 것들과 다름이 없었다.
    영화 ‘열한시’에 나오는 타임머신 ‘트로츠키’ 제작도. 정십이면체의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열한시’ 같은 영화가 대박이 나서 나라의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바로 창조경제 ‘풀뿌리’의 하나다. 잘 키운 SF 영화 하나 열 공장 안 부러운 것이다.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나지만 이 영화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11월 25일(월)과 11월 27일(수) 두 차례에 걸쳐 ‘관객과의 대화’ 프로그램에 참가해 과학적 배경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열한시’의 과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맥스무비의 김형호 기자.

    마침내 11월 28일(목) ‘열한시’가 개봉되자 구름관중이 모여들었다. 이 영화는 11월 29일(토)과 30일(일) 주말관객 동원 1위를 기록하며 기염을 토했다. 정말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젊은이들의 꿈은 현재 우리 눈앞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아무도 우리나라에서는 SF가 시기상조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Premium Chosun     박석재 한국 천문연구원 연구위원 dr_blackh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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