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낮에는 해가 뜨고 밤에는 달이 뜨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고정 관념이다.
물론 해는 항상 낮에 뜨지만 달은 새벽 오전 오후 저녁 한밤중…… 아무 때나 뜨고 진다.
예를 들어, 눈썹 모양의 초승달은 해가 진 직후 서편 하늘에 잠깐 보이다 진다.
즉 초승달은 초저녁달인 것이다.
따라서 두 검객이 자정에 만나 결투를 하는 영화 장면이나 깊은 밤을 배경으로 한 신문 삽화에 초승달이 등장해서는 안 된다.
ㆍ달 모양의 변화
보름달은 해가 질 때 뜨고 해가 뜰 때 진다.
따라서 이효석의 ‘메밀 꽃 필 무렵’ 같이 밤새 달빛을 받으며 걸어가려면 보름달이라야 한다.
군에서 보름날 야간 작전을 피하는 이유는 달이 밝아서라기보다는 달이 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밝은 보름달이라도 일단 져버리면 아무 상관이 없지 않겠는가.
ㆍ보름달의 모습
초승달과 반대 방향으로 휘어진 모양의 그믐달은 새벽 해가 뜨기 직전 조금 먼저 떴다가 곧 여명 속으로 사라진다.
그래서 그믐달은 유일하게 우리 정서에 인상이 좋지 않은 달이다.
비운의 주인공들이 그믐달에 자주 비유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화투에서도 좋지 않은 의미를 지닌 음력 4월 흑싸리 패에 그믐달이 나오는 이유 또한 바로 이것이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종달새 뒤에 빨간 그믐달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ㆍ천체가 등장하는 3장의 화투
ㆍ우주의 삼총사, 해-달-별
어린이들이‘우주에는 뭐가 있어요’ 하고 물어올 때 나는 언제나 ‘해 달 별이 있단다’ 같이 대답한다.
과학적으로도 틀리다고 할 수 없을뿐더러 유치원 아이들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명쾌한 대답이기 때문이다.
해, 달, 별 같이 아름답고 순수한 우리말이 살아있다니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해 두 해 …, 하는 해가 바로 하늘의 해요,
한 달 두 달 …, 하는 달이 바로 하늘의 달이다.
즉 지구가 해를 한 바퀴 공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한 해요,
달이 지구를 한 바퀴 공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한 달인 것이다.
이렇게 멋진 해라는 이름을 두고 굳이 ‘태양’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옛날 달을 부르던 ‘태음’이라는 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해와 달’‘태양과 태음’은 맞는 조합이지만 ‘태양과 달’은 어색한 것이다.
우리 민족이 만들어낸 최초의 SF는 아마 떡방아를 찧으며 달에 사는 토끼 이야기일 것이다.
관심만 가지면 맨눈으로도 잘 보이는 이 토끼의 모습을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이 너무 많다.
독자 여러분은 보름달 때 유심히 관찰하기 바란다.
그리고 토끼 맞은편에 ‘절구’가 있는 지 꼭 확인하여 보기 바란다.
ㆍ달 표면의 방아를 찧는 토끼
ㆍ달은 밤마다 전날보다 50분씩 늦게 뜬다.
달에 대한 상식도 결코 쉽지 않다.
‘오늘 밤 달이 9시에 뜬다면 내일 밤에는 몇 시에 떠요?’
하고 묻는 꼬마의 질문에 정확하게 답할 수 있는 부모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달은 매일 평균 약 50분씩 늦게 뜨고 진다.
따라서 위 질문에 대한 정답은 약 9시 50분이 되겠다.
즉 오늘 밤 달이 새벽 2시 20분에 진다면 내일 밤에는 새벽 3시 10분 정도에 진다는 말이다
ㆍ박석재
 서울대학교 천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대학교에서 블랙홀 천체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다수의 천문학 서적과 소설을 집필하는 등 천문학 대중화에 헌신했고 2005년부터 2011년까지는 한국천문연구원 원장도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있으면서 우리나라의 천손사상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천재로 알려진 송유근 군의 멘토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블랙홀이 불쑥불쑥>,<해와 달과 별이 뜨고 지는 원리>,<별과 은하와 우주가 진화하는 원리>,<아인슈타인과 호킹의 블랙홀>,
<블랙홀 박사의 우주 이야기>,<개천기>,<하늘에 길을 묻다> 등이 있다. |
☞ Premium Chosun ☜ ■ 박석재 한국 천문연구원 연구위원 dr_blackh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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