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한식 이야기

순대

浮萍草 2014. 1. 17. 09:51
    같은 이름 다른 느낌, 순대의 두 얼굴
    린 시절 처음 맛 본 순대는 썩 인상 깊지 않았다. 
    학교 앞 분식집에서 팔 던 것이었는데 시꺼멓게 생겨 당면만 가득 찬 그 음식을 왜 먹는지 당최 이해할 수 없었다. 
    같은 값이면 그보단 떡볶이나 튀김을 먹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머리가 조금 커지고 난 후 순대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흔히 말하는 토종순대라는 음식을 먹고 나서부터다. 
    이전까지 알고 있던 당면 가득한 까만 순대가 아니라 겉은 진짜 돼지 창자를 사용하고 속은 채소를 비롯한 다양한 재료로 가득 찬 먹음직스러운 음식이었다. 
    순대에 입맛을 들이고 나니 이전엔 거들떠 보지도 않던 당면으로 만든 분식점 순대도 제법 괜찮은 음식처럼 느껴졌다. 
    특히 떡볶이 국물에 찍어먹기에는 그만한 음식이 없었다.
    아바이 순대

    ‘순대’는 ‘돼지의 창자 속에 고기붙이 두부 숙주나물 파 선지 당면 표고버섯 따위를 이겨서 양념을 하여 넣고 양쪽 끝을 동여매고 삶아 익힌 음식’이라고 정의된다. 순대의 보편적인 기원은 몽골의 군대가 전시에 먹던 음식에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확실하지는 않다. 동물 창자에 각종 부산물이나 다른 식재료를 넣어 보관하는 방식이 세계의 음식문화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현한 것을 보면 그다지 독창적인 음식 조리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즉 각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발생한 음식조리법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우리 역사에 순대라는 명칭이 처음 등장한 것은 조선말기에 편찬된 조리서‘시의전서’에서다. 여기에‘도야지순대’라는 말이 나온다. 최초 기록이 조선말기라고 하더라도 그와 비슷한 음식은 훨씬 이전부터 먹어왔던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는 순대를 돼지 창자로 만든 것에 국한해 정의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개로 만든‘개순대’도 존재 했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식재료를 순대와 비슷한 형태의 음식으로 만들어 먹었다. 돼지를 주재료로 만든 순대가 정착하게 된 것은 1970년대 이후 양돈업 발달로 돼지 창자 공급이 원활해지고 값이 싸진 이유가 크다. 현재 분식집에서 판매하는 당면 위주로 속을 채운 순대는 공장에서 순대를 제조하면서 원가절감을 위해 비싼 재료들을 빼면서 탄생한 것이다.
    오징어 순대

    현재 순대시장은 이분화 되어있다. 분식집에서 먹는 순대와 전문점이나 특정 지역에서 판매하는 순대는 이름은 같지만 사실상 동일한 음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유명한 순대로는 강원도 지역의 ‘오징어 순대’나 실향민들이 만들었다고 하는 ‘아바이 순대’ 용인 지역의 ‘백암순대’ 천안 아우내장터의 ‘병천순대’ 등이 있다.
    Food Chosun Bi   정재균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PD jeongsan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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