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한식 이야기

동치미

浮萍草 2014. 1. 2. 12:09
    기나긴 겨울밤을 보내기 위해 필요한 한가지, 동치미
    민학교(現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되면 어김없이 부모님 손에 이끌려 외가댁에서 근 한 달 동안 시간을 보냈다. 
    돌이켜보면 방학만이라도 아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었던 부모님의 욕구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들을 늘 보고 싶어 하셨던 조부모님의 바램 부모님 잔소리 없는 
    세상에서 밤낮없이 뛰놀고 싶었던 철없는 아이의 소망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었던 최고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
    여름방학에는 그늘진 대청(大廳)에 앉아 찬물 담긴 세숫대야에 발 넣고 부채질하며 수박 한 조각 먹는 것이 일상이었고 겨울방학에는 뜨끈한 아랫목에 앉아 이불 뒤집어 
    쓰고 감자∙고구마∙옥수수를 먹는 것이 일이었다. 
    감자든 고구마든 겨울 밤 야식의 주연은 매번 바뀌었지만 항상 조연은 같았다. 
    뒤뜰 깊숙이 묻힌 장독에서 꺼내오는 살얼음 동동 뜬 동치미였다.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동치미는 겨울밤에 먹어야 제 맛이다. 사진=쿡쿡TV

    아삭아삭하고 달큰한 무와 청량한 국물은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듯한 차가움에도 쉬지 않고 먹게 되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맛이었다. 채소라면 질색을 하던 나이또래였음에도 외할머니의 동치미는 늘 예외였다. 겨울 밤에 간식과 함께 동치미를 먹는 모습은 굳이 자세히 묘사를 하지 않아도 누구에게나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풍경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동치미는 겨울에 먹어야 제 맛인 김치다. 추울수록 더 맛있게 느껴지기 때문일까. 무를 소금에 절여 국물이 흥건하게 담근 동치미는 주로 함경도∙평안도를 포함하는 이북지방에서 즐겨먹던 음식이다. 동치미의 맛의 특징은 어떤 음식도 범접하지 못할 시원하고 개운한 맛에 있다. 잘 익은 동치미는 마치 사이다를 먹는 것처럼 톡 쏘는 맛이 일품이다. 이런 특성 탓에 옛날에는 소화제 대용으로 동치미국물이 쓰이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그 자체로도 훌륭한 음식이지만 동치미를 기반으로 탄생한 유명한 요리도 많다. 강원도 고성지방에 가면 우리가 흔히 먹는 육수로 맛을 낸 막국수가 아닌 동치미국물로 만든 막국수가 있다. 동치미 막국수는 금강산 지역의 사찰에서 유래된 음식이라고 알려져 있다. 고기를 고아 만든 육수를 사용할 수 없기에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대신 사용하면서 탄생한 음식이라고 또 다른 음식으로 냉면이 있다. 평안도에서는 동치미국에 냉면을 말아 먹기도 했는데 조선의 26대 왕인 고종은 동치미국에 배를 썰어 넣고 만든 평양식 냉면을 좋아했다고 한다.
    Food Chosun   정재균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PD jeongsan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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