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한 생각이 끝도 없는 영겁이어라…”
티끌 하나가 온 우주를 머금었고,
찰나의 한 생각이 끝도 없는 영겁이어라 - 의상스님 ‘법성게(法性偈)’ 중
인간은 누구나 태어남을 겪었지만 그 탄생의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며 반드시 생을 마감하게 되지만 또한 그 죽음의 순간에 대해 말하지 못한다.
영원히 살 것처럼 방종한 시간을 보내다가도 어느 순간 내일과 다음 생 중 무엇이 먼저 올지 몰라 짧게 느껴지는 하루도 있다.
마음 속 가득 짙은 회한이 찾아드는 그런 날에는 양평 용문사를 찾는다.
소담한 사찰의 가람 앞으로 천 년을 살아온 거대한 은행나무가 바람에 울고 굴뚝으로 피어오르는 저녁 무렵의 가느다란 연기 속에서 삶의 내음을 맡으며 풍경소리, 목탁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나무가 살아온 긴 세월에 비견할 수 없는 내 짧은 현생의 삶이 그토록 덧없어 보일 수가 없다.
마음을 다잡고 인사를 건넨다.
나무에게는 잠깐 스쳐갈 연민의 정일지 몰라도 또 찾아오겠노라고.
그 마지막이 언제인지 기약할 수는 없지만 살아 있는 동안 계속 찾아오겠노라고.
몇 십번이고 몇 백번이고 다시 찾아오겠노라고.
☞ 불교신문 Vol 2789 ☜ ■ 이장희 일러스트레이터 www.tthat.com
草浮 印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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